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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신앙의 해와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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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1 ㅣ No.287

[레지오 영성] 신앙의 해와 새로운 시작



본당에서 사목할 때의 일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자매의 자녀들이 성당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슨 연유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그 자매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신앙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부모라도 어린 아이들에게 신앙을 강요하고 억지로 물려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아이들이 커서 스스로 판단할 나이가 되면 그때 자신의 신앙을 결정하도록 해주는 것이 올바른 부모의 자세가 아닐까요?” 너무나 당당하고 자신감에 찬, 나아가서는 자신이 얼마나 개방적이고 자녀들의 인격을 존중하는 사람인지를 은근히 과시하는 듯한 모습에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 주어야할지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신앙의 한 구석이 병들고 있다는 것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에 비추어, 저는 ‘신앙의 해’ 선포를 결정하였습니다.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막 50주년이 되는 2012년 10월11일에 시작하여 2013년 11월24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날 것입니다. 그 첫날인 2012년 10월11일은 저의 선임자 요한 바오로 2세 복자가 신앙의 힘과 아름다움을 모든 신자에게 알리고자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반포한 지 2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믿음의 문, 4). 교황님의 간곡한 당부 말씀과 함께 신앙의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각 교구나 본당에서는 나름대로 한해를 올바로 보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성대하게 개막식을 거행한 후 벌써 실천에 들어간 곳도 많이 있습니다. 마땅히 우리 레지오 마리애도 이 신앙의 해를 거룩하게 지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새 복음화’에 대한 간절한 호소에 이어진 신앙의 해 선포는 우리 시대에 이르러 신앙이 근본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교황님의 판단에서 비롯합니다. 사실 신앙의 위기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감지되고 있었습니다. 온 세상을 휩쓸고 있는 물질 우선의 세속주의와 전통적 권위를 상실한 상대주의는 어느새 교회 안으로도 스며들었기 때문입니다.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어 신앙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삶이나 가치 판단의 기준에 전혀 믿음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생활, 신앙을 살아가는 방편의 일종으로 여기거나 고상한 여가생활 쯤으로 여기는 분위기, 신앙인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양보하거나 손해 보려 하지 않는 삶, 결국 신앙과 삶은 철저하게 분리되어, ‘무늬만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시대는 ‘신앙인은 있으되 신앙은 없고, 교회는 있으되 믿음의 공동체는 없는’ 근본적인 신앙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해는 우리에게 참된 신앙의 본질을 회복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시하시고 사도들을 통해 전승되며 고백된 신앙, 수많은 신앙의 선조들과 믿음의 증인들이 전 존재를 바쳐 증언했던 신앙을 우리 시대에 되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가 세례 때에 믿고 고백한 그 믿음을 우리의 삶을 통해 실천하는 것입니다. 말로만 고백하고 말거나, 남에게 근사하게 보이고 세상에서 무엇인가 하나라도 얻기 위한 신앙이 아니라, 믿음의 문을 열고 구원을 향해 바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주님의 가르치심대로 이 세상 안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의 해가 시작된 10월 11일의 의미도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이 날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개막된 지 50주년이 되는 날이고, 동시에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반포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이 뜻 깊은 날을 신앙의 해 개막일로 정하신 것은, 교황님께서 우리 시대 신앙의 쇄신과 정립을 위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가톨릭교회 교리서가 그 중심에 있어야 함을 밝히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우리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어도, 실제로 그 내용이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교리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리서가 있다는 것은 알아도 읽어보려 하지 않았고, 특히 교리서는 항상 ‘예비자 교리서’라고 생각하여 나와는 상관없는 책으로 여기곤 했습니다.

이제 이 신앙의 해 동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가톨릭교회 교리서를 읽고 공부하고 새기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특히 공의회와 교리서에 대한 공부와 강의를 듣는 것에 전대사까지 허락해 주셨으니, 믿음의 바른 길을 회복하는 데에 금상첨화가 될 것입니다. 레지오 안에서도 단원 개인의 공부뿐 아니라, 상급 기관의 교육시간 등을 통해 공의회나 교리서를 배우고 읽힐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해가 지나고 대림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심지어는 죄스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의 부족함이 새삼 생각나고, 더 열심히 하지 못했던 게으름에 부끄럽기도 합니다. 12월은 한해의 마침이지만, 대림과 성탄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오랜 기다림을 통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맞으며, 우리의 신앙과 삶도 다시 한 번 시작하는 것입니다. 늘 새로운 기회를 허락해 주시는 주님의 크신 은총 속에서 더욱 성숙하고 바른 신앙의 길을 찾아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성모님의 군사들인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누구보다도 솔선하여 주님의 오심을 잘 준비하고 새로운 한해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구나 신앙의 해에 맞이하는 이 대림과 성탄이 우리 모두가 신앙으로 거듭나고 새로워지는 참된 은총의 기회가 되도록 합시다.

올 한해 열심히 믿음의 길을 걸어오신 단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사도직 활동에 주님께서 항상 함께 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더욱 분발하시어 신앙인다운 신앙인, 레지오 단원다운 레지오 단원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12월호, 
신호철 토마스(신부, 춘천교구 사목국장, 평화의 모후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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