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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현대 문화 트렌드: 휴대전화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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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8 ㅣ No.368

현대 문화 트렌드 - 휴대전화의 진화

 

 

다음은 2005년 6월 어느 날 『조선일보』에 실린 신세대 “A양의 하루”라는 글이다. 우리 삶에서 휴대전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다.

 

“이벤트 회사에 근무하는 A양은 아침에 출근하는 지하철 내에서 휴대전화로 방송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는다. 그는 위성 DMB(이동 멀티미디어 방송)폰으로 방송 뉴스를 시청하거나 자신이 저장해 놓은 MP3 음악을 들으며 출근한다. 동시에 친구나 선배와 문자를 주고받아도 ‘멀티태스킹 기능’ 덕분에 방송이나 음악은 끊기지 않는다. 

 

회사에 도착한 뒤 간단히 회의를 마친 A양은 이벤트 행사 샘플을 가득 넣은 쇼핑백을 양손에 들고 회사를 나섰는데 그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이전 같았으면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겠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바로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 모델 문근영이 그러하듯이 그녀는 가방을 열지 않고 무선 헤드셋으로 통화를 한다.

 

행사장에 도착하여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던 A양에게 회사 동료가 보고서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파일보기 기능’을 이용하여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은 문서를 열어보니 숫자가 반대로 입력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알려준 동료에게 황급히 수정을 부탁하고 ‘나만의 E-카드 기능’을 이용하여 고맙다는 글씨를 직접 입력한 카드를 보냈다. 

 

오늘은 퇴근 뒤 회식이 있는 날. 1차로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2차로 간 노래방에서 휴대전화의 ‘모션 비트박스 기능’을 이용하여 드럼과 탬버린 연주를 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결과는 대성공. 서로 자기도 한 번 해보겠다며 달려드는 통에 노래방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A양은 오늘 셀프 카메라로 찍은 자기 사진들을 ‘표정 변환 기능’을 이용하여 다듬었다. 코를 이리저리 잡아당겨 보고 볼 살을 늘렸다 줄였다 하다 보니 재미있는 사진이 여러 장 나왔다. 가장 재미있는 사진을 몇 장 골라 친한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더니 자기들 사진도 바꾸어 달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지만 A양의 귀에는 여전히 휴대전화와 연결된 이어폰이 꽂혀있다. 며칠 전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조용한 음악을 128화음으로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물론 A양의 경우는 우리 사회의 ‘얼리 어댑터(Early Adaptor)’인 일부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불과 20년 전에 보급되기 시작한 휴대전화를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80%가 소유하고 있는 시점이므로, 앞으로 10년 뒤의 우리 삶에서는 휴대전화가 이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하리라고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하나의 물건이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은 휴대전화 이외에 거의 없다.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히 전화기가 아니다. 휴대전화 하나만 있으면 음악을 듣고, 사진을 찍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게임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휴대전화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휴대전화의 미래를 가늠하려면 먼저 휴대전화의 역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휴대전화의 역사

 

휴대전화를 위한 전기 통신은 1837년 미국의 모스(Samuel F. B. Morse, 1791-1872년)가 전신기기를 발명한 것에서 시작된다. 1876년에는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년)이 전화를 발명하고 2년 뒤 에디슨(T. Edison, 1847-1931년)이 탄소 송화기로 개량함으로써 인류 최초의 전화기가 빛을 보게 되었으며 1888년에는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년)가 전자파를 발견하였다. 뒤를 이어서 1901년 마르코니(Guglielmo Marconi, 1874-1937년)가 전자파를 이용하여 모스 부호(Morse Code)를 무선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유선 전화의 탄생이 이루어진 뒤 전기 통신은 급격한 발전을 이루어 전화, 방송, 위성통신 등의 다양한 분야를 갖추게 되었다.

 

처음 전화가 발명된 이후 유선 휴대전화는 아날로그 무선통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1900년 초에 해상선박의 안전운행, 긴급 통신용으로 무선전신이 사용되기 시작하여, 제1차 세계대전 뒤에는 무선전신에서 무선전화로, 제2차 세계대전 뒤에는 해상용에서 육상용으로 발전하여 왔다. 세계 최초의 차량 전화 시스템은 1921년 미국 디트로이트 경찰국의 순찰차에 설치하여 사용한 이동 라디오 서비스(Mobile Radio Service)로서 전화라기보다는 무전기였다고 보는 편이 어울리며, 직접 다이얼을 돌릴 수 없었고 교환을 통하여 상대방과 통화가 가능하였다. 그 이후 수동 접속식 서비스를 거쳐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휴대전화 시스템이 등장하였다.

 

최초의 휴대전화는 1973년 모토로라에서 내놓은 쇠망치처럼 무거운 검정색 단말기 “다이나텍” 모델이었다. 시험적으로 사용되는 형태로 특정 지역에서만 서비스가 되었던 최초의 휴대전화로서 가입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몇 천 명을 넘지 않았다. 이후 1983년부터 시카고에서 휴대전화의 상용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후 10여 년 만에 휴대전화는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며 통신혁명을 이끌었다. 

 

한국에서 휴대전화의 역사는 1984년 셀룰러 방식의 차량용 이동전화(일명 카폰)가 등장하여 시작되었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이동통신 서비스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1984년 3월 29일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의 위탁 회사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 텔레콤)는 겨우 32명의 직원으로 출발하였다. 이 회사가 차량전화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해도 첫해 가입자는 2,658명, 매출액은 3억 9천만 원에 불과하였다. 

 

이동통신 시장은 1990년대 중반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전환기를 맞이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 기술 표준으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를 선택할 것인가, TDMA(시간분할다중접속) 방식의 GSM(유럽 표준)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팽팽히 맞섰고 결국 CDMA가 단일 표준으로 선택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한국 통신산업은 장비와 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성장을 구가하며 시장 규모에서 국내총생산(GDP)의 6%(40조 4148억 원)를 차지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휴대폰의 수출액은 반도체, 자동차의 수출액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처음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된 지 21년 뒤, 휴대전화 시장은 짧은 역사에도 가장 성공한 한국의 대표 산업이 된 것이다. 

 

2004년 기준 휴대전화 가입자는 무려 3,5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사람이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휴대전화의 기술적인 맥락과 사회적인 여건 속에서 발달의 역사라면, 앞으로의 휴대전화는 어떠한 기능을 하며 우리 생활에서 어떠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일까? 그 맥락을 컨텐츠 중심으로 살펴보자.

 

 

멀티미디어 기능의 휴대전화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휴대전화에는 카메라가 기본으로 달려있다. 화소 수도 크게 늘어 화소 수만으로 본다면 디지털 카메라의 수준을 곧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로 700만 화소급 카메라폰이 등장하였다. 제조업체에서는 “사진기자들도 쓸 수 있을 정도로 화질이 좋다.”고 소개할 정도이다. 바야흐로 음향기기로서 휴대전화(MP3 폰)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올해 어떤 업체에서 내놓은 휴대전화는 ‘워크맨’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한다. 이것은 ‘휴대전화지만 워크맨 수준의 음질을 자랑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휴대전화는 음악 파일을 들을 수 있고 FM 라디오 기능도 갖추었다. 또 200만 화소급 카메라를 함께 갖추어 동영상 통화가 가능하기도 하다.

 

 

데이터 통신용 휴대전화

 

이제 블루투스 폰이라고 불리는 휴대전화가 등장하여 음성통신이라는 휴대전화 본연의 기능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블루투스란 10-100m 이내 근거리에서 컴퓨터와 이동단말기, 가전제품 등을 무선으로 연결해 1-1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기술을 말한다.

 

블루투스는 차폐물 투과성을 가지고 있어 휴대전화를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은 채로 다른 정보 통신기기와 통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첫머리에 이야기한 대로 가방에 휴대전화를 넣은 채로 통화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끼리는 무선으로 사진, 음악 등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고 가까운 거리에서는 무전기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블루투스를 탑재한 PC, PDA, 헤드셋 등과도 무선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따라서 무선 헤드셋으로 음악을 듣고 무선으로 게임을 즐긴다. 이동할 때 노트북 컴퓨터를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다.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을 무선으로 인쇄할 수도 있다. 사무실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사무실에 있는 프린터를 사용하여 인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집 밖에서는 CDMA망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사용하고, 집 안에서는 액세스 포인트(AP, 유선전화 무선 연결 장치)를 자동 탐색하여 반경 20-30m 내에서 기존 유선전화망과 연결하여 집 전화를 대신하기도 한다. 

 

이제 휴대전화의 진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속도이다. 올해 유럽에서 3세대 이동전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전의 휴대전화 속도로는 가능하지 못하였던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동영상 통화를 비롯하여 3.5세대, 4세대에는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이것이 휴대전화의 미래 모습이자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휴대전화 시대의 윤리 문제

 

휴대전화의 기술적인 측면을 두고 보자면 위에서와 같이 장밋빛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사용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무엇보다 사용자 윤리의 강화가 시급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대입 수학 능력 시험에서 있었던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 사건은 처음 세상에 알려질 때만 해도 특정 지역의 국지적 사건이었는데, 수사 결과 전국적인 현상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많은 충격을 주었다. 관련 학생들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질타 여론이 드높았고, 정부와 교육당국의 신뢰도 역시 크게 추락하였다. 그러나 역시 이 문제의 핵심은 휴대전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삶의 현장 안에 들어오면서 어떠한 부정적인 현상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 부정적인 현상은 우리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윤리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곧 입시 부정이라는 현상이 비교적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휴대전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전 시대와는 다른 차원에서 윤리적 성찰의 계기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휴대전화로 연결된 인적 네트워크 아래서 커닝은 참여자들에게 비교적 느슨한 도덕적 책임의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몇 사람의 휴대전화를 거쳐 정답을 전달하는 방식은 직접적인 대리 시험 등에 비해서 도덕적 면죄의식을 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당시 교육당국의 발표대로 더욱 강력한 예방조치들을 강구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시험이라는 교육현장이 이런 규율로만 운영되는 것 자체가 그리 교육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차원의 문제 해결은 역시 학생들 각자가 휴대전화 사용의 윤리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성찰하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의 최대 애호품을 휴대전화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성인 세대가 주로 업무용으로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반면에, 청소년들은 일상적인 사적 교감의 수단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 같다. 그들은 어느 세대보다 휴대전화 매뉴얼에 익숙하고, 다양한 용도로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그러나 정작 휴대전화의 윤리적 활용 문제에 대해서 토론하고 학습하는 시간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청소년만이 휴대전화와 관련된 윤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휴대전화 제작과 보급, 활용에서 선진국을 자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그것은 아주 시급한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휴대전화의 기술적 진화가 우리 생활과 의식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전의 유선 전화기가 가족 전체가 공유하는 전화로서 기능했다면, 오늘날 휴대전화는 가족 구성원 각자의 전화이다. 이제 개인은 가정 안에서 나름의 완벽한 개체성을 인정받는다. 휴대전화야말로 가족 안에서 상당한 프라이버시의 영역이 되었다. 서로에게 걸려온 전화를 바꿔주던 그 개방된 유선전화와는 엄청난 질적 차이가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가 갖는 신속한 매개성은 또한 성찰의 여백을 제거할 수 있다. 휴대전화가 없었다면, 그래서 좀 더 생각하고 전화했더라면 좋을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휴대전화는 생각의 속도보다 전달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고 있고 그에 따른 우리 생활과 의식의 변화는 지대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중요한 매체에 대한 성찰을 제대로 하면서 살아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매체가 우리를 형성하는 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매체를 형성해 나갈 것인가 하는 오래된 문제의식 역시 휴대전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목, 2005년 11월호, 송태형(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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