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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1: 가르멜 성인들에게 공통된 영성적 특징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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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4-07 ㅣ No.653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1) 가르멜 성인들에게 공통된 영성적 특징들 ①


‘하느님 신앙의 수호자’ 엘리야 예언자 후예들



가르멜 수도자들은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심을 지니고 있어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녀의 형제들’이라 불렸다.


이번 호부터 약 1년간 우리는 네 분의 가르멜 성인들(십자가의 성 요한, 성녀 소화 데레사, 성녀 에디트 슈타인, 삼위일체의 복녀 엘리사벳)의 생애와 영성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분들의 영성을 살펴보기 전에 이분들을 그 근본에서부터 이해하게 해주는 핵심적인 요소들을 먼저 나눠볼까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가르멜 수도회’라고 하는 영적 토양입니다.


가르멜 수도회의 시작

많은 가르멜 성인들의 원류가 되는 가르멜 수도회는 12~13세기 십자군 원정과 더불어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에 예루살렘 왕국이 세워지면서 시작했습니다. 당시 성지를 수호하기 위해 왔던 기사들 중에 하이파의 가르멜 산 골짜기로 들어가 은수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처음에 혼자 은수생활을 하다가 그 수가 많아지자 그들 가운데 리더인 ‘브로카르도’를 중심으로 공주 은수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순수한 하느님 신앙의 수호자였던 엘리야의 후예이자 성모님의 형제들로 자처하며 당시 예루살렘의 알베르토 총대주교로부터 삶의 규범을 청해 「원 회규」를 받았습니다. 이 「원 회규」는 가르멜의 은수자들뿐만 아니라 성지 전역에 그리고 시리아 등지에 흩어져 생활하던 은수자들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됩니다. 다시 말해 성지 곳곳에 흩어져 살았던 은수자들이 가르멜의 은수자들을 중심으로 하나로 모여 가르멜 수도회를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이들이 모토로 삼았던 영성은 크게 네 가지로 집약됩니다. 이 네 가지 특징은 훗날 가르멜 성인들의 영성에 공통된 자양분을 전해주었습니다.


엘리야 예언자의 후예들

무엇보다도 가르멜 수도자들은 자신을 엘리야 예언자의 후예로 자처했습니다. 일찍이 가르멜 산은 엘리야 예언자가 활동했던 주 무대자 바알 사제들과 맞서 경합을 벌여 순수한 야훼 신앙을 지켜냈던 곳입니다. 엘리야 이후 야훼 하느님을 향한 일편단심의 신앙을 살고자 했던 수많은 은수자들은 구약 시대 내내 가르멜 산을 찾아왔고 신약 시대로 들어와서도 적지 않은 은수자들이 가르멜 산에서 주님을 향한 열렬한 사랑을 불태우며 살았습니다. 가르멜 수도회의 모토인 “저는 만군의 주 하느님을 위하여 열정에 불타고 있습니다”(1열왕 19,10)라는 구절에는 하느님을 향한 엘리야의 열정과 그분에 대한 깊은 체험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가르멜의 영적 전통에는 ‘엘리야’로 대변되는 예언자적 정신이 그 근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르멜 산 성모님의 형제들

또한 가르멜 수도자들은 성모님에 대한 깊은 신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은 ‘가르멜 산의 복되신 동정녀의 형제들’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초창기 가르멜 수도자들은 신약의 새 하와이신 성모님에게서 완전한 성성(聖性)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성모님은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결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온전히 순명하며 그분의 말씀을 잉태한 여인이자 성교회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들은 직관적으로 이 점을 간파했으며 그래서 수도회 시작부터 그분의 ‘종’이자 ‘아들’ 그리고 ‘형제’로 표방하며 그분의 품 안에서 고유한 성모 신심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들은 구체적으로 성모님을 ‘여왕(Regina)’이자 ‘어머니(Mater)’ 그리고 ‘누이(soror)’로 고백하며 자신들의 영성 생활의 안내자요 수호자로 그분을 공경했습니다.


가르멜 영성의 근간 ‘거룩한 독서’

가르멜 수도회는 창립될 당시부터 성경의 전통 안에 뿌리를 둔 공동체였습니다. 가르멜 산에서 은수생활을 해오던 초창기 회원들은 ‘성경’을 자신들의 삶의 근본 바탕으로 여기며 밤낮으로 성경을 묵상해 왔습니다. 이러한 성경 묵상의 전통은 가르멜 수도회 영성의 근간이 됐습니다. 초기 회원들이 사용한 「원 회규」에는 다음과 같은 규범이 있습니다. “각자는 다른 정당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한, 자기 수방이나 그 근처에 머물며 주님의 법을 밤낮으로 묵상하고 깨어 기도할 것입니다.” 이러한 성경 묵상 규범은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즉 ‘거룩한 독서’라는 형태로 구체화됐습니다. 이런 거룩한 독서의 영향으로 인해 후대의 가르멜 성인들은 성경을 못자리 삼아 자신들의 고유한 영성을 활짝 꽃피웠습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들

또한 가르멜 수도자들의 삶의 바탕 가운데 하나는 자신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로 인식하고 가르멜에서의 수도생활을 그 구체적인 실현 과정으로 보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들은 가르멜을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영적 전투’를 치루는 전장(戰場)으로 여기며, 사도 바오로의 권고처럼(에페 6,11 참조), 정의의 띠로 허리를 동이고 거룩한 생각으로 마음을 강하게 하며 그리스도의 말씀의 칼로 영적 전투에 임했습니다. 그럼으로써 그리스도께서 권고하신 완전한 자, 거룩한 자가 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 필자 약력

▲ 1998년 수품(맨발 가르멜 수도회)
▲ 2001년 교황청립 테레시아눔 대학원, 신학적 인간학 전공, 신학박사
▲ 2006년 아빌라 신비신학 대학원, 신비신학 및 가르멜 영성 전공
▲ 2007~2011년 아빌라 신비신학 대학원 교수
▲ 2012년~현재 대전 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 여러 신학총서를 통해 다양한 교의신학 교과서들을 출간했으며 「가르멜 총서」와 「가르멜의 향기」 시리즈를 창간, 다양한 가르멜 영성 서적들을 출간하고 있다.

[평화신문, 2015년 4월 5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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