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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16: 영성 생활과 영성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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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23 ㅣ No.714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 영성 산책] (16) 영성 생활과 영성신학


영성, 이성적으로 접근해 이론적으로 설명해야



20세기 초에 교황님들께서 신비신학 및 수덕신학 강좌 개설을 권고하신 후, 가톨릭 교회 안에서 나타난 신비 생활과 수덕 생활에 대해 이론적인 체계를 세워 학문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만이 유일한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새로운 용어의 발굴과 정착이었습니다. 2000년 동안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던 영적 여정은 서서히 ‘영성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집약되면서, 영성 생활의 이론을 정립하는 학문은 ‘영성신학’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기점으로 가톨릭 교회는 영성신학이라는 명칭을 공식화해 사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1965년 발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제 양성 교령」에서는 영성 생활을 심화하는 영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1970년 발표된 가톨릭교육성 문헌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에서는 다른 많은 신학 분야들 중의 하나인 영성신학을 직접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1979년 발표된 교황령 「그리스도교적 지혜」에서도 다른 신학들과 분명히 구분되는 영성신학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가톨릭 교회는 공식적으로 하느님을 찾아 나아가는 인간 영혼의 영적 여정을 영성 생활이라고 일컫게 됐고, 영성 생활을 이론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을 영성신학이라고 일컫게 됐습니다.

하지만 영성신학이라는 학문이 다른 분야의 신학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독자적인 학문일 수는 없습니다. 영성신학은 특별히 교의신학 및 윤리신학과 유사한 연관성을 지니는 것과 동시에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징도 함께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문으로서 영성신학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교의신학 및 윤리신학과 비교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영성신학은 교의신학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모호할 수 있는 교의신학은 세상 학문의 방법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객관적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간 영혼의 영적 여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라서 역시 모호할 수 있던 영성신학도 교의신학을 비롯해 세상 학문의 방법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객관적인 체계를 지닌 학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교의신학과 마찬가지로 영성신학 역시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필요로 하는 학문이라는 점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의신학이 연구하는 대상은 하느님 자체인 것에 비해 영성신학은 바로 그 하느님을 향해 가는 인간이 연구 대상이라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또한 교의신학이 이론적 연구에 치중하는 학문이라면, 영성신학은 인간의 행동 양식을 살피는 실천적 학문입니다.

한편, 인간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는 실천적 학문 입장에서 영성신학은 윤리신학과 유사한 모습을 지닙니다. 윤리신학과 영성신학은 하느님 앞에 서 있는 인간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다루는 학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신앙인이 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며 성덕으로 나아가는 길을 연구합니다. 따라서 학문의 성격도 이론적이기보다는 실천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두 신학의 유사한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윤리신학은 인간 행동의 구조를 연구해 죄가 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보편적인 행동 규범을 만듭니다. 많은 사람이 경험했다고 해서 규범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에 반해 영성신학은 하느님을 향한 영적 발전을 도모하는 인간의 경험을 연구합니다. 죄와는 거리가 있는 이 경험들을 토대로 보편적인 행동 규범을 만듭니다. 따라서 영성신학을 초월적인 인간학이라고도 언급합니다.

현대 영성신학자 베르나르는 저서 「영성신학」에서 “영성신학은 계시 원리에 입각해 그리스도인의 영적 체험을 연구하고 그 점진적 발전을 기술하며 그 체험의 구조와 법칙들을 파악하고자 하는 신학의 한 분과”라고 정의합니다. 결국 영성 생활은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이론적으로 설명 가능한 신학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8월 23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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