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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지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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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문화 속 교회 이야기] 지진 지진연구 선구자 예수회 사제, 대규모 관측 네트워크 구축도
- 지진계를 시험하고 있는 매클웨인 신부.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 제공.
일본과 에콰도르를 강타한 지진 참사에 전 세계가 위로를 전하고 지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지진을 연구하는 지진학의 발전에는 지진 피해자를 최대한 줄이고자 하는 성직자들의 노력이 큰 영향을 줬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 신자들은 지진을 ‘하느님이 내린 재앙’이라고 여겼다. 다른 자연재해들도 그랬지만, 땅이 뒤흔들리는 지진은 피할 곳조차 없었기에 더욱 무서운 재난이었다.
교회가 지진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1755년 포르투갈 리스본의 대지진 때문이다.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날에 발생한 지진과 해일로 10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그중 많은 수가 성당에서 미사에 참례하던 신자들이었다. 이 사건은 신학자·철학자들 사이에서 맹렬한 논쟁거리가 됐다. 하느님은 왜 죄 없는 이들에게 무서운 재앙을 내리셨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의 신학자들은 하느님이 지진을 통해 많은 사람을 구원하려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지진을 이해하려 하기 시작했다.
지진학의 선구자는 예수회 회원들이었다. 지진 연구에 기여한 바가 수없이 많았기에 지진학을 ‘예수회의 과학’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특히 1909년 예수회 프레데리크 루이스 오덴바흐(Frederick Louis Odenbach) 신부는 최초로 대규모 지진관측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는 아메리카대륙 전역에 걸쳐 세워진 예수회 설립 교육기관에 동일한 지진계를 설치해 대륙 차원에서 지진의 움직임을 조사·연구했고, 그 자료들을 국제 지진연구센터로 보냈다.
지진학자로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학자는 예수회 제임스 매클웨인(James Bernhard Macelwane) 신부다. 세인트루이스대학교에 있던 그는 서방세계에서는 처음으로 지구물리학과를 창설하고, 미국 첫 번째 지진학 교재인 「지진학 입문」을 썼다. 매클웨인 신부는 뛰어난 학자로 미국지진학회와 미국 지구물리학연맹의 회장을 역임하는 등 지진학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오늘날에도 그의 업적을 기려, 미국 지구물리학 연맹은 36세 미만의 뛰어난 지구물리학자에게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지진계 축복예식의 옛 예식서에는 예수회 회원들의 모토이기도 한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잘 작동하기를 바라는 기도문이 들어 있다. 교회가 지진학을 이끌어온 것은 바로 양떼를 재난에서 보호하고 하느님의 구원으로 이끌려는 사목적 열정 때문이었던 것이다.
[가톨릭신문, 2016년 5월 15일, 이승훈 기자] 0 2,139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