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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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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34

[레지오와 마음읽기]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기)



영국 의회에서 어떤 초선 의원이 청산유수로 완벽한 연설을 했다. 연설을 마치고 난 뒤 윈스턴 처칠에게 다가와 평가를 부탁했다. 물론 처칠로부터 탁월한 연설이었다는 칭찬을 기대하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의 대답은 의외였다.

“다음부터는 좀 더듬거리게나!”

처칠은 왜 이런 조언을 했을까? 아마도 처칠은 경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벽한 이들보다 약간 빈틈이 있는 이들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마음의 현상, 즉 실수나 허점으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매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심리학에서 ‘실수효과’라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리엇 애런슨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실험 참여자들은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사람들에 대한 호감도를 평가하는 것이었는데 녹음내용은 퀴즈대회 실황과 그 이후의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대담 내용이었다. 실험 대상자들은 90% 이상의 문제를 풀어낸 학생과 30% 정도만 풀어낸 학생, 두 그룹이었고 이들은 다시 대담 중에 커피를 쏟아 새 옷을 버리는 실수를 하고, 평상시 자신들의 실수담을 늘어놓는 그룹과 대담 중에 어떤 실수도 없었으며 개인적 허점 또한 털어놓지 않는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들 중 최고의 호감을 얻어낸 그룹은 어디였을까? 바로 문제를 잘 풀면서도 대화 도중 빈틈을 보이고 개인적인 실수담을 털어 놓은 대상자들이었다. 이처럼 사람들은 완벽하여 잘난 척 하는 사람보다는 다소 허점이 있는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다소 허점 있는 겸손한 사람 좋아해

이런 현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사람들은 너무 완벽한 상대에게는 일반적으로 열등감을 느끼며 또한 시기심도 생기게 된다. 그리고 결점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위선적이고 인간미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그 결점 없는 상대에게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게 될까봐 경계심을 품게 된다. 이렇게 자기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긴장하게 하는 상대를 좋아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상담에서도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하여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진솔하게 공개하는 ‘자기 공개기법’도 있으니 자신의 약함을 보이는 실수가 그리 나쁘게만 작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명심할 것은 이렇게 실수로 얻은 호감을 잘 유지하려면 실수와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수를 변명하느라 말을 많이 하거나 자신을 자책하기 보다는 잠시 동안 부끄러움을 가라앉히며 침묵하거나,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하여 침착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정이 허락한다면 그 실수에 대한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실수나 부족함, 단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

레지오 단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간부 직책 제의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다. ‘내가 과연 그 일을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혹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라도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과 ‘나의 무지와 무능력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 등이 간부직을 수락하는 것을 망설이게 할 것이다. 실제로 레지오에서 간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나쁜 장교가 있을 뿐, 나쁜 사병은 없다.”라는 말처럼, 특히 로마 군대의 형식과 정신을 본받은 레지오 조직 내에서, 일반 단원들의 수준은 간부들이 불어넣어 주는 정신과 활동의 수준을 뛰어넘기 힘들다.

그래서 교본에서는 레지오 열정의 원천은 간부라고 하며 그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 간부의 임기를 제한하고, 문제 있는 쁘레시디움을 개편할 때도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단장도 함께 교체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쁘레시디움, 나아가 레지오의 운명은 간부의 손에 달려있다고도 할 만큼 간부직책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이렇다보니 단원들에게 간부직책에 대한 제의는, 레지오 순명정신으로 거부할 수도 없어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 앞에서 말한 ‘실수효과’가 직책을 받아들이는데 힘이 되지 않을까? 순명을 통하여 그 직책을 받아들이고 성모님께 자신과 생활을 봉헌하고 그 마음가짐으로 성실히 의무를 수행한다면,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실수나 부족함은 단원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꾸생(Cousin)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모님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시중드는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 5)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성모님의 분부대로 그 사랑과 희생의 항아리에 일상생활에서 겪는 잡다한 일들, 즉 아무 맛없는 물을 쏟아 붓기만 한다면, 카나의 기적은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 물이 맛 좋은 포도주로,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최상의 은총으로 변화되는 것이다.”(교본 69쪽)

레지오 마리애가 군대 형태로 조직된 이유는 성모님께 자신을 맡기며 그리스도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주어진 직책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성모님께 모든 것을 봉헌하는 충성과,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는 덕행으로 드러난다. 가나의 기적은 인간이 물을 붓기만 하면 나머지는 예수님이 알아서 해주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니 완전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물 붓기를 지시하신 성모님께 모든 것을 맡기며 나아가는 게 가장 큰 지혜일 수 있다. 성실이 바탕이 된다면 실수조차도 호감을 사게 한다니 이것처럼 안심이 되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3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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