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9일 (수)
(홍)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가톨릭 교리

하나인 교회 안에 여러 교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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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4-25 ㅣ No.422

[알기 쉬운 교리상식] 하나인 교회 안에 여러 교파들 (1)

 

 

교회는 한 분이신 하느님의 백성이기 때문에 하나여야 하고,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에 하나여야 하고, 교회를 보호하시는 성령도 한 분이시기에 하나여야 한다. 교회의 창립자이신 예수님께서 원하신 교회는 당연히 하나의 교회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지상교회는 그 역사 안에서 분열을 겪어왔고, 종파 간에 대립과 반목, 심지어 물리적 충돌까지 있어 왔다. 그리스도의 몸의 단일성에 상처를 입히는 분열들은 우리 인간이 근본적으로 나약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0년 역사 안에서 그리스도교(기독교)는 크게 두 번의 분열을 겪었다.

 

 

1. 첫 번째 분열 : 가톨릭교회와 정교회 분열

 

성령 강림으로 설립된 그리스도교는 그 시작부터가 박해의 역사였다. 초기 그리스도교는 유대인들로부터 박해를 받기도 했지만, 절대 권력을 지녔던 로마황제들로부터도 300년이란 기나긴 시간 동안 혹독한 박해를 받아왔다. 박해기간 동안 교회는 교회조직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며 박해를 피해 다니기에 바빴기에 공동체 사이에 서로를 간섭할 일이 없었다.

 

313년에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종교의 자유를 선포함으로써 박해시대는 끝나고 교회는 조직과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하였다. 381년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선포함으로써 교회는 더욱 더 큰 힘을 얻게 되었다. 교리체계가 잡혀 가던 이 시기에 교회 안에는 크고 작은 이단들이 발생했지만 하나의 제국 아래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교회는 여러 차례의 공의회들을 통하여 이단들에 대처하면서 교리를 정비해 나갔다.

 

그런데 395년에 로마제국이 동·서로마제국으로 분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제국이 갈라지니까 교회도 동·서방 간에 간격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마제국의 서방교회들은 로마(교황)를 교회의 중심이요 으뜸으로 여겼다. 하지만 동로마제국에 속한 동방교회들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로마교회가 전체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것은 맞지만, 모든 교회는 동등하고 로마교회가 다른 교회를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교황의 수위권 문제와 교리논쟁 등으로 500여년을 대립해 오다가 1054년에 서로를 파문하면서 갈라서게 되었다. 1965년 12월 7일,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나갈 무렵에 동·서 교회는 상호파문을 철회하였으며, 오늘날까지 양 교회대표의 만남을 계속해 오고 있다.

 

정교회 소속 신자는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명 정도이다. 정교회는 국가나 민족의 이름을 앞에 붙이는데, 러시아정교회, 그리스정교회, 루마니아정교회, 불가리아정교회, 키프러스정교회 등으로 부른다. 한국에 정교회가 들어온 것은 구한말 열강들의 각축이 치열할 즈음에 조선에 진출하였던 군인과 관리들을 비롯한 러시아인들에 의해서였다.

 

1900년 2월 17일에 러시아 공사의 관저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함으로써 본격적인 정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배함으로써 정교회는 힘을 잃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거의 소멸위기에 처했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중에 그리스군대가 연합군자격으로 참전하게 되었고 당시 군종신부로 파견되었던 그리스군종신부에 의해 한국정교회는 재건되었다.

 

러시아정교회와 미국대교구, 뉴질랜드대교구 등의 소속으로 있다가 2004년에 한국대교구가 설립되었으며,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교구청을 두어 한국정교회를 이끌고 있다. 서울, 인천, 부산, 전주, 춘천, 양구, 울산, 경기도 파주 등지에 지역성당이 있고 경기도 가평에 수도원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10여명의 성직자가 사목하고 있으며 3000명 내외의 정교회 신자가 있다.

 

가톨릭교회와 교리적인 차이는 거의 없고, 전례나 교회생활, 관습 등에서 약간씩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7성사 모두 동일하며 가톨릭 신자가 정교회의 미사에 참여하거나 정교회 사제에게 고해성사를 보더라도 유효하다. 신심생활은 삼위일체 중심이고 성모님과 성인공경신심도 활발하다. 전례는 예수 부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성탄 대축일을 1월 6일(가톨릭교회의 주님 공현 대축일)에 지낸다. 일반적으로 전례가 화려하고 장엄하며 양형영성체를 한다. 수도자를 제외하고는 성직자의 독신의무가 없고 주교가 되기 위해서는 독신이 요구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에 가톨릭이 전통을 시대에 맞게 적응시켜 나갔다면, 정교회는 초대교회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잘 보존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바오로 사도의 선교여정을 따라서 그리스에 성지순례를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교회 건물만 보지 말고 동방전례에 한 번쯤 참여할 기회를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월간빛, 2011년 4월호, 하창호 가브리엘 신부(제5대리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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