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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사회교리: 인간 창조와 이주 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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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10-21 ㅣ No.677

[김명현 신부의 사회교리] 인간 창조와 이주 본성


우리는 지난 두 차례에 걸쳐 예수 그리스도의 본성과 삶에서 이방인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이번호에서는 인간이 창조 때부터 이주하도록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하느님은 인간을 그저 한 자리에 머물도록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주하도록 창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은 인간에게 번성의 축복과 세상을 다스릴 권한을 주셨는데, 이는 인간의 이주 본성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주 본성에 대한 이러한 고찰은 이주로 인하여 발생하는 다문화 현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1. 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 다르지만 같은 존재

하느님은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당신의 통치권에 참여시키기 위해서 인간을 당신의 모상에 따라 창조하였다. 따라서 인간은 창조된 순간부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닮은 존재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즉 인간을 하나의 똑같은 존재로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서로 다르게 창조하셨지만 똑같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창세기 2장에 따르면 인간을 창조하는 방법이 다르게 나타난다. 하느님은 남자는 흙으로 창조하였고,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창조하였다. 비록 남자와 여자의 창조 방법이 다르지만 여기에는 남자와 여자가 같은 근원에서 창조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느님은 남자를 “흙의 먼지”(창세 2,7)에서 창조하시고, 여자를 다른 흙의 먼지로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남자의 갈빗대를 가지고 여자를 창조하셨다. 이는 여자가 남자의 일부분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즉 남자와 여자는 똑같은 흙의 먼지에서 창조되었기에 그 기원이 동일하다. 그러기에 남자가 여자를 보고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창세 2,23)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명확히 증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남자와 여자가 똑같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고, 똑같은 근원인 흙의 먼지에서 창조되었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일치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인간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창조 되었지만 같은 흙에서 나왔고 하느님의 똑같은 생명을 받았기에 서로 다르지만 일치할 수 있는 근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경의 인간창조설화는 먼저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의 모상이며, 흙에서 만들어진 피조물인 점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 달리 말해 인간은 피부색, 언어, 민족, 혈통, 문화, 종교, 국가, 교육정도, 성별, 노소, 빈부 등에서 서로 다른 점은 있지만 이 다른 점 때문에 인간은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지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며, 똑같은 하느님의 생명을 받고 있는 존재로 세상의 최정상에 존재하는 피조물인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다문화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먼저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의 모상이며 흙에서 빚어진 피조물이자, 똑같이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고 있는 점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란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나오며, 피조물이란 점에서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의무가 도출되기 때문이다.


2. 하느님의 축복과 통치권 수여: 이주와 협력의 의무

하느님은 남자와 여자를 서로 다른 방법으로 다르게 창조하셨다. 즉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성적인 차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역할의 차이가 있다. 하느님은 남자가 “자기에게 알맞은 협력자를”(창세 2,20) 찾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여자를 창조하셨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여자를 남자가 하는 일을 돕도록 창조하였단 말인가? 남자가 모든 일을 주도하고 여자는 그저 남자의 보조적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말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려면 ‘알맞은 협력자’란 말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내리신 축복의 말씀을 살펴보면 ‘알맞은 협력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남자와 여자에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는 축복을 주셨다. 이 축복을 통해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녀의 번성과 세상에 대한 통치권을 수여하셨는데, 이 축복은 동시에 인간에게 의무가 된다. 즉 인간이 가만히 있어도 이 축복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 축복의 실현을 위해 필연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협력해야만 할 의무가 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자손번성과 통치권은 남자나 여자 어느 한쪽에 주신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에게 공히 주셨기에(참조. 창세 1,28) 남자와 여자는 이 축복을 실현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여야 한다.

하느님은 흙의 먼지를 가지고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였지만 본질적으로 하느님을 닮은 같은 존재로 창조하였으며, 이들의 모습이 비록 다르지만 자손번성의 축복과 세상 통치권을 똑같이 주셨고 이 일들을 위해 서로가 협력자가 되도록 창조하셨다. 따라서 ‘알맞은 협력자’란 남자가 주도적으로 하는 일에 말없이 순종하며 보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하느님이 주신 자손 번성의 축복과 세상 통치권에 남자와 여자가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당신이 주신 축복과 통치권에 인간이 참여하시길 원하시기 때문이다. 실상 자손번성과 통치권은 인간의 고유한 권한이 아니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 즉 자손 번성은 근원적으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게 속하는 것이다. 인간이 자손을 출산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한 것인데 이는 남성과 여성의 협력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는 말씀으로 자손 번성의 축복을 주시고, 이 축복을 성취하기 위해 하느님은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는 말씀을 통하여 혼인 제도를 창조하셨다. 이제 인간은 자식을 낳고 번성하기 위해 남자는 부모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야 한다. 이러한 혼인제도 안에 남자가 부모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는 것이다. 인간이 땅을 가득 채우기 위해서 인간은 한 곳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찾아 이주하여야 한다. 아울러 인간이 온갖 생물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다른 생물이 있는 곳으로 이주를 해가야만 한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이 인간에게 부여하시는 통치권에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이주를 하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결론 : 인간, 이주의 본성을 지닌 피조물

인간 창조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은 서로 다르게 창조되었지만 모두 흙에서 창조되었고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다. 여기에서 인간은 서로 다양한 모습, 즉 성별, 연령, 언어, 피부색, 문화, 종교, 국가 등이 다를지라도 똑같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으며 일치에로 불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다문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의식이다. 둘째,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자손 번성과 세상 통치권의 실현은 이주를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하느님의 두 가지 축복은 인간의 이주 없이는 실현될 수 없기에 인간은 이주의 본성을 창조 때부터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오늘날 현대인들의 이주로 인해 발생하는 다문화현상은 인간 본성과 관련된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창조와 관련된 성경의 가르침에서 우리는 이주와 이주로 일어나는 다문화 현상이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월간빛, 2012년 10월호, 김명현 디모테오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다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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