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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작은 부탁 조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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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39

[레지오와 마음읽기]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작은 부탁 조심하기)



일전에 지인이 다니던 소도시의 조그만 개신교회가 신천지에 의해 와해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요즘 성당에서도 신천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야기가 자주 거론 되는 것을 보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현혹된다는 것이니 그들의 포교방법이 예사롭지 않음을 짐작하게 된다.

한 때 여호와 증인의 포교방법이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 실제로 우리 레지오 단원도 두 명씩 짝을 지어 다니게 되어 있는 것처럼 - 이 집 저 집을 다니면서 자신들의 종교를 전했는데, 그들은 깨끗한 정장 차림에 깍듯한 태도와 정중한 말씨로 다가가,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고 문을 열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여호와의 증인이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다시 방법을 바꾸어, 여전히 깔끔한 인상과 상냥한 말씨에다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즉 조그만 설문을 미끼로 일단 문을 열게 하여 말을 건넨 다음 나중에 자신들의 종교를 선전하는 방법인 것이다.

그런데 신천지에서는 한술 더 떠서 이처럼 작은 부탁을 통한 온갖 기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신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전철역 주변에서 청년 2~3사람씩 모여서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서 혹은 학교 과제 때문이라며 설문지 작성을 부탁하고는 자신들의 성경말씀을 전하거나, 각종 심리검사나 상담을 해준다고 하면서 대화를 유도하거나, 스피치 학원생이라며 말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며 말을 걸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신상정보를 캐내어 그들의 성경공부로 끌어들인다고 한다.

이렇게 상대가 큰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큰 요구 이전에 받아들이기 쉬운 작은 요구를 제시하는 방법을 심리학에서는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foot-in-the-door technique)’이라고 한다.


작은 부탁을 들어준 다음에는 더 큰 부탁도 들어줘

1960년대 초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조너선 프리드먼과 스콧 프레이저는 획기적인 실험을 했다. 실험 내용은 연구팀이 캘리포니아 소비자 단체로 가장하여 무작위로 선택한 150명 이상의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더 가이드’라는 잡지에 기사를 싣기 위해 가정용품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며 설문조사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집단은 설문조사를 부탁하면서 이 잡지사는 다른 경쟁 잡지사와 달리 모든 조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6명의 조사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두어 시간 동안 주방과 찬장을 조사하여 설문조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집단에게는 처음부터 모든 곳을 샅샅이 조사하겠다고 요청하지 않고 선호하는 가정용품에 대한 전화 설문조사에 응하겠느냐고 하여, 동의를 받은  3일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여섯 명의 조사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집안을 샅샅이 조사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앞의 집단(처음부터 가정조사를 이야기한 집단)에서 설문조사에 동의한 여성은 집단 전체 여성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뒤 집단(처음에는 말하지 않고 나중에 가정조사를 이야기한 집단)에는 거의 모든 여성이 설문조사에 동의했고 방문조사에는 전체의 절반이 넘는 여성이 이 요청을 수락했다.

이렇게 사람들은 이미 작은 부탁을 들어 준 다음에는 더 큰 부탁도 들어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향은 4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많은 상황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이 근로 조건을 약간 변경하는 데 동의하게 하면 나중에는 더 큰 변경에도 쉽게 동의하게 된다든가, 일반 사람들이 소액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게 하면 나중에 더 큰 기부도 하게 된다는 것 등이다.


사람의 마음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 중요

이런 방법이 효과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처음 요구를 따른 우리의 행동 때문이다. 즉 우리가 한 번 어떤 일에 개입하게 되면 이것 때문에 일관되게 약속을 지켜 나가야한다는 압력을 무의식적으로 느끼게 되어, 결국 처음에 들었다면 쉽게 수락하지 않았을 큰 요구도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K자매는 학창시절 공부는 잘했지만 대인관계가 힘들었다. 결혼 후에도 별로 친구가 없다가 인정 많은 이웃 아주머니를 알게 되어 그분의 권유로 성당에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멀리 이사를 가게 되었고 단체 활동도 없었던 그녀는 다시 외로워졌다. 그래서 학구적이었던 그녀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혼자서 성경을 읽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찾아온 낯선 사람이 부탁한 설문지에 답변을 하자, 그 사람은 자신이 이해되지 않는 성경구절에 대해서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고 한다. 지금 그녀는 여호와의 증인이 되어 교회나 성당은 전부 사탄의 공동체라며 모두 미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성당으로 나오라고 하면 성경 내용으로 자신을 이해시키면 나오겠다고 한다.

레지오 활동을 하다보면 한 사람의 영세자를 만드는 것에 꽤 많은 공(功)이 들어감을 알 수 있다. 입교권면부터 시작하여 예비자로 돌보면서 영세에 이르기까지, 그 시간과 노고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우리가 잘 돌보지 않은 신영세자나 신앙생활을 잘 하지 못하는 오래된 신자들이 어떤 이유로든 냉담자가 되는 것을 넘어 다른 종교, 특히 사이비라고 여겨지는 종교에 빠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누구라도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 않으면 이런 유혹에 빠져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으니 사람의 마음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은 이런 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소위 심리학을 공부하다보면 사람을 내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알게 된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 그 방법들에 따라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마음이 어떤 방법에 어떤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잠깐 멈추어 서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여 선택하는 것인지를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남의 의견에 따라 나도 모르게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 (로마서 12장 2절)

참고도서
1. 심리학과의 만남 - 시그마 프레스
2. 59초 - 웅진 지식하우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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