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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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세속의 눈에는 바보로 비칠 것이다(하느님 모셔다드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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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43

[레지오와 마음읽기] 세속의 눈에는 바보로 비칠 것이다(하느님 모셔다드리기)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가 결혼한 장소로 유명한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서 전해져 오는 일화가 있다. 이 성당을 설계한 크리스토퍼 렌 경이 어느 날 그 성당을 건축하는 노동자들에게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하고 물었다. 대부분의 노동자는 “나는 벽돌을 쌓고 있습니다” 또는 “나는 돌을 나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유독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가 눈에 띄었다. 렌 경은 그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였는데 그는 “나는 장엄한 성전을 건축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는 다른 노동자들이 일에 지치고 짜증이 난 듯 힘들어 보인데 반하여 아주 활기찬데다 즐거워 보이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프레임’의 차이라고 말한다. 프레임은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세상에 대한 은유, 혹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 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위의 경우처럼 일을 즐겁게 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일이 단순한 노동이나 돈벌이가 아닌, 성전을 짓는다는 의미중심의 프레임으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노동이라도 다르게 다가왔고 그래서 다른 모습으로 일하게 되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무학대사의 말처럼 배고픈 사람에게는 거리를 지나거나 TV 드라마를 보거나 먹는 것만 눈에 들어온다. 또한 아이를 둔 부모가 되면 대중매체 속의 비속어나 성(性)적 표현들에 민감해진다. 이것은 프레임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변하여 우리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렇게 변한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면 당연히 세상은 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결국 어떤 프레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삶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은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사소한 주변 물건도 생각과 행동에 영향 끼쳐

스텐퍼드 대학교의 리 로스(Lee Ross)교수 연구팀은 물건에 의해서도 프레임이 자동적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지를 연구하였다. 이 연구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먼저 어떤 특정한 물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한 뒤, 일정한 액수의 돈을 상대와 나눌 수 있는 분배 권한을 주면서 그들이 어떻게 나누는 지를 관찰하였다.

A팀은 서류가방, 만년필, 회의실 테이블, 정장, 정장용 구두 등, 비즈니스와 관련된 물건들을 보여주었고 B팀은 비즈니스와 무관한 연, 전기소켓, 칠면조, 고래, 악보 등의 물건을 보여주었다.
그런 뒤 돈을 상대와 나누게 하니, 50:50으로 공정하게 나누기를 한 경우가 A팀의 경우는 33%에 불과 하였고 B팀의 경우는 91%나 되었다. 결국 사람들은 경쟁과 관련된 물건들에 노출만 되어도 무의식적으로 경쟁 프레임을 갖게 되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성향을 가진 물건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프레임이 결정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사소한 주변의 물건에 의해서도 생각과 행동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내 주변의 물건들은 단순한 생활도구로서의 기능을 넘어선 프레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 자매는 유아영세를 받아 착실하게 신앙생활을 해왔지만 어린 아들 둘과 성당에 가는 것이 힘들어 냉담을 하였다. 신자가 아닌 남편은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일요일에 나간다고 불만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맡기기 힘들어 한 두 번 빠지던 것이 결국 둘째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다시 나오게 된 성당에서 자연스레 레지오 단원이 되었고 지금은 두 아이도 주일학교에서 복사까지 하고 남편은 입교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녀는 성상을 집에 모셔둔 것이 가정 신앙이 굳어지는데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냉담을 하던 중에도 비록 방 한 쪽에 걸려 있긴 했지만, 십자가를 보면 늘 성당을 생각하게 되었고, 레지오 선배들의 충고로 십자가와 성모상을 집안의 중심인 거실에 모시면서, 그녀에게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종교 교육은 성상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자신 또한 성상을 보면서 신앙인이라는 것을 매번 의식하며 더 당당하게 남편에게 입교권면을 하게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성물을 보급하고 신심을 널리 전파해야

교본에 ‘레지오 단원들은 교회가 공인한 ‘성의’(聖衣, 스카플라), ‘메달’, ‘뱃지’를 활용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성물들을 보급하고 그 신심을 널리 전파하면 은총의 수로가 뚫리게 되며, 이 수로를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풍성한 은총을 내려 주신다.”(459쪽)라고 되어 있다. 또한 ‘레지오 단원들은 신자들로 하여금 가정에 십자가와 성상을 모시고, 벽에는 성구(聖句)와 성화를 걸고, 성수를 준비하고, 기도로써 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축성된 묵주를 마련하라고 권면함으로써 가정의 신심을 북돋우어야 한다.(450쪽)’라고도 되어 있다.

그러니 신자로서 묵주나 묵주반지, 성경, 성화나 성구 카드, 혹은 기적의 패 목걸이 등을 지니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아니다. 나아가 성물 판매 봉사나 소년 레지오 단원들에게 기적의 패를 나누어 주는 활동들 또한 이런 뜻에서 좋은 활동이 되며 그 효과 또한 과학적으로도 증명되는 것이다.

하느님을 생각하는 ‘하느님 프레임’(글쓴이가 임의로 표현한 단어)은 신자들에게 참으로 중요하다. 그것은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의 눈을 열어 주어 그들과 빵을 나누는 이가 예수님임을 알아보게 했고, 갈바리아의 백인대장에게는 죽어가는 그분이 바로 구원자이심을 알아보게 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레지오 단원들에게는 활동의 악조건들이 방해 요인이 아닌 성공의 전제 조건이며, 실패로 보이는 일은 늦추어진 성공이며, 단원의 의무는 무거운 짐이 아닌 영생을 향한 수단이 된다는 새로운 시각을 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음의 말이 나의 이야기라고 느껴진다면 나는 지금 하느님 프레임을 갖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표지가 될 것이다.

“이들은 여느 사람들과 같지 않으며, 세속의 눈에는 바보로 비칠 것이다. 이들의 신조는 자신의 편안이 아니라 희생이기 때문이다.”(알프레드 오래힐리 몬시뇰: 교본 382쪽)

참고도서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 (21세기 북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3년 12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인터넷중독 전문상담사, 서울서초여성회관 독서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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