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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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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47

[레지오 영성] 슈퍼맨



금년 1월 말경에 바티칸 근처 건물벽면에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그 벽화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SNS를 통해 금세 온 세상에 그 모습을 알렸습니다. 지금 보시는 그림입니다.

아마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삶의 모습과 행보가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별한 사람에게만 기대할 수 있다는 초능력을 그분에게서 보았다는 사람들의 호들갑을 만족시켜 주는 그림일 수도 있습니다. 교회 안팎의 거의 모든 사람에게 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교황님의 인기를 상징하는 그림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악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경찰력이 구현하지 못하는 정의를 교황님을 통해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투사된 그림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 그림의 첫 인상은 좋았습니다. 그린 사람을 나무랄 것까지는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찾아보았고 그 사람의 직접적인 설명도 들어 보았습니다.


“검은 가방을 든 슈퍼맨 교황님!”

그림을 그린 이는 마우로 팔로타(Mauro Pallotta)라는 분입니다. 금년 41세이고 미국 국적의 예술가입니다. 거리 예술가로 로마에서 지내는 분입니다.

본인이 직접 설명하길, 가방에 쓰여진 VALORES는 라틴말로 ‘가치’를 의미하는데, 그 검은 가방 전체는 ‘그리스도인의 가치’라는 뜻으로 교황님께서 지금 온 세상에 입증하고 계신다고... 그리고 가방에 노출된 목도리가 보이는데, 이는 아르헨티나의 축구팀 상징물입니다. 성 로렌죠 축구팀인데 교황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축구팀입니다.


이 목도리를 슈퍼맨 가방에 꼭 챙겨야 할 물품으로 설정한 이유는 교황님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바라보고 느끼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검은 가방은 그분의 용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강심장(철심장)을 지닌 분임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교황님, 담대한 용기를 지니셨고, 사랑의 섬세함과 여림을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로 설명하시며 회개를 촉구하시는 교황님, 하느님과 인간의 어그러진 질서를 바로잡아 진정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한 그 분을 그렇게 형상화 했다는 설명입니다.

며칠 동안 온 세상에 회자된 그 벽화에 대한 바티칸의 반응은 ‘별로’였습니다. 비공식적 방법으로 표현하길 ‘지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교황직분의 거룩함을 세속적 상징물로 표현한 것에 대한 불쾌함(?) 때문이었을까요? 그 이유를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충분히 짐작은 갑니다.

‘종들의 종’이 교황님의 공식 칭호입니다. 슈퍼맨이 아닙니다. 교황으로 선출되었을 때, 열광하는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당신을 죄인으로 고백하신 분입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교회, 진정으로 가난한 교회, 초능력의 구원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보통 사람들 안에 내재된 사랑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됨을 일깨워주기 위함입니다.


우리 안에 심으신 슈퍼 파워를 스스로 느껴야

우리는 기도하면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특별한 은총을 간구합니다.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슈퍼맨을 보내주길 청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구세주는 나약한 모습으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슈퍼맨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도 그렇게 죽는 것이 맞는다고 하십니다. 부활로써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위기 속에서 기도할 때, 더 이상 슈퍼맨을 보내달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안에 심어 놓으신 슈퍼 파워를 우리 스스로 느끼고 활용하는 사람 되도록 회개의 정을 요청해야 합니다.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바가 내게 이루어지도록 우리 마음을 바꾸는데 필요한 은혜를 청해야 합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4월호,
홍기선 히지노(신부, 춘천교구 사목국장, 춘전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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