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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술, 반드시 끊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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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4-18 ㅣ No.419

[가서 보니 -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 술, 반드시 끊어야 한다면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사람들은 단주를 결심한다. 사순시기만이라도 술을 끊겠다고 결심하는 신자들도 많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 술을 자제할 수 있는 지능, 감정, 의지 등 세 가지 조절능력이 모두 망가지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회복하려면 도움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담배 · 도박 · 인터넷 등 모든 중독의 경우도 중독자 스스로의 노력뿐만 아니라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알코올 문제 해결은 중독을 인정하는 것

 

우리나라의 알코올 남용 · 의존자는 72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로 인한 신체 · 정신 · 영성 · 가정 · 사회의 피해는 막대하다. 2007년 음주로 생긴 국가적 손실은 20조 원을 넘는다. 알코올 중독은 다른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질병, 가정폭력, 이혼, 교통사고, 자살 등에는 알코올 문제가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사순을 앞두고 알코올 남용 · 의존자를 위한 치료와 재활을 목표로 한 전문교육기관인 서울대교구 단중독사목위원회(02-364-1811∼2, www.sulsul.or.kr) 산하 가톨릭알코올사목센터(이하 알코올사목센터)를 찾았다.

 

알코올사목센터는 1999년 10월 문을 열었다. 알코올 중독을 진단하고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이라고 해야 전국의 몇몇 국 · 공립병원뿐이었을 때였다. 이후 알코올사목센터는 알코올 의존자들과 가족들을 위한 상담 ·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왔으며,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과 해결 방법을 알리는 데도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러한 활동의 중심에는 소장을 맡고 있는 허근 신부가 있다.

 

“알코올 중독자 가운데는 철학 · 종교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술에서 찾으려고 하는 이가 많아요. 영적 · 실존적 공허함이나 삶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순간적 만족을 주는 술에 의존하는 것이죠. 그러나 술이 위로와 안식처를 제공해 주리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술은 삶을 지배하고 중심이 되어버립니다.”

 

알코올 중독의 문제는, 술을 사랑하면 진짜 사랑해야 할 아내와 자식과 부모를 사랑할 수 없게 되고 하느님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알코올 중독의 원인이 영적 결핍이기에 해법도 영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독자가 회복하려면 의학적 · 심리적 치료뿐만 아니라 영적 치료도 필요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육체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이성 · 감정 · 의지를 가진 영혼으로 구성됐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중독자가 술을 끊으려면 하느님, 그리고 이웃과 참다운 올바른 관계를 회복해야 합니다.” 교회가 중독자를 위한 사목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체적 · 정신적 치료와 함께 영적 치료를

 

지난 2월 5일 저녁 서울시 중구 중림동 가톨릭출판사 7층에 있는 알코올사목센터에서 단주모임이 열렸다. 단주모임은 매주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열린다. 이날 모임에는 단주모임 과정을 마친 회복자들도 참석해 자신들의 소중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4개월 되었다는 김 씨가 먼저 말을 시작했다.

 

“…대학과 군대에서 억지로 술을 배웠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술을 마시면서 중독이 심해졌습니다. 소심한 저는 술을 마시면 당당해지고 불만을 모두 나타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결국 결혼 10년 만에 가족해체라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 시점에서 여기 왔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중독자가 아니다.’라며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모임과 면담을 통해 저는 스스로 마음이 열리는 것을 깨달았고 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행복합니다. 이 모임을 통해 ‘술’과 ‘행복’을 바꿨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바꾸라고 하면, 절대로 다시 바꾸고 싶지않습니다.”

 

‘딱 한 잔만!’ 하는 주변의 유혹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일인지 토로하는 이, 단주 뒤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어떻게 극복해 내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관절이 좋지 않다는 어떤 이가 등산을 하다가 관절에 좋다는 약술을 사게 되었는데 고민하다 결국 버스에 놓고 내렸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회복자 한 사람은 ‘한 잔’이면 다시 ‘발동’이 걸릴 거라며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모임에는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지만 대학교수, 기업의 사장, 젊은 회사원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모인다. 공통점이라면 한때 알코올에 의존해 살았다는 것과 이제는 알코올 중독에서 회복되는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자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비슷한 감정과 힘겨운 상황에서 공감대를 만들어간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면서 서로에게 정신적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가족들과 화해하고 회복의 길로 나아간다.

 

 

서로에게 정신적인 위안이 되고

 

모임에 나오는 이들의 등록일은 제각각이다. 이유는 단주를 결심하고 상담을 받는 순간부터 바로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온 지 5개월 된 이도 있고 모임에 처음 나온 이도 섞여 있다. 이들이 꾸준히 교육에 참여하면 6개월 후 단주증서를 받고 곧 시작하는 멘토학교로 이어진다.

 

알코올사목센터에서는 가족 모임도 진행한다. 가족의 한 성원이 중독되면 다른 가족들 역시 중독자로 인해 공동의존이라는 질병으로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함께할 때 중독자의 회복율도 높고 오래 지속된단다. 가족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열린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회복의 꿈을 이루는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함께 온 가족들은 따로 모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알코올사목센터에서는 2005년에 중독학전문학교를 설립해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대다수의 알코올 중독 신자들이 가정이나 지역사회에 방치되어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사목현장에서 더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알코올사목센터도 허근 신부 외 서너 명의 연구원뿐이다. 다행인 것은 상담 심리를 전공한 대학교수와 자원봉사자, 정신과 의사들이 이들을 돕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알코올사목센터는 2002년부터 단중독사목위원회로 확대 개편되어 도박이나 마약, 인터넷 등 현대사회와 함께 늘어가는 여러 형태의 중독문제에 대한 예방과 중독자의 치유와 영적 회복을 돕고 있다.

 

 

용기와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알코올사목센터는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다. 그 동안 창립이념과 목적대로 중독자들과 가족들의 회복을 위해 일한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해만 해도 단주치료를 받은 이는 969명, 가족치료는 529명, 상담은 4,548명이 받았다. 또 8,000여 명에게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강의를 하였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시름을 술로 달래려는 이들이 많아 술 소비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요즘에도, 센터는 한 달에 전화상담 370여건, 내방 상담 30여 건이 이루어진다. 다양한 이들이 이곳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의 꿈을 이뤘는데 신자들이 대부분이고 신앙이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치유율도 다른 치료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란다.

 

허 신부는 술 때문에 인생의 밑바닥에 처한 사람도 첫 걸음이 힘들 뿐 그 다음부터는 결코 어렵지 않다고 했다. “알코올 중독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정신적 질병입니다. 그리고 다른 질병처럼 초기에 발견해서 빨리 치료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 첫 단계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단 술을 끊은 다음에는 신앙의 힘으로, 절대자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도 알코올 중독자였던 그는 취재 말미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절대 희망을 버리지도, 용기를 잃지도 마십시오. 하느님께서 반드시 회복시켜 줄 것입니다.”

 

[경향잡지, 2009년 3월호, 글 · 사진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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