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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사목] 해외이주사목위원회: 해외 선교의 새로운 발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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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11 ㅣ No.421

[20+4 해외이주사목위원회] 해외 선교의 새로운 발판이 필요하다

 

 

이주사목위원회는 1971년 설립되어 해외교포사목, 해양사목, 성지순례사목 등을 담당해 왔다. 그러던 중 국내의 이주민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국내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03년 3월부터는 위원회 내에 국내이주사목 전담 총무신부를 따로 두고 활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주교회의 2008년 추계 정기총회의 결정에 따라 이주사목위원회의 명칭을 해외이주사목위원회로 변경하고, 국내이주사목위원회를 신설하였다. 이 가운데 해외이주사목위원회의 활동과 앞으로의 과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해외 선교와 해외 한인 사목

 

해외이주사목위원회는 크게 해외 선교와 해외 한인 사목 분야의 일을 담당하고 있다. 산하 단체로는 북미주 한인사목 사제협의회, 라틴아메리카 한국 가톨릭 선교사회(AMICAL), 파종회를 두고 있다. 설립된 지 25년을 넘긴 북미주 한인사목 사제협의회는 미국, 캐나다 지역의 한인 공동체 사목을 담당하는 사제들의 모임으로, 한국의 교구, 수도회에서 파견한 사제뿐 아니라 한인 사목을 하고 있는 현지 교구와 현지 수도회 소속의 한인 사제들도 포함하고 있다. 협의회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북미주 내 한인들(2010년 2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의 사목적 요구에 효율적으로 응답하고자 사제 상호 간의 친교와 유대 강화, 회원들의 영성 향상, 파견교구와 영입교구 간의 중개역할, 이민자 교회에 필요한 자원 계발과 보급, 지도자 양성뿐 아니라 이후 세대들을 위한 자체 성소 계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한국 가톨릭 선교사회는 라틴아메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들의 모임으로 1999년에 시작하였으며, 2006년에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산하 단체로 등록하였다. 이들은 해마다 정기 모임에서 선교와 관련한 주제를 선정하여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고 있으며, 본국과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데서 생기는 어려움들을 나누고 서로 격려한다. 파종회는 중국 선교에 관심 있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모임이다.

 

 

해외 한인들에 대한 관심 필요

 

해외이주사목위원회의 활동은 모두‘해외 선교’ 라는 전망 아래서 이루어진다. 해외 한인 사목 역시 한인들의 복음화를 통한 해외 선교라는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목자는 양들의 목소리를 알아듣듯 세계 어느 곳이든 영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들에게 달려가야 할 책무가 우리 교회에 있다. 2008년 12월 31일 해외이주사목위원회에서 발표한 “해외 한인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 한인 신자 수는 15만 6,665명에 이르고, 63개국에 173개 본당, 165개 공소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의 어려움은 국내 이주민들의 사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몇 년 사이 한국 교회에서도 국내 이주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교구별로 이주민 사목 전담 부서가 생겨나고, 이주민 공동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렇지만 비슷한 모습으로 타국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에 대해서는 시야에서 멀어서인지 관심이 덜한 듯하다. 이들 역시 국내 거주 이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타국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산다. 국내 이주민들이 본국의 사목자를 필요로 하듯 해외 한인 신자들도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모국의 사목자와 모국인 공동체가 절실하다. 각 교구마다 현안이 되는 문제에 몰두하게 되면, 해외 한인 사목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기 쉬운데, 해외 한인 사목 역시 고유한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해외 선교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한국 교회가 전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바다.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이제 모두에게 익숙하다. 실제로 많은 선교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해외 선교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이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할 때이다.

 

 

더욱 체계적인 해외 선교를 위하여

 

지금까지 해외 선교는 교구별, 수도회별로 산발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발생하였다. 교구별 계약 관계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균등한 파견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파견 전 양성이 쉽지 않고, 귀국 후에는 선교의 체험들이 개인의 체험으로 그쳐 모두 사장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에 이제는 한국 교회에도 해외 파견 선교 사제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관리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PIME(교황청 외방 선교회)나 미국의 야고보 사도회(St. James Society: 라틴 아메리카 교회에 파견되는 교구 사제들로 구성한 선교회) 등의 예를 참고할 수 있으며, - 2009년 2월 2일 해외이주사목위원회에서 발간한 자료집 “해외 선교”에 이들 기구에 대한 안내와 정관을 수록하였다. - 장기적인 전망에서는 해외 선교를 위해 파견되는 교구 사제들로 구성할 성직 자치단의 설립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는 군종교구처럼 각 교구에서 일정 비율의 사제를 파견하고, 그 비율로 기본적인 재정을 지원하고,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부여받는 형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단계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여러 단계를 순차적으로 이루어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구가 설립된다면, 지금까지 해외 선교와 해외 한인 사목이 안고 있던 오랜 난제들에 근본적인 처방책이 될 것이다.

 

개인적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파견 전 양성 과정을 통합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파견되는 이와 받아들이는 이들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며, 선교지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수집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균등한 사제 분배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교사들의 선교 경험도 유기적으로 축적되어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은 지구촌 시대로 이제는 자기가 태어난 땅에서만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드물게 되었다. 이제는 내 가족, 내 민족, 내 나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신앙인으로서 그들과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이는 단순히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각 교구, 수도회, 또 전체 한국 교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문화와 신앙을 나누는 가운데 갇혀진 틀을 깰 수 있으며, 우리 안의 나눔의 정신도 더욱 풍성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4월 26일 이민의 날을 지내면서 세계 곳곳에서 예수님의 사도로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해 나가는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과 기도를 부탁드린다.

 

* 정병조 베드로 - 서울대교구 신부. 주교회의 사무차장, 압구정1동성당 주임을 지냈으며, 12년간 이주사목위원회 총무를 맡아 일하였다. 현재 교황청립 로마한인신학원 재정 담당으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4월호, 정병조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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