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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가정을 위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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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4 ㅣ No.430

[경향 돋보기] 가정을 위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서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오늘의 우리 사회는 모든 가치가 점점 더 물질 만능주의로 치달아 인간성 상실은 물론,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곳곳에 만연해 있는 실정이다. 인간 사회의 기본 세포라 할 수 있는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가정의 보금자리가 담당해 왔던 중요한 가능들이 상실되어 가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가정의 중요성을 자주 역설하신 바와 같이, 오늘날의 심각한 가정 문제는 많은 사회 문제의 근본이 되고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가정사목위원회와 ‘생명 31운동’을 통하여 가정을 중심으로 한 사랑과 생명의 문화 창출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한 해의 전례력이 시작된 지난 대림 제1주일(11월 28일)에 ‘가정, 사랑과 생명의 터전’이라는 주제로 가정을 위한 교서를 발표하였다.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는 이 교서의 인사말에서 천주교 신자들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참여하기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 주교들은 한국의 가정 문제가 매우 심각하며 가정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이 교서를 통해 한국의 가정 현실을 교회의 가르침으로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그리스도인 가정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가정을 초대합니다.”

 

모두 83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200자 원고지로 250매에 달하는 장문의 이 가정 교서의 얼거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참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

 

교서는 먼저 참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7-31항)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성서가 가르치는 가정, 생명의 보금자리로서의 가정, 혼인의 본질과 혼인성사, 부모의 권리요 의무인 자녀 교육, 가정 교회의 역할, 가정의 영성과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으로는 생명을 존중하는 공동체, 신앙을 전수하고 전달하는 공동체, 대화하는 공동체, 복음을 믿고 삶으로써 선포하는 공동체,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공동체 등으로 나누어 밝히고 있다.

 

“이상적인 그리스도인 가정이란 가족이 함께 기도하는 가정이라고 해도 좋을 젓이다. 그리스도인 가정의 위기는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가정에서 공동기도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하루의 생활을 반성하면서 좋은 것은 하느님께 감사하고, 잘못된 것은 서로 용서하고, 다시 거듭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으로도 훌륭한 가정기도가 이루어진다고 본다”(28항).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할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실이므로, 각 가정에 적합한 가족 대화 방법을 찾아내려는 의지와 찾아낸 방법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화가 가장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때와 장소는 가족 공동식사이므로, 요일을 정하여 집에서 또는 밖에서 가족이 함께 친교와 대화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29항).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가정

 

가정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이어 제2장(32-44항)에서는 가정 해체 등 우리나라 가정의 다양한 위기 현상들을 짚고 있다. 무엇보다도 혼인에 대한 인식 변화로 독신에 대한 선호도와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자녀 교육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아버지의 가정 내 역할 위축과 맞벌이 가족의 문제, 인구의 고령화와 노인층의 외로움, 늘어가는 가정폭력, 동성애 등의 문제를 우리나라 가정의 위기로 파악하고 있다.

 

“‘가정은 없고 학교만 있다.’라는 말은 가정의 교육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음을 가리킨다. 청소년들은 공부를 한다는 명분으로 가정의 바깥에서 방황하고 있는 ‘부모 있는 고아’들인 셈이다. 가정이 제 역할을 다해야 교육이 바로 서고, 아이들에게 흔들림 없는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37항).

 

 

사목적 대안

 

제3장(45-79항)에서는 가정의 위기를 해소하려는 사목적 대안으로 ‘바른 가정 교육’과 ‘사목적 배려’를 제시하고 있다. 교서는 우선, 성(性)과 생명  교육은 바로 부모의 몫이라는 점부터 일깨우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의 모범적 생활과 가치관 확립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또한 성(性)과 생명 교육에서 사목자의 몫, 부모와 사목자가 할 혼인 교육(먼 준비, 중간 준비, 가까운 준비) 등을 바른 가정 교육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목자들은 이 가정 사목을 위해서 시대에 걸맞고 깊이 있는 준비를 하여 가정을 위해 아버지 · 형제 · 목자 · 스승으로서 간단없이 봉사해야 하고, 은총으로 그들을 돕고 진리의 빛으로 그들을 깨우쳐주어야한다”(48항).

 

교서는 가정 중심의 통합적 사목방향,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가정 사목과 소공동체 사목의 중요성, 본당사제의 사목적 배려 등을 덧붙이고 있다. 또한 가정생활을 돕는 교회의 주일학교 교육, 가족 치료와 상담을 위한 전문인 육성을 강조하며, 가족 복지 정책과 가정 사목의 효과적인 방안을 강구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혼자와 재혼자, 편부모 가정과 조손 가정(조부모와 손자녀), 도박중독자와 알코올 중독자 가정, 가정 폭력으로 고통 받는 가정, 독거노인을 비롯한 소외된 이들 가정 등에 대한 사목적 배려도 제시하면서 가정 사목을 위한 기관과 시설을 교구와 본당에서 적절하게 운영할 것을 강조한다.

 

가정의 주요 문제들을 살펴보며 교회의 사목 방안에 관하여 심도 있게 다룬 ‘가정을 위한 교서’에서 주교들은 “교회와 사회는 가정의 중요성과 함께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과 지혜를 모으자.”고 호소하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역설한 대로,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있다.’고 다시금 확인”하였다.

 

이번 가정 교서의 행간마다 확인할 수 있듯이,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하다. 가정의 수호는 결국 우리 스스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우리 교회와 사회의 밝은 내일을 위하여 가장 우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교회가 가정의 기능을 회복하고 그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이러한 노력은, 교회가 사회 안에서 수행해 나가야 할 소명 가운데 으뜸간다고 하겠다.

 

* ‘가정을 위한 교서’의 전문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홈페이지(www.cbck.or.kr)에서 볼 수 있다.

 

[경향잡지, 2005년 1월호, 김진복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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