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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마이크로 크레디트란 무엇인가: 빈곤층의 자립을 위한 총체적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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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6 ㅣ No.431

[경향 돋보기] ‘마이크로 크레디트’란 무엇인가


빈곤층의 자립을 위한 총체적 대안

 

 

마이크로 크레디트, 이래서 필요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에 신빈곤층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직, 비정규직, 청년실업 등이 증가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이 가난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이틀은 극빈층과 달리 포괄적인 복지제도인 국민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있기에 어떠한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으며, 급기야 생계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소득이 불안정한 이들은 기본생계를 꾸려가고자 금리가 높은 시중 대부업체나 신용카드 회사에서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한 대출금을 갚을 길은 막막하고, 결국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신빈곤층과 신용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각계각층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 한다.”는 옛말마따나 이 문제를 명쾌하게 해결할 만한 묘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빈곤 해결책이 묘연한 가장 큰 이유는 대다수의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사후조치에만 애쓴 단기처방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빈곤층에게 소액 자본금을 무담보 저이자로 빌려주며,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하는 제도를 뜻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데만 그치지 않고, 빈곤 해법의 각도를 달리하여 저소득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통합적 창업 지원사업을 펼침으로써 가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한다.

 

 

외면당한 고객들의 은행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역사는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아침,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대학 경제학자였던 유누스 교수는 다카 지방에서 굶어죽은 모자의 시체를 목격하였다. 이에 큰 충격을 받은 그는 가난을 추방할 수 있도록, 자신의 경제적 지식을 활용하여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가기로 결심하였다.

 

담보할 재산도 없고 대출신청서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주민들은 금융기관이 말하는 이른바 ‘고객’의 범주에서 배제된 존재였다. 이 사실은 한 신념어린 경제학자의 금융관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그는 담보가 없을지라도 금융기관이 생업자금을 융자해 준다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같은 해에 시작한 ‘그라민 은행 프로젝트’는 1983년에 공식적인 그라민 은행 설립으로 결실을 보게 되었다. 1999년 말 현재 그라민 은행은 전국적으로 1,149개 지점, 235만 명의 가입자를 둔 대규모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으로 성장하였다.

 

그라민 은행은 목축, 어업, 농업, 유통 등 자영업 분야에서 전적으로 신용에 의거한 대출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반 생업자금 대출을 시작으로 주택대출, 시설대출 등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원금 회수율 91%, 순이익 2백만 불(1999년 기준)에 이르고 있다.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는 은행

 

우리나라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실행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은 현장 빈민운동가와 자활연구진, 금융인이 주축이 되어 2003년에 설립되었다.

 

사회연대은행이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먼저 담보나 보증이 불가능해 일반 금융권에서 외면당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각자의 기술과 경험을 살려 소규모 자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종자돈을 빌려주고, 창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자활의식을 고취시킨다.

 

다음으로 전문 직업훈련과 경영수업을 실시함으로써 창업자가 스스로 사업방향을 모색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우며, 실질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유통망 확보를 지원한다.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빈곤층에게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사업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자활의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빈곤 해결과 관련한 기존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과 같은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성격으로 오히려 빈곤층의 의존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벼해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영속적인 소득기반을 마련하게 하는 대단히 생산지향적인 프로그램으로, 한국 사회복지 사업에도 진일보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자율적 운영을 위한 독립적 재원

 

사업 집행에 필요한 재원은 그 출처에 따라 사업은 물론 그 기관의 성격까지 규명한다. 사회연대은행의 재원은 민간 기부금, 공공기관의 보조금, 기업의 기부금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중에서도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나눔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다.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자율적인 사회연대조직으로서 최소한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프랑스의 유명한 구호단체인 ‘피에르 신부 재단’을 예로 들어보자. 이 재단이 1997년 집행한 전체 예산 가운데 약 70%는 자체 모금한 것이고, 국가와 지방 자치단체에서 받은 지원금 비율이 나머지 30%를 차지했다. 그것도 이 30%의 대부분은 건물 임대비용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실직 빈곤계층의 창업지원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수익은 낮아도 사회적 유용성을 가진 사업에 실험적인 투자를 하려면 재원의 상당부분을 민간에서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빈곤층의 자립을 돕는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정부의 법제적 · 물질적 지원과 아울러, 기금조성을 위한 기부문화의 저변 확대, 소규모 창업업체를 돌보는 기업 · 단체 · 개인들의 나눔 등이 함께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 이종수 - 사회연대은행(www.bss.or.kr, 02-2274-9637)에서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06년 3월호,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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