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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민족화해위원회: 주님께서 머무시는 그 자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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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7 ㅣ No.438

[19+4] 민족화해위원회 - 주님께서 머무시는 그 자리에 서서

 

 

전세계의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하나 되기를 염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는 바람이며, 특별히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 사랑을 실천코자 하는 우리 교회의 구성원들은 그 지향을 갖고 기도하며 염원하는 바가 더욱 간절하리라 여겨진다. 우리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 1984년 200주년을 맞이하면서 이에 대한 노력을 구체화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가 창설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민족화해를 위한 노력은 1999년 10월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를 통해 그 명칭이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로 바뀌고, 교구마다 민족화해위원회가 설립됨으로써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터민들과 함께 준비하는 통일

 

특별히 민족화해위원회는 대북 지원, 새터민 지원, 난민 지원과 함께 기도운동과 의식화 계몽운동을 펼쳐가면서 통일 이후의 북한 복음화를 준비하고 있다. 각 교구마다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취지에 맞추어 한국 교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사업을 추진해 가고 있다. 대북 지원은 주로 북한에서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교구, 수도회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연대하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해마다 거듭되는 수해 때는 물론 2004년 용천 폭발사고 복구지원 등 2007년까지 지원한 액수가 총 362억 1천만여 원에 이르고 있다.

 

새터민 지원 활동에서는 새터민이 처음 입국할 때 조사와 적응교육을 받고자 거쳐가야 하는 ‘하나원’의 활동과 더불어 하나원 수료 후 천주교 신앙을 갖기를 희망하는 교육생들에 한하여 거주지 소속 교구, 본당과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신앙생활을 안내하고 교우들과 만나면서 정서적, 심리적, 신체적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별히 하나원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각 기수마다 실시하는 가정체험 프로그램을 전국 교구와 연계하여 실시하는데, 교육생들과 봉사자들 모두에게서 아주 유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터민들을 각 가정에 초대하여 그들 입맛에 맞는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어보고, 시장과 마트를 손잡고 거닐면서 남한 재정착 가운데 겪게 될 어려움과 불편을 미리 줄여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북에 두고 온 부모님 같은 분들과 하룻밤을 지내면서 자신들이 오랫동안 가슴에만 묻어두었던 아픈 이야기들을 나누며 치유도 받는다는 사실이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만남을 마치고 교육생들을 하나원으로 보내면서 떠나는 버스 앞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은 마치 이산가족 상봉을 마치고 헤어지는 모습과 같다. 하나원 수료 후에는 서로 연락하면서 엄마로, 언니로, 이모로 지낸다.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하고, 아픈 일이 있을 때 그 아픔을 덜어가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들과 만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내려주신 체험의 시간임을 모두가 고백하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거들 짝’

 

새터민들은 분단시대에 통일을, 화합을 미리 한번 살아보라고 주님께서 보내주신 선물이요, 미래의 북한 복음화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소중한 ‘거들 짝’임에 틀림없다. 새터민들이 애써 성당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고, 미사 후 각자 말없이 등을 돌리고 돌아가는 우리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처음 만났는데도 오랫동안 떨어진 친척을 만난 듯 어서 오라고 반가워하면서 미사 드리는 것도 도와주고, 미사 후에 맛있는 냉면 한 그릇이라도 나누고 집에까지 데려다주는 소박한 우리 교우들의 나눔에서 그들은 또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통일 후에 “오마니, 천주교는 절대 믿지 맙시다. 그곳에는 우리를 반기는 사람이 없어요. 제가 탈북했을 때 너무 외로웠는데 누구 하나 도움되는 천주교 신자가 없었어요.”라고 할는지, 아니면 “오마니, 정말 참된 신앙을 갖고 그대로 사는 사람들은 천주교 신자들밖에 없어요. 저를 언제 봤다고 그리도 따뜻이 대해주고 방조(도움)를 해주었는지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천주교 신자들의 도움이 너무 컸어요. 우리 천주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우리도 사랑을 배워요.” 하게 될지는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1만 3천여 명의 새터민들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에 달려있다.

 

 

세상이 그들을 외면한다 하여도

 

또한 이들이 북한을 떠나 중국 땅에 올 때는 고향을 아주 떠나겠다는 사람들보다는 생활이 어려운 엄마들이 “엄마가 가서 맛난 것 사갖고 올게.”라는 식으로 떠났다가 돌아갈 수 없어 헤매는 이들이 많다. “몇 달만 가서 돈 벌어 오면 앓고 있는 우리 부모 약 사드릴 수 있겠다.”면서, “더 이상 먹을 양식이 없어 양식 구해 오겠다.”고…. 이렇게 나선 남녀노소 탈북자들은 더 이상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남한으로 갈 수 있는 길도 찾지 못해, 아니 찾아도 갈 수 있는 돈이 없어 난민(천주교에서 편의상 칭하는 개념)처럼 헤매다 한족, 조선족들에게 팔려서 고생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안(경찰)이 언제 올지 몰라 늘 불안해하고, 어떤 이들은 자다가 도망을 치려고 외투를 입고 잠을 청한다고 한다. 제3국에 있는 이들을 위해 활동을 드러내 놓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님께서 마련해 주신 좋은 기회를 통해 다각도로 이들을 돕고 있으며, 도우려 한다.

 

이러한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주님께서 현존하고 계신다. 2천 년 전에 베들레헴 마굿간에서 탄생하신 주님께서 오늘날 어렵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땅에서 탄생하셨고, 그 아기 예수님이 식량을 찾아, 자유를 찾아 헤매고 계시고, 새로운 정착지에 와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하겠는가?

 

주님께서는 성경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그 답을 알려주고 계신다. “너희가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0). 분단을 체험했고, 그 분단이 낳은 아픔을 겪는 이 한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개인이, 지금 이 자리에서 민족의 하나 됨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우리와 똑같이 주님의 피조물로 존중받아 마땅한 북한 주민들을 정치적 개념으로서 북한과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상은 그들을 욕해도, 세상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포기를 해도 하느님의 사람들인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 오히려 세상이 외면을 해도 우리는 그 외면당한 이들을 애써 찾아 함께 거닐어야 한다. 그러기에는 불편도, 손해도 볼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우리의 머리카락까지도 세고 계신 주님께서는 우리의 노력을, 우리의 작은 사랑 실천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는 분이시다. 이를 위해 우리교회에 허락해 주신 민족화해위원회는 바로 주님께서 함께해 주시고 이끌어가시는 곳이라 여겨진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주님께는 영광이 되고, 어려움을 겪는 북한의 주민들과 제3국에서 헤매는 난민들, 그리고 새로운 정착을 위해 애쓰는 새터민들에게는 힘과 용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주님 대전에 꿇어 기도한다. “평화를 바라시는 주님, 주님께서 머무시는 그 자리에 서서 저희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소서!”

 

* 이선중 로마나 -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수녀이며,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08년 6월호, 이선중 로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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