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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이주사목] 새로운 탈출: 구원의 통로인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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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439

[문헌 풀어 읽기] “새로운 탈출”


구원의 통로인 이주민

 

 

현정부 출범 이후 사회전반적으로 인권에 대한 의식이 낮아지고, 소외계층은 점점 더 소외되어 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거기에다 미국발 경제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한국 사회는 더욱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우리 사회의 약자로 살아가는 이주민들이 얼마나 취약한 환경에 내몰리는지를 생각해 보고, 이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숨 쉬는 공동체 구성원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들을 구원의 통로로 인식해야 한다는 “새로운 탈출”(이주사목 종사자 교육 자료집,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 편찬)에 나타난 이주신학자들의 성찰에 귀 기울여보자.

 

 

불법? 아니 미등록 이주민

 

먼저, 인권의식이 낮은 정부의 출범으로 이주민들에게 문제가 되는 많은 정책들이 나타났다. 정부는 ‘자국민 고용 창출’ 또는 ‘법질서 회복’이라는 미명 아래 대대적인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2008년 초 “불법 체류자가 활개 치고 다녀서는 안 된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은 점점 강도를 더해갔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에서 ‘엄청난 규모의 합동단속반’으로 구체화되었고, 출입국관리법 개악으로 반인권적이며 범죄와도 같은 인간사냥을 위한 단속의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5년 세계 이민의 날 담화에서 “불법 이민의 신분이라 해서 그의 존엄성을 빼앗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역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러한 권리는 침해될 수도 무시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라며, 교회는 미등록 체류자의 권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변한다(“새로운 탈출”, 520쪽 참조).

 

한편 지난 2008년 12월 4일 이명박 대통령이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한 뒤, 노동부는 12월 7일 ‘불법 외국인 일자리, 합법으로 채운다.’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대책은 중소제조업체가 고용환경개선 시설투자를 하여 외국인 근로자를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경우 근로자 1명당 120만 원(1회)의 지원금을 특별히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고위험 분야의 업종에서 인력난이 심한 이유는 한국인들이 이러한 곳에서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한국인들이 일할 의욕을 잃은 사업장에 대해 고용주에게만 혜택을 주며 내국인 고용 확대 정책을 펴겠다고 한다. 이는 그야말로 ‘깨진 독에 물을 붓는’ 정책일 뿐이며, 이미 대한민국에 들어와서 삶을 꾸리고 한국 사회와 문화에 적응한 이주민들을 상품으로밖에 보지 않는 처사이다. 교회는 이민을 상품으로 여기던 것에서 그들을 인간으로 따뜻이 맞아들일 수 있도록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465쪽 참조).

 

 

국법과 교회의 법

 

2008년 11월 18일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60세 이상 노동자가 동의하면 최저임금액을 감액하고, 수습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액보다 적은 급여를 줄 수 있는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고 사용자가 제공하는 숙박과 식사비를 임금에서 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 힘겹게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힘겨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일이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는 이주노동자에게 숙식비를 부담시키고, 이 밖에도 각종 의무보험을 제거하고, 2009년 연말까지 22만의 미등록자 중 2만 명을 단속하고 향후 5년 이내에 10%까지 축소하겠다고 한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옥죄어 사회적 비용부담을 덜어내고자 하는 것이며, 법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권력의 횡포를 자행하는 것이다.

 

국법의 관점에서 보자면, 외국인(이민)과 시민(자국민)은 그 처우가 달라야 하며, 자국민이 더 큰 권리를 누린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적 관점에서나 인권의 관점에서는, 이민의 신분 때문에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박탈당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인권에는 국경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국법은 자국민이 외국인보다 더 많은 권리를 향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전제는 현대에 들어 크나큰 도전을 받는다. 국가들은 국경에 대한 경계를 늦추고 싶어하지 않고, 자국민과 ‘이방인’의 구별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466쪽 참조).

 

 

하느님께서는 특별히 가장 가난한 사람의 부르짖음을 귀여겨들으신다

 

한국의 경제 침체로 이주민들이 겪는 힘겨움에 눈길을 돌려보자. 환율이 치솟으면서 달러당 1천 500원 이상을 가리킨다. 원화 가치의 하락은 다달이 월급의 대부분을 가족들에게 보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월급이 반이나 깎인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또한 사업장의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임금체불, 불법해고, 사업장 폐쇄 등과 각종 새로운 수법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사업장들이 늘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업장을 찾아 이동하거나 임금을 받으려고 노동부를 찾는 이주노동자들의 숫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리고 2달간의 구직기간에 사업장을 찾지 못해 결국 출국을 해야 하는 이주노동자 친구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쉬어갈 장소와 다시 재기할 힘을 얻을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며, 심리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쉼터가 절실하다.

 

이러한 이민의 특성을 생각할 때, 이 분야의 옹호는 서로 다른 집단과 연계하여 여러 차원과 공간에 걸친 활동을 추구하여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상당히 잘 정립된 위계와 구조를 통하여 활동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이민 문제에서 전 세계 가톨릭교회들은 이민사목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며, 교황청에서 본당 차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는 일련의 구조와 사무처를 갖추고 있다. 지역에서 교황청까지 교회의 가르침과 프로그램, 관심사들을 전달하고 퍼뜨릴 수 있다. 결국 교회의 가르침을 인간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과 봉사로 옮기는 것은 지역 교회의 몫인 것이다(466-467쪽 참조).

 

한편 이주여성들의 국제결혼으로 생기는 이주현상에 대한 윤리적인 성찰 또한 필요하다. 국제결혼을 시도하는 한국 남성들뿐만 아니라 이주여성들도 결혼에 대한 신성성과 결혼에 따르는 책임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혼의 목적과 그 성사 과정이 사랑이 전제되지 않고 다른 목적(신분 상승의 통로, 경제적인 욕구충족의 수단, 성적 욕구의 해소 수단)을 가진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는 바야흐로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이런 가운데 가톨릭교회의 보편성은 개별 지역교회들의 이주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환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환대는 다음의 암브로시오 교부의 말씀에 근간을 둔 이주신학의 열매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환대의 어떤 정해진 한계에 매이지 않습니다. … 우리가 환대의 계명을 지키며 이방인들에게 베풀어주려고 하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또한 세상에서 이방인이기 때문입니다”(144-145쪽 참조).

 

이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갇히지 않고, 흩어져 있지만 굳건히 하나가 되는 이 변증법은 “하나의 세례, 하나의 신앙, 하나의 몸”이 있기에 가능하다. 교회가 말이나 공허한 약속을 따르지 않고 환대의 부르심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바로 영성이다(107쪽 참조).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 강승수 요셉 -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전담신부를 지냈으며, 현재 대화동성당 주임으로 있다.

 

[경향잡지, 2009년 4월호, 강승수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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