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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신학ㅣ사회사목

[사목자] 본당 공동체의 목자이며 인도자인 사제: 사제직의 본질과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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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29 ㅣ No.440

[문헌 풀어 읽기] “본당 공동체의 목자이며 인도자인 사제”


사제직의 본질과 중요성

 

 

교황청 성직자성 훈령 “본당 공동체의 목자이며 인도자인 사제(Cura Animarum)”는 2002년, 본당사제의 수호자인, 성 비안네 사제 기념일(8월 4일)에 교황청 성직자성에서 발표하였다. 이 훈령을 발표한 목적은 그리스도교 제삼천년기의 복음화라는 필수적인 임무와 연결되어, 신자들 가운데에서 생활하는 본당사제들의 정체성과 직무를 좀 더 분명하게 제시하고, 영혼의 사목을 담당하는 본당신부들을 격려하는 데 있다.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다소 모호해진 성품(직무) 사제직과 일반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명하면서, 성품 사제직의 ‘성사적 인호’는 그 어떤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 훈령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과 교황 권고 “현대의 사제 양성”,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 교황청 8개 부서가 펴낸 “평신도의 사제 교역 협력 문제에 관한 훈령”, 사제와 종신부제의 교역과 생활에 관한 지침서와 회람 “말씀의 교사이고 성사의 집전자이며 공동체의 지도자인 사제와 그리스도교 제삼천년기”의 연장선에서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문헌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본당 공동체의 중요성과 본당신부에 관한 내용이긴 하지만, 본당신부의 범위에는 보좌신부뿐만 아니라 영혼의 돌봄(cura animarum)을 수행하는 교도소, 병원, 대학, 학교의 지도신부들과 이민자, 여행자, 관광 등의 사목을 맡은 사제들도 두루 포함시키고 있어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제들에게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문헌이다.

 

본 문헌은 2001년 11월 23일 성직자성 정기총회에서 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훈화를 ‘들어가는 말’로 포함시켰고, 본론은 전체 2부로 구성되었으며 문헌 말미에 ‘성모님께 드리는 본당사제의 기도’와 본당신부의 수호자인 ‘아르스의 본당신부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의 사랑의 기도문’을 첨부하였다. 본론의 1부는 ‘성품 사제직과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이라는 제목으로 사제 생활과 교역의 핵심요소가 되는 신학적 근거를 1. 사제의 정체성(5-9항), 2. 삶의 일치(10-11항), 3. 구체적인 성덕의 여정(12-14항), 4. 교회 규율에 대한 사제의 충실성(15항), 5. 교회 친교에서 사제(16항), 6. 개별 의식 속의 보편 의식(17항) 등 6개 항목으로 정리하였고, 2부는 ‘본당과 본당 사목구 주임의 직무’(18-26항)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오늘날 본당 사목 교역에 필요한 실질적 과제들(27-30항)을 비교적 상세히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사제 정체성의 위기에 대하여

 

사제 정체성의 위기는 교회의 쇄신과 세상에 열린 교회를 지향했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영향으로 일반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을 강조하면서 직무 사제직의 의미와 고유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축소되었고, 현대의 세속화 경향이 직무 사제직에도 스며들어 평신도의 ‘성직자화’ 성직자의 ‘세속화’를 불러오게 되었으며, 이는 다시 사제 정체성과 사제 성소의 위기로 확대되었던 것이다. 문헌은 사제직의 본질 자체를 조명하면서 직무 사제직의 신학적이고 존재론적 근거와 보편 사제직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을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곧 “보편 사제직과 직무 사제직은 정도에서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다. 보편 사제직은 세례의 인호에 바탕을 두고 있는 반면, 직무 사제직은 성품성사를 통해 받은 성사적 인호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성품성사로써 사제는 그리스도와 일치되어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그리스도의 이름으로(in persona et nomine Christi) 행동하고, 그리스도의 수장권(potestas capitis)”을 행사한다. 그러므로 성사적 사제직은 위계적이며 직무적이고 신자 공동체를 위한 봉사직이지만 신자 공동체의 요청이나 위임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충만한 사제직을 통해 부여받은 선물이다. 따라서 제2의 그리스도(alter Christus)인 사제로서 그리스도를 대신하는 구원활동의 교역자, 사목활동의 교역자, 말씀의 교역자이며 영혼을 돌보는 직무는 그 어느 누구도 사제를 대신할 수 없다. 문헌은 특히 평신도들의 임무와 직무를 강화시켜야 하지만, 그것이 곧 평신도를 사목자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문화의 세속화 경향은 사회학자에서 심리치료사, 정치가에서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사제상, 심지어 ‘은둔’ 사제라는 개념을 낳기까지 하였다. 이렇게 세속화되고 왜곡된 사제상은 사제직의 실패와 사목활동을 공허한 활동으로 변질시킨다. 사제의 기본 정체성은 성품성사를 통하여 부여받은 인호, 목자의 은총을 이끌어 내는 인호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제는 그리스도의 살아있는 도구로서 성덕을 쌓고자 노력하여야 하고, 성찬례 거행을 그 정점으로 삼아 그리스도 신비체인 교회의 봉사자로서 교회의 규율을 성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본당의 중요성과 본당 신부의 사목직무

 

본당은 개별교회에 설립된 그리스도의 공동체로서 교회가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곳으로서 복음선포의 사명과 영혼을 돌보는 사제의 직무가 구체적이고도 광범위하게 실현되는 곳이며 본질적으로 성찬의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본당신부는 성찬의 거행을 그 정점에 놓고, 영혼을 돌보는 사명을 수행하여야 하며 교회법에 규정된 본당신부에게 맡겨진 특별한 임무와 권한(교회법 528-535조 참조)을 사용하여야 한다.

 

특히 문헌은 본당신부의 사목직무 수행에서 다양한 형태의 권위주의와 대중 위주의 운영 방식을 끌어들이지 말고, 직무주의에 빠지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본당 사목평의회는 제도적 차원에서 본당신부의 사목을 돕는 협의 기구이지만, 본당신부를 대신하는 기구도 다수결에 따라 본당을 좌지우지하는 기구도 아니다. 그렇지만 평신도들은 본당 공동체에서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기 때문에 본당 사제는 사목평의회의 역할을 폭넓고 예민하게 인정하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문헌이 제시하는 실천적 과제들

 

문헌은 본당사목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과, 사목활동의 일곱 가지 우선 과제로 성덕의 증진, 참된 기도 교육과 실천, 주일의 성찬례, 화해의 성사, 은총의 우위성, 말씀의 경청과 선포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세계화의 맥락에서 문화적 종교적 인종적 다원주의와 상대주의, 신앙 무차별주의, 거짓 평화주의와 보편주의, 혼합주의 등의 영향으로 사목 선교를 오로지 인간학적인 면에서만 고찰하면서 느슨한 가치 의존에 막연히 호소하는 사회적 관심으로 격하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관료주의와 기능주의, 민주화, 사목적이기보다는 관리 위주가 되는 등의 사제 직무에 내재하는 위험들을 사제 교역의 신비와 그 성사적 본질에 투신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사제들을 격려하고 있다.

 

* 박동균 도나도 - 서울대교구 신부. 서울대교구 법원장을 역임하였으며, 가톨릭 대학교 교수이자, 반포4동성당 주임신부이다.

 

[경향잡지, 2009년 6월호, 박동균 도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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