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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천주교와 신영성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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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11-28 ㅣ No.332

교회사 공개대학 ⑨ 천주교와 신영성운동

영적 갈증 현대인, 신영성운동에 빠져... 그리스도교 진리의 절대성, 교회 정체성 위협 가능성 높아


오늘날 종교계에서 일어나는 변화 가운데 주목해야 할 것의 하나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종교'의 확산이다. 신자 공동체나 교계제도, 집단적 예배의식, 물리적 시설 등을 갖추지 않은 기공이나 단전, 초월명상(TM), 염력,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선(禪), 초감각적 지각(ESP)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운동은 초월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것을 추구하면서 인간의 종교적 욕구에 부응하기에 종교학자들은 '대체종교' 성격을 지닌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신영성운동의 확산은 19세기 후반부터 문화의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탈현대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탈현대성이란 산업사회라는 성격에 대응해 등장한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지칭한다. 이를 종교적 측면에서 보자면, 물질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것이 지배하는 사회상황에 대한 반발로 비합리적이고 신비적이며 영적인 것에 대한 욕구와 갈증을 증대시켰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예전과 달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적, 영적 욕구를 제도종교를 통해 충족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죽음이나 장례, 윤회, 귀신, 영계, 초월, 초능력 등과 같은 것들이 제도종교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생활이나 대중문화예술의 주요 주제가 되고 있다.

신영성운동이 급속히 확산되는 이유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영적 갈증을 느끼고 있음에도 그것을 기성종교들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영성운동가들의 전략이 치밀하고도 체계적으로 전개된다는 점, 그리고 거대 자본가들의 이윤 추구도 크게 작용한다. 영성의 상품화는 지식정보화사회의 중요한 특성 가운데 하나인 문화산업과 네트워크 형성, 마케팅을 위한 단계적 전략 등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신영성운동은 확연하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초월적 세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영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분명 '종교성'을 지니고 있고, '신종교운동'에 속한다. 하지만 이 운동은 지금까지의 신종교운동과는 여러 측면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지금까지의 신종교운동은 급속한 사회 변동에 적응하지 못해 소외되거나 억눌리거나 상처받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의 민중종교운동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영성운동은 비교적 높은 교육수준과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문화가 발달한 대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 '신신종교운동(新新宗敎運動)'이라고 불리고 있다.

신영성운동의 사상적 특징은 △ 의식의 변용을 궁극적 실재에 이르는 매우 중요한 지표로 보고 있고 △ 초월적 하느님이나 신보다는 자연과 인간 안에 내재하는 신성이나 영성에 주목하며 △ 현대는 인류의 영적 진화에 중요한 대전환점이고 개개인의 영적 각성은 이러한 영적 진화과정의 일부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데 있다.
 
또한 △ 인간 밖에 존재하는 하느님이나 초자연적 힘에 의지하는 종교보다는 자율적 개인의 각성에 의한 영성 계발을 강조하며 △ 과학과 종교를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합치돼야 할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신영성운동이 지니는 이러한 특성은 필연적으로 그리스도 신앙과 충돌하며 건전한 신앙생활을 저해한다. 신영성운동은 우선 그리스도교의 신론을 부정하고 모든 것을 하나로 보는 '단일론'을 내세운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의 신성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구원론도 부정한다.
 
신영성운동은 또한 혼합주의적 신앙을 유발하고 그리스도교 윤리와도 상충된다. 신영성운동에서 강조하는 비술이나 영술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도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신영성운동은 따라서 그리스도교 진리의 절대성과 교회 정체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신영성운동의 발생과 확산은 탈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종교문화적 변화이자 탈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세계의 표현이다. 천주교는 전통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 넘어오는 시기에 많은 어려움을 맞았지만 사회교리 체계화나 사회사목 활성화를 통해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제 탈현대라는 새로운 물결 속에 접어들었다. 이 물결은 기존 신앙과 제도교회를 위협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 징표를 정확하게 읽고 그에 대처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보일 때에만 교회는 자신에게 부과된 복음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신문, 2011년 11월 27일,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 명예교수), 정리=오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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