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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13: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 -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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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05 ㅣ No.692

[가르멜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13) 십자가 성 요한의 영성 -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 닮은 특별한 존재



하느님의 모상과 유사하게 창조된 인간(영국 런던 캠브리지, 지저스 칼리지 성당 색유리화).


인간이 ‘하느님의 족속’임을 드러내는 표식

십자가의 성 요한의 가르침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당신과의 사랑의 합일’이라는 숭고한 목적으로 예정하셨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를 창조하셨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그를 창조하시되 당신 모상에 따라 만드셨습니다. 이는 성경 전체를 통틀어 소개되고 있는 인간에 대한 대표적인 정의로 하느님의 인간 창조에 대해 전하는 창세기 1장 26절에 담겨 있는 표현입니다. 쉽게 말해, 이 말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되 당신을 닮은 존재로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여타 다른 피조물들과 달리 인간은 본질적인 면에서 자신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닮았습니다. 그것은 마치 아들이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닮듯이 그렇게 하느님을 쏙 빼닮았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을 본질적으로 닮았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야말로 인간 존재가 지닌 숭고한 품위를 보증하는 것이자 그가 어디서 유래했는지 그리고 그 존재 목적이 무엇인지를 가늠케 해줍니다. 인간 존재에 인호처럼 각인된 이 하느님의 표식은 그가 ‘하느님의 족속’이자 ‘천상 부족’임을 잘 드러내 줍니다. 십자가 성 요한의 영적 비전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합니다.


하느님의 모상과 유사한 인간

그런데 초대 교회의 교부들 이래로 적지 않은 신학자, 영성가들은 ‘하느님의 모상’이라고 하는 이 정의를 더욱 정확히 규명하고 이를 자신의 사상을 전개하는 바탕 가운데 하나로 삼았습니다. 히브리어 성경에 따르면, 창세기 1장 26절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selem)과 ‘유사함’(demut)에 따라 창조됐다 하며 두 개념을 분명히 구별하고 있습니다. 칠십인역 성경(그리스어)과 불가타 성경(라틴어) 역시 이 두 개념을 구분해서 표현했습니다. 성 이레네오를 위시해서 오리게네스, 성 아우구스티노 등 적지 않은 교부들은 창세기 1장 26절에 나오는 이 두 개념에서 고유한 신학적 의미를 끌어냈습니다. 우선, 그들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은 여타 다른 피조물과 달리 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특별한 선물로서의 측면을 가리킨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닮았다’는 것은 이미 그 자체로 원본과 복사본이 100%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하는 ‘차이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인간이 자신에게 선사된 삶을 통해 더욱 더 닮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가리킵니다. 교부들은 인간의 이러한 소명을 ‘유사함’이라는 말 안에서 보았습니다.


하느님의 모상을 완성시켜가는 영적 여정

그러므로 이 전망에서 본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졌지만(모상) 동시에 더욱 더 그분을 닮아야 하는 소명(유사함)을 받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초대받은 존재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 역시 이런 교부들의 영성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자신의 영성을 제시했습니다. 그의 영성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계획과 그 계획의 실현 과정에 대해 전하고 있으며 그 이면에 숨어있는 속살을 살펴보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 그러나 그분을 더욱 더 닮아야 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밑그림이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의 작품들을 보면, 인간의 영적 여정의 시작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하느님의 모상’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며 여정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설명에서는 ‘유사함’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인간의 정화, 조명, 일치의 여정은 다름 아닌 하느님의 모상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이자 모상과 유사함으로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일한 하느님의 모상이신 그리스도를 닮음

그런데 볼 수 없는 하느님, 형상이 없는 하느님을 어떻게 닮을 수 있을까? 우리가 믿는 신앙은 바로 이 점에 대한 해답을 전해줍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우리에게 계시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해 유일한 하느님의 모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닮아야 한다는 인간의 소명은, 정확히 말해 당신의 인격을 통해 하느님이 누구신지 우리에게 보여주신 분, 바로 그리스도를 닮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를 닮는 것은 인간의 실존적인 삶 속에서 보면 그분의 제자로서 그분을 따르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인의 가르침에는 끊임없이 그리스도를 따르고 닮으라는 가르침이 반복해서 나옵니다. 그리스도야말로 성인의 가르침에 있어서 중심인 셈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루어야 할 근본 소명이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해 이루어갈 수 있는지 「가르멜의 산길」에 나오는 성인의 가르침을 귀 기울여 들으며 그 비결을 배우기로 합시다.

“우선, 자기 삶을 그리스도께 맞추면서 매사에 있어서 그리스도를 본받을 일상적인 욕구를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그분을 본받을 수 있고 모든 것에 있어서 그분이 하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그분의 삶을 깊이 연구해야 합니다. 이것을 잘할 수 있으려면 다음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즉, 감각들이 가져다주는 어떤 기쁨일지라도 그것이 순수하게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공경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면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거절해야 하고 비운 상태에 머물러야 합니다”(1권 13장 3-4항).

[평화신문, 2015년 7월 5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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