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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11: 그리스도인의 기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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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18 ㅣ No.699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11) 그리스도인의 기도 생활


아버지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간구해야



우리는 예수님의 기도가 철저하게 하느님 뜻에 순명하면서 하느님의 구원 활동을 완성하고자 노력하는 시간임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그러한 기도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는 점을 살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기도 생활에 우리의 기도 생활을 일치시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 점을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서 저자는 일부 고유 자료가 포함된 산상설교 이야기를 통해 예수님께서 올바른 기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고 전해줍니다. 즉, 남에게 드러내 보이려 기도해서도 안 되고, 말을 많이 해야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준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6-7).
 
오히려 미움이 있는 사람과 화해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마태 5,24).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도의 응답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하고,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데까지 다다라야 합니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 7,7; 참조 마태 21,22).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결국 우리는 회개의 마음과 굳은 믿음을 가지고 생활해야만 하느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서 저자는 자신만 가지고 있던 고유 자료를 통해 기도에 관한 몇몇 중요한 비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먼저 친구에게 빵을 꾸려는 사람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결국 끊임없이 반복해 요청했던 것이 원의를 들어주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루카 11,5-8). 다음으로 과부와 재판관 이야기를 언급합니다. 여기서도 재판관은 과부가 귀찮을 정도로 청하는 것을 보고 괴로울까 봐 원의를 들어주고자 결심합니다(루카 18,1-8). 이 두 개의 비유 이야기는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청하라는 기도 자세를 가르칩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바리사이와 세리의 비유 이야기는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바리사이는 하느님 면전에 꼿꼿이 서서 당당하게 기도드리는 반면, 세리는 얼굴조차 들지 못하고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며 기도합니다(루카 18,9-14). 즉, 겸손한 마음으로 자비를 청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기도에 대한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주님의 기도’입니다. 예수님께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게 된 동기는 마태오 복음서(6,9-15)와 루카 복음서(11,1-4)에 다르게 나오지만 두 복음서는 이구동성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리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마태오 복음서는 아버지의 뜻을 잘 헤아려 이 땅에서도 펼쳐야 한다는 점을 첨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하느님 구원 활동에 동참하겠다고 영적으로 동의하는 순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점은 예수님의 기도 생활과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의 기도는 예수님의 기도와 결합하면서 하느님의 구원 활동을 완성하는 데 일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 구원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기도 생활은 진정한 기도라고 여길 수 없습니다.

끝으로 기도에 대한 요한 복음서 저자의 가르침을 한 가지 더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너희는 내 이름으로 아무것도 청하지 않았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요한 16,24).

어쩌면 그동안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 활동과 상관없는 빈말만 늘어놓았지, 한 번도 제대로 된 기도를 드리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드리는 기도라면 분명 하느님의 구원 활동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기도일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의 구원 활동에 참여하는 기도 생활을 실천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19일, 전영준 신부(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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