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2014-0209.....연중5주일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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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2014-02-08 ㅣ No.1461

 

연중 제 5 주일 (가해)

이사야 58,7-10                 1코린토 2,1-5              마태오 5,13-16

2014. 2. 9. 등촌3

주제 : 살과 피가 되는 얘기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좋은 길로 이끄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에 전부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때때로 우리는 피가 되고 살이 될 법한 얘기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듣는 얘기들 가운데 어떤 것들은 내가 이미 들어서 알고 있거나 내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라서 산뜻한 느낌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서 내 귀에 들려오는 이야기들의 의미는 달라지는 법입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너는 이러저러하게 특별한 일을 하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해주면, 우리는 그 얘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내가 듣기를 원했거나 나를 칭찬하는 얘기라면 긍정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드러내고 싶지도 않다거나, 나 혼자만 즐기고 샆고 싶은데, 남들을 위해서도 뭔가 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는 큰 문제일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고,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는 모든 사람을 향하여 그 말씀을 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을 뒤따르기로 작정했던 사람들, 예수님 주변에서 당신의 말씀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던 사람들, 또 실제로 그렇게 그 말씀을 가까운데서 당신제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향해서 세상의 소금이고 세상의 빛이라는 소리를 하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시간을 2000년 전쯤 거꾸로 돌리면, 이 미사에 함께 한 우리에게도 예수님께서 직접 하신 말씀일 수도 있습니다.

 

소금의 사명은 무엇이겠습니까? 빛의 사명은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의 말씀을 정확하게 들으려면, 각각의 사명이 무엇이고,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 세상에 드러내야 할 삶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귀로 듣는 말씀을 그저 흘려보내는 사람들이 될 것이며,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내보내는 사람이 되거나, 듣기는 하겠지만 실천하는 것은 내가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소금이 자기 사명을 다하려면, 세상에 자기 모습을 남기려고 애써서는 안 될 일입니다. 소금이 자기 몸을 녹여서 사라지는 일을 생각하지 않고, 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려고 한다면 소금이 자기 사명이 무엇인지 안다고 하더라도, 그런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세상에서 자기가 실천해야 할 사명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는 없는 사람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빛이 세상에서 자기 사명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빛이 정말로 자기 사명을 다하려면, 어두운 곳에 있을 때이어야만 가능한 법입니다.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히는 것이 빛이 가진 사명이고, 실천할 수 있는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그런 사정을 훤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빛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일을 거부하거나 반기지 않는다면, 그는 빛의 사명을 안다고 말해줄 수 없고 실천할 의지가 있다고 말해줄 수도 없는 법입니다.

 

세상에 소금과 빛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금이 자기 몸을 기꺼이 녹일 준비를 하고, 빛이 어두운 곳을 밝히는 것을 자기 사명으로 안다면 자기희생(自己犧牲)을 전제로 알고 있다는 것이 됩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누구나 다 반길 일도 아닙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서, 우리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는 있습니다만, 내 귀로 들어줄 내용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내가 실천할 사명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 독서의 첫째 말씀으로 들은 이사야예언서는 참된 단식이 무엇인지라는 주제로, 우리가 세상에서 실천해야 할 일들을 설명합니다. 흔히 단식(斷食)이라는 말을 들으면, 먹는 것과 관련이 있는 일로 알고 그것만으로 설명을 끝낼 수도 있지만, 이사야예언자가 의도했던 참된 단식은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이사야예언자의 말씀을 잘 되새기고 실천해야만 우리는 세상의 소금이고, 세상의 빛으로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앙인들의 삶은 그저 모든 것을 짜게 만들고, 어두운 곳을 무조건 밝게만 만드는데 있지 않습니다. 상황에 맞게, 역할에 맞게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는 것입니다. 신앙인이 세상의 상황을 읽고 행동한다는 것은 세상의 논리에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하느님의 논리를 실천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소금과 세상의 빛으로 내 삶을 드러낸다는 얘기는 그저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축복에 참여할 방법도 된다는 것을 알아야, 우리의 삶이 힘겹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내가 없어지는 듯 보이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축복에 참여하는 일이라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까?

 

세상의 삶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게 하는 얘기는 반드시 우리의 귀를 크게 울리고, 우리가 놀라야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온통 귀머거리와 벙어리들만 사는 곳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들이라고 생각할 우리는 더더구나 그런 사람들도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각자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삶의 지혜가, 나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좋은 결과를 남길 수 있는 놀라운 것이 되게 하고 싶다면, 우리는 내가 가졌다고 하는 것들에 하느님의 빛이 비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빛을 거부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의 힘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연중5주일,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진정한 살과 피를 가진 존재로 우리를 만들어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겸손하게 영접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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