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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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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6 ㅣ No.95

정신의 병과 정신병, 그리고 마귀들림 (6)

 

 

이제 위 주제에 대한 마지막 예로서 벌거벗은 남자가 계속해서 꿈에 나타났던 40대 초반의 여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40대의 여성: 사람들은 신이 내렸다고 이야기함

 

40대 초반의 이 여인은 똑같은 꿈을 벌써 2주째 꾼다고 하면서 두려움에 가득 차있는 상태였다. 꿈에 벌거벗은 남자가 자기 앞에 나타나 자기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 꿈은 똑같이 매일 반복되었다. 벌거벗은 남자가 꿈에 나타나 자신을 유혹할 당시 계속해서 이 여인은 그 유혹을 거부했다. 그런데 나중엔 이 남자가 신이라는 사실을 주변사람들에게 전해 듣고 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큰 재앙이 있을 것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반신반의했던 이 여인에게 결국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몸이 말을 안 듣는다든가 알 수 없는 고열이 며칠간 지속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 여인은 그 남자를 꿈에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 꿈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으며 점차로 이 여인은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게 되었다. 곧 가끔 다른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말을 하며 행동하다 곧 어느 순간이 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데 그 이전에 했던 소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 여인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주변 사람들은 소름이 돋는다고 했다. 주변인들의 과거를 맞추고 미래까지 이야기하는데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은 거의가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한 일은 이러한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는 경우 외에는 이 여인은 계속해서 자신의 사회적 일을 원만히 잘 수행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당한 지적 수준을 지닌, 명문대학을 나온 엘리트로서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이 되는 것 말고는 평상시에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 것이다. 

 

이 여인은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이 가끔 그런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겠다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만에 들은 소식에 따르면, 이 여인이 가톨릭 신앙을 가진 뒤 그러한 현상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주변사람들의 말로는 귀신의 노예가 되느니 하느님의 자녀가 되겠다고 하면서, 어떤 고통이나 병이 온다고 해도, 죽어도 무당은 되기 싫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여인의 경우 이러한 경험이 정말 빙의현상일까, 아니면 심리적인 다중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일까? - 『사목』 311호(2004.12.), 107-108면

 

 

1.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이해의 주관성과 변인들

 

이러한 초자연적인 체험의 경우는 사실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객관성을 가진 진단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개인적 체험들과 주변 환경의 영향들, 그리고 개인의 정신세계에 대한 각자의 신념들이 어우러져 형성된 지극히 주관적이며 증명되지 않은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러한 주관적 해석은 특히 어떠한 종교를 믿고 어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해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타 종교나 미신에 대해 지극히 보수적인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논의조차 필요 없는 악령의 소행이거나 아니면 정신이상 환자의 환상으로 여기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그 이야기 자체가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무속 신앙에 젖어있거나 다신론 또는 범신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현상이 낯설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또한 종교를 단순하게 사회현상 가운데 하나로 보는 일련의 인문 학자들(이들은 대개 인류학, 사회학 또는 철저한 분석심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일 것임)이 있다면 이들은 전혀 다른 접근방식, 곧 그 꿈을 어떤 사회적 문화적 가치체계의 집단 무의식적 전승에 대한 반영으로 본다든가, 아니면 한 개인의 무의식 세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자료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 모든 변인이 서로 배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 유기적으로 한 개인에게 다소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성인이 되어 보수적인 개신교 신앙을 가지게 된 사람이 신앙으로는 교리에 따르는 삶을 고백하면서도 내면으로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미신적인 요소를 떨쳐버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각 개인의 성장 과정 안에서 겪게 되는 영적 세계 또는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주관적 체험들은(우리는 모두 우리가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현상계에서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 정신세계 또는 영적 세계에 대한 체험들을 어떤 면에서는 선험적으로 가지고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교육환경과 가정환경 그리고 문화적 배경과 종교적 신념이 어우러져 각자의 고유한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감수성과 이해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이해의 변인들을 고려한다면, 왜 같은 신앙을 고백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 안에서조차 이 여인의 이야기에 대해 천양지차로 반응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곧 서양 그리스도교의 교의를 믿고 그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라 하더라도 불교와 유교, 그리고 수많은 무속 신앙에서 전해져 온 민속적이며 문화적인 영향성과 한민족 고유의 기질과 감성으로 이어져 온 집단 무의식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사목 상담자들은 이러한 사항을 늘 염두에 두면서 사목 상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2. 꿈에 대한 분석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 40대 여성의 체험담 해석에 대해서는 그 이야기를 들은 각 개인의 주관적 생각과 신념들만이 여기저기 존재할 뿐 학문적으로 객관적인 어떤 진단이나 해석이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이 여인의 체험을 빙의 현상적 차원에서 초자연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아니면 정신분석학 또는 심층심리학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목 상담자들 각자의 역량과 재량에 따라 그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여인의 이야기는 앞서 설명한 정신분열증과 마귀들림 현상 식별을 위한 세 가지 조건, 곧 첫째로 세 가지 기본적 인식의 틀(섣부른 판단의 배제, 가능성 정도에 따른 진단, 고정관념과 편견에 따른 편파적 판단의 배제)을 염두에 두면서 두 번째 조건인 판정이 아닌 배제를 통한 식별, 그리고 마지막 조건인 원인론적 접근을 사용하여 그 어떤 진단과 식별을 해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여인의 경우는 정신분열증의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서 초자연적 체험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제를 통한 식별의 경우가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초자연적인 외부의 상황과 힘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의지를 통해 그 문제에 적극적이며 주체적으로 대응하여 해결했기 때문에 정신병리 차원에서 증상에 대한 원인론적 접근도 여의치 않다. 다만 실제로 외부의 자극(신의 계시 또는 신의 의지)으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전제 조건에서는 본인의 정신적 무의식 세계의 역동성을 살펴보면서 그 원인을 분석심리학적으로, 꿈의 현상에 대한 해석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은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학자들은 이러한 초자연적인 심령현상에 대해서도 과학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다양한 과학적 실험과 학문적 이론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심령과학적 이해가 추후로 우리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는 이 여인의 체험에 대해 초자연적 현상을 일단 제외하고 굳이 학문적으로 이야기해 본다고 할 때, 이 이야기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꿈에 대한 집단 무의식적이며 정신분석학적 접근방식 이외에는 달리 더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본다. 

 

따라서 필자는 사목 상담자들이 지금까지 나름대로 가지고 있었던 꿈에 대한 개인적 생각에 덧붙여 지금까지 꿈 분석 연구에서 드러난 결과들에서 어떤 통찰력을 얻어, 최소한 이 여인의 경우와 비슷한 현상에 접했을 때 어떠한 시도를 할 것인지 나름의 지혜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꿈에 대한 이야기로 이 주제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1) 꿈의 해석·분석은 미신인가 과학인가?

 

먼저 사목 상담자들은 인간의 꿈에 대해서 크게 두 가지 자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곧 꿈을 의미가 있는 인간의 정신현상으로 보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후자의 경우라면 여기서 꿈에 대해 더 언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필자는 일단 꿈은 일차적으로 인간의 정신 영역에서 해석할 의미가 있는 정신현상이라고 인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영적인 차원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관점은 실로 일련의 물리학자들이나 의학자들 그리고 S. 프로이드와 C. G. 융 이후의 수많은 심층심리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의견이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우트레히트 대학, 독일의 프리부르겐 부리스가우 대학, 스웨덴의 스톡홀롬 대학, 미국 캐롤라이나 주의 듀크 대학에서는 이러한 꿈의 염력 또는 예언력과 같은 분야 외에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것을 미신적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초심리학(parapsychology)으로 분류하여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초심리학은 생물과 환경 사이의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세상에 많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모든 잡다한 심령현상이나 영매현상들을 두 가지 개념, 곧 초감각적 지각(extrasensory perception: ESP)과 염력(psychokinesis: PK)으로 분류하고, 이것을 과학적이며 통계적인 방법으로 그 현상과 상태를 밝혀내는 학문이다. 1930년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에서 이에 관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유럽에서도 이 연구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사목 상담자는 꿈의 예지력이나 영력에 대해 알아보는 자체를 미신이라고 치부하여 배타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모든 사람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것에서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고, 초심리학적 과학의 대상이라고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간이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현실적이며 경험적인 현상으로서 인간의 삶과 지극히 밀접한 의미가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사목 상담자들이 이러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신앙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혼란에 빠진 신자들을 만났을 때, 그러한 현상은 정신착란이라든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체험이라고 무시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그 현상에 대한 긍정적 이해가 바탕이 되어있어야 그들을 도와줄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일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알 수 없는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 도처에 널려있다. 특히 꿈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 복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들의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꿈에 길몽을 꾸어(불, 물, 태양, 돼지 등) 복권을 사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다음과 같은 기사 내용은 복권 당첨자들에게는 그렇게 생소하거나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전의 한 주부가 꿈에서 본 번호를 조합해 만든 로또 60개 계좌가 모두 당첨됐다. 김 모(45, 여, 대전시 서구) 씨는 제52회 로또 복권 추첨일인 지난달 29일 새벽에 옷을 곱게 차려입은 아주머니가 아이들의 나이를 알려주는 꿈을 꾼 뒤 집 근처 복권방에서 12만 원을 들여 로또 60개 계좌를 구입했다. 당시 꿈에 등장한 아주머니는 ‘아이가 2명 있는데 한 명은 4살이고 다른 한 명은 중학생’이라고 말했으며 김 씨는 아이들 2명에서 2번, 4살에서 4번, 중학생의 나이인 14-16번 중 1-2개 숫자, 그날 날짜인 29번 등의 고정 번호를 60개 계좌에 모두 표시하고 나머지 숫자는 자동으로 표시토록 했다. 그날 오후 실시된 로또 공개추첨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던 김 씨 가족은 번호가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행운의 숫자 6개가 2, 4, 15, 16, 20, 29번이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씨는 5개 숫자를 맞힌 3등에 4개 계좌(계좌당 당첨금 388만7천200원), 4개를 맞힌 4등에 40개 계좌(15만 원), 3개를 맞힌 5등 16개 계좌(1만 원) 등 60개 계좌가 모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3등 4개 계좌 가운데 1개 계좌에서 1개의 숫자만 더 맞았더라면 ‘인생역전’을 이뤘을 테지만 김 씨가 2일 오후 수령한 당첨금만도 총 2천170만 8천800원(세금 공제)에 달했다. 김 씨는 ‘번호가 공개될 때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며 ‘주변 사람들이 행운을 축하해 주고 있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어리둥절한 상태’라고 말했다”(출처 : 연합뉴스 2003.12. 2. 17:30 정윤덕 기자).

 

이러한 복권 이야기 외에도 꿈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 미래를 예측한 사람들, 물건이나 사람을 찾은 사람들 등 그 신기한 체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우리 주변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편 실제로 꿈뿐만 아니라 아예 역술과 무속을 현실에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우리 현실 도처에서 미신숭배자가 아닌 현실론자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성행하고 있다는 점 또한 놀라운 사실이다. 세계 최고의 첩보망과 최첨단 과학 장비를 보유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계자들과 오리건대 교수인 레이 히먼의 증언에 따르면 심령술사를 이용한 첩보활동 프로그램인 일명 ‘Stargate’ 작전이라는 것이 1970년대부터 무려 2천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가며 실행되고 있다. 1981년 이탈리아에서 ‘붉은 여단’에 피랍된 제인스 도지어 준장의 소재를 확인할 때, 1986년 리비아 폭격 직전의 카다피 행방을 추적할 때, 그리고 1994년 북한의 플로토늄 은닉 장소를 수색할 때에 구체적으로 심령술사의 도움을 받는 비과학적 첩보활동이 실행되었음이 밝혀졌다. 한편 대통령 영부인이었으며 명변호사 출신인 힐러리 여사도 1994년 자신이 직접 지휘했던 의료개혁법안이 무산된 뒤 깊은 좌절감에 빠지게 되자, 심령철학계의 거물인 휴스턴을 백악관에 초빙하여 역사적 위인들과 영적 교류를 갖는 신비한 체험을 가졌다고 워싱턴포스트의 전설적인 심층취재 기자인 밥 우드워드(워터게이트 사건 폭로로 닉슨을 중도 하차시켰던 인물)가 그의 『선택』(The Choice)이란 책에서 증언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꿈에 대한 해석이 미신이냐 과학이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려 하기보다는 꿈은 우리의 현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또한 초자연적 세계와 현상계 사이에서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적인 실재 그 자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할 필요가 있다. 

 

2) 꿈 이해의 역사적 발전 과정

 

(1) 원시 종교의 기원을 형성하는 꿈

 

꿈은 특정한 영력을 가진 주술사나 예언자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사람도 경험하게 되는 극히 보편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그 현상의 내용은 개인의 억눌린 무의식적 욕망의 표현에서 시작하여 초자연적인 능력과 예지에 이르기까지 실로 인간의 의식상태에서 알아낼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꿈은 인류의 역사가 존재하는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인간의 한계점과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의 힘에 따른 변화에 직면했을 때 거기에서 오는 심리적인 불안감과 공포 또는 긴장을 해결해 주는 수단으로서 ‘주술(magic)’과 함께 그 역사적인 기원을 가지고 있다. 곧 ‘주술사(shaman)’의 원시 종교적 주술의 형태는 이상한 꿈을 통하거나 신비한 약을 복용하여 환각이나 몰아의 황홀경 상태에서 접신을 통해 초자연적 존재와 통교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교류를 통하여 주술사는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존재적인 불안과 공포를 해결해 주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타일러(Edward B. Tylor)는 꿈에 대한 시각적 경험이 고대인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적인 힘’ 또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개념을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이것이 곧 원시 종교의 태동을 일으켰던 근본 이유라고 설명한다. 고대인들은 영혼이 이러한 꿈의 형태로 신체를 떠나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시공간을 초월하여 여행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죽음은 이렇게 육체를 떠난 영혼이 돌아오지 않을 때 생겨나는 것으로 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만물 안에는 떠도는 영혼들이 수없이 존재할 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는 각각의 영혼이 들어있다는 애니미즘(animism)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곧 문화인류학적으로 보면 꿈이라는 것은 영혼을 이해하게 했던 매개체이며, 이것을 통해 정령숭배 사상이 시작되어 원시 종교가 형성된 것이다.

 

(2) 고대와 중세의 꿈에 대한 상념

 

고대 철학자들은 꿈의 상징적 의미를 현실적으로 검증하려는 노력을 처음으로 시작하여 꿈은 신의 계시 기능과 의학적 기능 그리고 무의미한 환상의 기능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예를 들어 아르테마도리우스(Artemadorius Daldianus)는 기원전 2세기에 3000개의 꿈을 데이터베이스화해서 각 꿈의 유형(상징, 환상, 예언, 악몽과 잡몽)과 그 꿈을 꾼 사람의 이름, 마음 상태, 성격,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하여 이것들이 서로 연결되는지 아닌지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리고 그 꿈에 대한 분석과 해독을 위한 기술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꿈의 해석』(oneirocritica)이라는 책을 집필하였다. 이 책은 중세까지 일반 대중에게 꿈의 의미를 이야기해 주는 최고의 참고도서로 매우 인기가 있었다. 16세기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최초로 찍어낸 책이 성서였다면, 두 번째로 찍어낸 책이 바로 이 『꿈의 해석』이었다는 사실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사실 학문적으로 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의 시작을 알리는 1900년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라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의학적으로 꿈은 한낱 의미 없는 환각 현상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는 경향이 많았다. 따라서 1900년대 이전에 이러한 꿈의 의미에 대한 관심은 학문적 대상이었다기보다는 일반 대중들의 몫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직 학문적으로 명확한 꿈의 실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더라도 대중들은 꿈이야말로 초자연적인 계시나 예언이 인간에게 전해지는 분명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게 되었고, 이러한 믿음은 역사적 인물들의 꿈 체험담 등을 통해 더욱 강화되어 전달되었다. 다음에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의 체험담 가운데 몇 개의 대표적인 것들만 모아보았다.

 

① 카이사르: 

카이사르(Caesar, Julius)는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입성하기로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꿈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꿈에서 어머니의 상징은 모국 로마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는 로마를 범하여 통치하게 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꿈에서 얻었던 것이다. 또한 카이사르의 아내 칼퍼니아는 꿈에서 카이사르가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며 자신의 팔에 안기는 꿈을 꾸었는데 이를 통해 카이사르는 생전에 자신이 암살당할 것임을 미리 알았다고 한다.

 

② 콘스탄티누스 대제: 

312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독일 트리어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님에 대한 꿈을 꾸면서 그 꿈에서 In Hoc Signum(by this sign)이라는 표시를 선명하게 보게 된다. 이를 통해 그는 313년 밀라노 칙령을 반포하여 그리스도교 박해를 종식하고 최초로 로마에 그리스도 교회의 자유를 선포하게 된다. 

 

③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성인은 꿈에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 자신에게 수도회를 설립하라는 말씀을 계시로 듣고 프란치스코회를 설립하였다.

 

④ 단테: 

단테가 세상을 떠난 1321년, 그의 작품 『신곡』의 원고 일부분이 발견되지 않아 세상에 출판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 이때 그의 아들 여코이소는 꿈에서 아버지를 만나 어디를 찾아가면 그의 원고 중 유실된 부분을 찾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된다. 결국 꿈 속 아버지가 말한 곳에서 그 유실된 원고가 발견되었고, 작품 『신곡』이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⑤ 칭기즈칸: 

칭기즈칸은 꿈에 자신이 선택받은 사람이라는 음성을 듣게 되고, 그 뒤 계속해서 전쟁 중 작전 계획을 꿈에서 계시받았다고 전해진다.

 

⑥ 데카르트: 

데카르트의 해석기하학의 공식은 1619년 11월 10일에 꾼 세 개의 꿈 가운데 마지막 꿈에서 진리의 영에게 계시를 받아 알아내게 되었다고 알려진다. 

 

⑦ 로버트 스티븐슨: 

그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라는 세기적 작품을 꿈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종종 아이들처럼 악몽에 시달리곤 하였는데 계속되는 악몽에서 그는 결국 이 악몽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하는 법을 알아내게 된다. 그 뒤 그는 잠을 자면서 꿈을 이용하여 소설의 내용과 극중 인물들의 역할에 대한 수정을 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소설의 결정적 아이디어는 꿈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고백하였다.

 

⑧ 나폴레옹: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가 시작되기 하루 전에 꿈에서 검은 고양이를 보았기에 전투에 패할 것임을 알았다고 한다.

 

[사목, 2005년 5월호, 박현민(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홍보국장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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