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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46: 오늘날 데레사적 기도가 제시하는 가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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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2-16 ㅣ No.635

[성녀 데레사의 가르침에 따른 영성생활] (46) 오늘날 데레사적 기도가 제시하는 가치들


하느님 말씀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기도 첫걸음



영적 우정을 나누는 기도 모임

지금까지 약 1년간 우리는 성녀 데레사의 영성과 기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기나긴 성찰을 마무리하며 데레사적 색채를 갖는 기도가 오늘의 맥락에 어떻게 접목되고 우리들의 신앙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성찰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성녀의 기도 방법과 관련해서 주목해 볼 만한, 오늘날에도 유효한 기도 방법으로 일종의 ‘기도 모임’을 들 수 있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자신의 「자서전」 여러 곳에서 강생 수녀원 시절 하느님 안에서 참된 영적 우정을 나누는 5명의 벗으로 구성된 기도 모임에 대해 전하곤 했습니다. 소위 ‘5인방’이라고 하는 이 모임은 홀로 기도의 여정을 걸어가면서 겪는 미묘한 영적 체험에 대해 식별하도록 서로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기도 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혼란과 두려움 혹은 나태와 좌절을 넘어서도록 받침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성녀는 혼자 기도하거나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 안에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함께 기도하는 그룹을 추구했습니다. 성녀는 이 그룹의 영적인 벗들로부터 가르멜 수도회 개혁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실질적인 도움도 받아 성공리에 수도회 개혁의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이 그룹에 대해 성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사랑하고 우리 다섯 명이 한편이 되어 한 가지 계약을 맺었으면 합니다. …우리도 서로 의문점을 풀고 어떤 점을 고쳐서 하느님을 더욱더 기쁘시게 해드릴 수 있는가를 의논하기 위해서 가끔 모이도록 합시다. 우리의 진보에 대해서 참된 관심과 애덕을 가지고 살펴 주는 분들만큼 우리를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입니다”(「자서전」 16,7).


기도 소공동체 운동

성녀가 활용했던 이러한 기도 방법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유럽의 여러 교회에서 그리고 오늘날 한국 교회에도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소그룹 또는 소공동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기도 운동과 맥을 같이 합니다. 사실 이러한 기도 방법은 그간 많이 활용되지 못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방법은 사목 현장에서 신자들로 하여금 보다 능동적으로 기도에 참여하도록 유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적어도 필자가 유학하며 경험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가르멜 수도회에서는 수도회와 연계된 재속회, 신심회를 비롯해 본당, 학교 등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도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었으며 그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도 모임에 다양한 주제와 더불어 진행되는 사제들의 영성 강좌, 영적 지도, 고해성사가 동반됨으로써 일종의 영성적인 차원의 ‘토탈 케어’로까지 발전한 그룹들도 있습니다.


다양한 기도 방법과 데레사적 기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신학자들과 기도를 가르치던 교사들이 몇 가지 기도 방법에 대해 제안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안된 기도들은 새로운 듯이 보였지만 사실 이미 교회의 기도 전통에 있는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도가 논의의 대상 중에 하나가 된 데에는 현대로 들어와 그만큼 그리스도교적인 기도의 본질과 그에 대한 식별 기준이 흐려져 있었다는 상황에 대한 방증이기도 합니다.

2000년간 가톨릭 교회가 가르쳐 온 기도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적인 기도는 본질적으로 수동적이며 신비적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무상적인 특징을 띠고 있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에게 건네시는 사랑의 대화이자 그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코 독백도 아니요 어떤 추상적인 철학적 명상이나 사색도 아닙니다. 무념무상 그 자체를 추구하는 불교적인 참선은 더 더욱 아닙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녀 데레사가 제시하는 기도의 정의는 그리스도교적인 기도의 본질을 분명히 제시하는 근본 기준점이 되어줍니다. “기도란 자기가 하느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하느님과 단둘이서 자주 이야기하면서 사귀는 친밀한 우정의 나눔입니다”(「자서전」 8,5).


그리스도교적 기도의 기준을 제시하는 성녀 데레사

가장 단순한 구송 기도부터 최고의 신비 기도에 이르기까지 천상을 향한 기도 여정의 확실한 길을 뚫은 분, 그래서 교회 박사이자 ‘기도의 스승’이라고 극찬하며 성교회가 친히 보증한 성녀 데레사가 전하는 기도에 대한 정의야말로 수많은 신흥 영성 운동과 정체불명의 혼합된 기도 방법이 난무하는 오늘의 세태에 무엇이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기도인지 그 확실한 기준점을 제시해 줍니다.

혹시 여러분이 하고 있는 기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 필자는 주저하지 말고 성녀의 「자서전」이나 「완덕의 길」 같은 작품들을 펼쳐보도록 권합니다. 몸소 기도에 집중했고 그 방법으로 천상을 향한 길을 뚫고 돌아와 이제 여러분에게 기도의 안내자이자 영적인 벗으로 겸손하게 손을 내미는 성녀 데레사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2월 15일, 
윤주현 신부(대구가르멜수도원장, 대전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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