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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유사영성 운동과 건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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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9 ㅣ No.310

[기도, 한 걸음 더] 유사영성 운동과 건전한 기도

 

 

2006년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2005년 11월 1일 현재 우리나라의 천주교 신자는 514만 6천 명이라고 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가 10년 전인 1995년의 295만 1천 명보다 219만 5천 명 늘어 74.4%이나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신자들이 기도와 표양을 통해 주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였고, 많은 신심단체들과 활동단체들이 선교활동을 활발히 펼쳤으며 아울러 사회정의 문제와 사회복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천주교회에 대한 신뢰를 얻은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천주교회 내적으로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흔히 본당의 대형화, 익명화, 교회 내 소외계층의 증가, 신앙의 미성숙, 장기간 쉬는 교우와 행불자 증가, 주일미사 참례율의 저하 등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으로는 신흥종교나 유사종교의 공격성 전교를 들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신자가 이들의 무리에 들어간다는 현실이다.

 

그 외 ‘단월드’로 대표되는 건강치료를 빙자한 기 수련 운동이나, 뉴에이지 운동 같은 유사영성 운동은 가톨릭 신앙의 정체성을 위태롭게 하지만 이들은 외면상 종교성을 표방하지 않기에 많은 신자들이 별다른 주의 없이 쉽게 다가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체종교의 등장

 

오늘날 종교의 기능에 대한 비판이, 특히 기성종교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성종교에 대한 실망과 거부감을 지니면서도 영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인간 본성은 기존의 종교 가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형태를 찾게 되었다. 더욱이 세속화와 여가 산업의 발달, 건강에 대한 관심은 이에 편승해 이른바 ‘대체종교’의 등장을 가져왔다.

 

대체종교란 기존의 종교들이 하는 기능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종교적 성격을 띤 영적 운동을 말한다. 뉴에이지 운동, UFO와 관련된 외계인 숭배, 기 수련 운동, 정신세계 운동, 단월드로 이름을 바꾼 단학선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체종교의 형식과 형태는 기성종교와 다르지만, 현대인들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기능은 종교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새로운 종교문화 현상을 일부에서는 ‘신영성 운동’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영적 운동들이 여러 측면에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충돌하고 있기에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에서는 ‘유사영성 운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로써 이 운동이 그리스도교 교리에 어긋나고 신앙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유사영성 운동의 대표적 사례

 

① 뉴에이지 운동

 

오늘날 뉴에이지 운동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크나큰 도전이다. 특히 그들은 건강생활 프로그램을 앞세워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뉴에이지 운동은 일차적으로는 힌두교 사상을 주요 원리로 삼고 있으며 그 외 고대의 밀교, 신플라톤주의, 영지주의, 점성학 등을 결합한 복합적인 사상이다. 따라서 그 사상적 뿌리가 동양적 신비주의에 있기에 언뜻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뉴에이지 운동은 현대사회를 총체적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며, 물질문명의 노예가 되는 현상, 빈부의 갈등, 전쟁의 위협, 환경파괴와 오염, 새로운 질병의 증가를 그 예로 든다. 이 모든 현상은 결국 인류의 파국을 가져올 것이기에, 이 모든 위기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사는 평화로운 사회를 희망하면서, 동시에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인간이 잃어버린 정신의 위대한 잠재력을 되찾고 스스로 세계의 주인이 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설파하기에 그리스도교 신앙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구원은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신의 위치에 설 때 가능하다고 주장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뉴에이지 운동은 인격적 신의 존재, 하느님의 계시, 하느님의 말씀이 사람이 되신 강생의 신비, 교회의 존재, 사후의 심판을 부정하고 있다.

 

또한 태어나는 순간의 별 위치에 따라 사람의 성격과 인생이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점성술을 용납하며 환생을 주장한다. 그리고 죽은 이들의 혼령과 산 자들이 영매를 통해 서로 교감할 수 있다는 심령술을 신봉한다.

 

뉴에이지 운동은 여러 형태로 확산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효과적으로 전파되는 것이 명상서적이라고 부르는 책들이다. 대표적인 명상서적으로 “성자가 된 청소부”, “꼬마 성자”, “무탄트”, “배꼽”, “히말라야의 성자” 등을 들 수 있다.

 

뉴에이지 음악도 널리 보급되고 있는데, 조지 윈스턴, 스톨츠만, 란츠, 키타로, 소지로, 앙드레 가뇽, 유키 구라모토 등이 대표적인 음악가다. 영상매체도 무시할 수 없는데 ‘사랑과 영혼’, ‘인디아나 존스’, ‘스타워즈’, ‘은행나무 침대’, ‘E.T.’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② 기 수련 운동

 

건강이나 치병(治病)과 관련된 기 수련도 주의해야 한다. 동양종교의 여러 요소가 현대에 기공, 기 수련, 단전호흡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상이나 선, 도, 기 등이 인간에게 가져다주는 효과는 이미 현대과학으로도 입증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것을 종교적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의 철학체계는 결코 종교가 아니며, 건강을 증진하려는 하나의 방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건강 증진법을 넘어 하나의 종교가 될 때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곧 그 방법을 택하는 수련자가 처음에는 그것을 건강을 위한 방법으로 시작한다고 할지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것을 종교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적지 않은 신자들이 호기심과 건강수련, 명상, 호흡법 수련 등의 목적으로 이들의 무리에 쉽게 가입한다는 점이다.

 

물론 기 수련을 하게 되면 일단 심신을 이완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감각을 일깨워 자신에 대한 성찰능력을 키워준다. 그렇지만 잘못된 명상 수련을 하다가 심신에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호흡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거워지는 예도 있고, 몸의 특정부위에 원인 모를 통증을 느끼거나 몸 전체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또한 감정이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극도로 좋은 상태와 극도로 나쁜 상태가 반복되거나, 심한 경우 환청이나 환시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때도 있다. 더욱이 수련비용의 과도한 지출, 수련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현실감각이 저하되어 가정에 대한 무관심으로 가정불화가 일어나는 예도 종종 있다.

 

 

건전한 기도

 

2004년 한국 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 불교의 가르침인 윤회설을 인정하는 비율이 불교 신자 36.8%보다 오히려 높은 39.7%에 이른다.

 

또한, 종교를 갖는 이유를 묻는 항목에서 78%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고 있다. 기도생활 역시 개신교 신자의 59.3%가 하루에 한 번 이상 기도한다고 응답한 데 비해 천주교 신자는 27.8%만이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다. 특히 창조론을 믿는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53.9%에 머물고, 종말에 절대자의 심판을 믿는 이들이 천주교 신자의 35.2%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조사보고는 천주교 신자들이 타 종교 신자들에 비해 신앙의 정체성이 불분명할 뿐 아니라 유사영성 운동에서 보이는 일종의 참살이주의에 물들어 현세적 평화만을 추구하는 모습으로까지 비치고 있다.

 

따라서 형식적인 종교생활을 탈피하여 신앙생활 속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둬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영적이고 초월적인 가치를 추구해야만 한다.

 

그리고 기복신앙 위에 형성된 하느님의 모습을 정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느님께 무엇을 청하는 기도보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그분의 뜻을 찾는 기도와 실천이 더 필요하다.

 

또한, 내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과 시련을 당하더라도 하느님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는 확신과 함께 이러한 고통과 시련을 극복하는 성숙한 신앙을 가져야 하겠다. 이를 위해 참된 하느님 체험이 필요하다.

 

* 김준철 토마스 아퀴나스 - 1986년 사제 수품. 1994년 이탈리아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선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신정동성당, 수서동성당, 쌍문동성당 주임신부, 교구 선교국장, 가톨릭교리신학원 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안식년 중이다. 1995년부터 가톨릭 대학교에서 선교학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0년 12월호, 김준철 토마스 아퀴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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