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월)
(홍)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소작인들은 주인의 사랑하는 아들을 붙잡아 죽이고는 포도밭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성미술ㅣ교회건축

세례당 (2)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7-06 ㅣ No.82

[전례 상식 / 교회 건축] 세례당 (2)

 

 

세례소와 부속물

 

세례소 바로 곁에는 경당이나 그 밖의 다른 용도를 위한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공간들의 기능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세례소는 최소한 두 개의 공간을 부속건물로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동의한다. 그 하나는 물로 씻는 세례를 위한 욕조가 있는 방이며, 또 다른 하나는 주교가 크리스마를 도유하는 방(consignatorium 또는 χρισμαριον)이다(그림1). 후자에 해당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후진 (abside, apse)에 크리스마 예식을 위한 주교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그 대신에 세례소 안에서 두 가지 성사를 함께 거행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증거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의미있는 증거는 한 쪽 벽면에 붙어있는 긴 의자다. 이것은 세례 전 교육을 위한 예비자들의 공간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 우리는 세례소와 탈의실이 구분되어 있었다는 문헌적인 증거를 성 치릴로의 ‘교리교육’ 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예는 로마의 라테라노 대성당의 세례당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세례식이 거행되는 순서에 따라 예비자들이 각 공간으로 움직이는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를 우리는 살로나(Salona)의 가톨릭 세례당에서 찾아볼 수 있다(그림2). 예비자들은 입구(A)에서 교리실(B)을 거치면서 교육을 받고 세례를 받기 위한 영적인 준비를 갖춘 다음, 세례소와 대성당 사이에 위치해 있는 문을 통과하여 벽면을 따라 길게 마련되어있는 의자들이 있는 방(C)으로 가 의식의 진행을 기다린다. 자기 차례가 되면 탈의실(D)에 가서 옷을 벗고 세례대가 있는 곳(E)으로 인도되어 구마식을 하고 십자형의 세례조(洗禮槽)에 세 번 잠김을 받는다. 세례를 받은 이는 이제 한 쪽 벽면 둥근 공간(absidiola)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주교(G)에게 가서 도유를 받는다. 그런 다음 성찬례에 참여하기 위해 대성당으로 들어간다(H). 이 세례당은 전례적으로, 또 건축학적으로 완전한 형태의 초기 그리스도교 세례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위의 설명은 각 공간의 형태를 보아 그 기능을 미루어 짐작해 본 것이다.

 

 

세례당의 형태

 

건축학적으로 볼 때 세례당의 형태는 매우 다양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건축가들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막힘없이 중앙을 볼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형태를 취하면서 외형과 세례조의 조화를 꾀하려고 했다. 그들은 또한 미와 기능을 고려하면서 세례당이 갖는 상징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상징성은 모자이크나 돋을새김 또는 글로써 설명했다. 라테라노 대성당의 세례당에 새겨놓은 식스토 3세의 글은 재생의 물로써 얻은 은총을 찬양하고 있고, 밀라노의 성녀 테클라 세례당에 새겨져 있는 성 암브로시오의 팔 연의 찬미가는 팔각형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세례당의 형태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중앙집중형을 취하되 원형이나 사각형 또는 육각형이나 팔각형의 다각형으로 만들었다. 그림 3, 4, 5는 여러 형태를 보이고 있는 세례당의 평면도를 유형별로 보여준다.

 

지리적으로 볼 때 다각형이나 원형의 세례당은 서방에 널리 펴져있었던 반면에, 동방의 교회들은 정사각형이나 직사각형을 더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는 세 잎 또는 네 잎의 클로버 형태로 된 세례당도 찾아볼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십자형의 세례당도 발견된다(그림6).

 

세례당은 일반적으로 동쪽을 향하고 있고, 내부에는 아무런 전례 용품(제구)도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후진 안에 제대가 있는 경우가 아주 드물게 있는데, 그것은 아마 상당히 일찍부터 세례를 받은 바로 그 자리에서 새 영세자들에게 성체를 나누어주는 관습이 생겨났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닌가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어떻게 세례를 베풀고 또 세례성사가 거행되는 세례소(당)는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보았다. 그것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지, 또 어떤 상징성을 드러내려고 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세례당이나 세례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우리 나라로서는 동 · 서방의 교회들이 세례당에 기울인 관심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례대 또는 세례당은 그리스도인의 실존의 의미를 상기시켜 준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 안에 다시 태어나게 하지만 또한 세상 안에 살면서 세상에 죽고 하느님 안에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실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일깨워주는 것이다.

 

[경향잡지, 1995년 8월호, 김종수 요한(주교회의 사무차장, 본지 주간, 신부)]



2,23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