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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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12: 영적 사건인 성사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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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7-27 ㅣ No.702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12) 영적 사건인 성사 생활

 

성사 생활은 영적 발전 위한 교과서

 

 

영적 발전의 여정을 걸어갈 때 우리는 두 가지 측면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 가지는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수덕 생활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수동적’으로 은총을 체험하는 신비 생활입니다.

앞서 가톨릭 영성 생활에서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의 하나로 기도 생활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기도 생활을 할 때 수동적으로 은총을 체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기도 생활을 조금 더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 측면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즉 수동적으로 은총을 체험하는 측면을 더 강조하는 영성 생활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성사 생활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 은총을 가시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현장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성사입니다. 왜냐하면 강생(降生,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심)의 신비를 통해서 인간이 된 예수님을 봄으로써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사입니다. 하늘에 올라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예수 그리스도를 지상의 교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이지 않는 은총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성사는 한마디로 영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느님 은총의 도움으로 우리의 영적 여정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성사에 참여하면 할수록 거룩해질 기회를 잡는 것입니다.

사실 가톨릭 교회는 성사 생활을 중심으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기간에 가르치거나 보여주셨던 많은 내용을 교회는 심사숙고해 신앙인들에게 일곱 개의 성사로 제시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이들이 가톨릭 교회를 바라볼 때 성사로서의 교회 모습을 먼저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많은 가톨릭 신앙인이 성사 생활은 그저 성사 생활 그 자체일 뿐이지 성사 생활을 영성 생활과 관련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 까닭에 신앙인은 성사 생활로 성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간과한 채 급기야 성사 생활을 귀찮은 일 정도로만 여기게 됐습니다.

우리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해 영적 여정에 첫발을 내딛는 것에서부터 영적 성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앞서서 우리가 믿어야 할 바로 그 하느님을 올바로 고백하는 것이 영적 여정에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례성사로 나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믿어야 할 하느님을 올바로 깨닫고 고백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영적 여정에서 첫걸음을 아주 잘 내딛는 것이며 영성 생활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견진성사로 나아간다는 것은 우리 안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이 더욱 활성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적 여정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노력하며 걸어가는 측면도 있지만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수동적으로 이끌려 가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서 성령의 활동이 활성화됐다는 것은 영적 성장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이 또한 영성 생활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는 사제가 되거나(성품성사) 결혼하는 일(혼인성사)마저 성사 생활로 숙고하고 있습니다. 비록 개인의 선택에 따른 여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길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가고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성품성사와 혼인성사도 영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동안 성사 생활을 귀찮거나 번거로운 일로 생각했던 적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성사 생활과 영성 생활과의 깊은 연관성을 숙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적 발전을 간절히 바란다면 어렵고 복잡한 영적 여정을 찾아 나서기보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통상적인 성사 생활에 충실하자는 결심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영성 생활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5년 7월 26일, 전영준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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