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연중 17 주일-가해-1999

스크랩 인쇄

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9-07-24 ㅣ No.137

연 중  제  17  주 일 ( 가 해 )

          1열왕기 3,5.7-12 로마 8,28-30  마태 13,44-52

       1999. 7. 25.

주제 : 덕을 받을 사람의 생활 모습

 

무더운 여름입니다. 비가 오락가락 했던 한 주간, 덕분에 우리의 마음도 부침(浮沈)을 헤맸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여름에는 지치기 쉽고, 우리의 몸과 마음도 늘어지기 십상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때를 맞이해서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가에 따라, 뜨거운 태양 볕 아래서 더 옹골찬 이삭을 맺는 벼를 따라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벼는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그리고 그런 시선에 상관없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해 냅니다.  그런 때에는 식물이긴 하지만, 벼에게서도 사람은 배워야 합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늘은 연중 17 주일입니다. 무더운 여름, 장마철이라고 하면서도 비는 많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고, 지난해의 걱정은 덜고 있지만, 그래도 더운 것으로는 여름 값을 하는 계절입니다.  이런 여름에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이 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것이 오늘 성서의 말씀을 통하여 우리가 생각하고 묵상할 내용입니다.

 

말씀을 통하여 올바른 것을 느끼고, 그 안에서 살려면 ’작은 일에 성실하고, 큰 일에 겸손’하게 사는 것입니다.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이 세상에 살면서 뜻하지 않게 횡재할 수 있는 길이고,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행복하게 살고자한다면, 독서와 복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솔로몬 임금의 겸손한 자세, 갑작스레 횡재한 사람이 갖는 마음처럼 냉철하고 현실과 미래를 올바로 볼 줄 아는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범하고 삽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탓을 듣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신에게서는 책망을 듣고 사는 것이 사람입니다.  살면서 자신을 책망하는 소리마저도 적게 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책망하고 살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도 견딜 수 있으면 우리가 대범하게 넘겨주고, 한번쯤 큰소리로 감정을 표현해야 할 일도 한번으로 끝내주는 아량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흥분하고 마음을 상하는 것이고, 그 감정을 오래도록 끌고 가기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항상 장마철 시커먼 하늘처럼 마음에도 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드리는 저도 사실은 완벽하게 살지 못합니다.  그러나 노력은 하고 삽니다.

 

솔로몬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야 할 당연한 일을 한 것은 없습니다. 그는 아버지 다윗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고 그래서 감사의 제물을 예상보다 많이 바친 것뿐입니다. 성서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그의 마음과 삶의 자세를 보시고 하느님이 찾아오시어 당신이 준비하신 복을 내려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치 있었던 솔로몬은 한번으로 사라지는 재물과 부귀영화보다는 그것을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청한 것뿐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재물과 진주를 발견한 사람, 고기를 잔뜩 잡은 사람도 특별한 자격 요건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런 횡재를 한 것은 아닙니다.  남다른 것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런 행복의 기회를 그들이 놓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작은 일 그들이 일상적으로 하던 일에 성실하고, 마음을 갖춰 대범하게 해야 할 일에는 주저함 없이 임했다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았다는 것뿐입니다.

 

우리도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고, 또 실제로 행복을 얻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독서와 복음에 나오는 솔로몬과 횡재한 사람, 장사꾼과 어부들처럼 사는 자세를 갖고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만일 그 두 가지 자세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괴리(乖離)는 우리를 슬프게 할 것이고, 내가 지금 행복을 누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세상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 참으로 좋은 결실을 우리 곁에 두고 사는 방법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내 곁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마음을 슬프고 힘들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달리 갖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결과란 불구덩이에 던져질 악한 운명을 걸어온 사람이거나, 어부의 손에 선택되지 못할 운명을 지녔으면서도 혹시 실수로라도 나는 선택되지 않을까 하는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만일 어부의 손에 선택은 됐다고 하더라도, 그 선택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겠습니까?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이 보여주신 본보기를 따라 산다는 것이 쉽고 편한 길은 아닙니다. 그러나 노력을 통하여 한번쯤 도전해 볼만한 일인 것은 분명합니다. 세상에는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생각과 일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무더운 계절을 보내는 연중 17주일입니다.  덥고 짜증나는 여름은 누구에게나 다 공통입니다. 나 혼자만 더 특별히 느끼고 나 혼자에게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밝은 생각과 자세를 갖고 살아가는 7월의 나머지 한 주간이기를 바랍니다.

 

행복은 바라는 사람, 그것을 얻으려고 준비한 사람에게만 기쁜 얼굴로 찾아오는 법입니다.



504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