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연중 18 주일-가해-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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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gold] 쪽지 캡슐

1999-07-31 ㅣ No.138

연중 제 18 주일 (가해)

  이사야 55,1-3  로마 8,35.37-39  마태 14,13-21

 1999. 8. 1.

주제 : 먹을 수 있는 올바른 것을 찾기

 

<어제는 만들 때까지만 신경 쓰고 돌보지 않았던 밭에 다녀왔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데, 몇 사람의 손을 거치고 나서 상추는 씨앗을 맺고 있었고, 옥수수도 수염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깻잎도 따다가 먹기도 했습니다. 제가 했던 짧은 그 일을 보면서, 씨앗 하나의 힘이 이렇게도 큰 것인가 하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습니다. 사람의 희생과 땀이 거기에 합쳐져서 미리 예상하지 않았던 놀라운 역사가 그곳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뒤늦은 생각이었지만, 땅은 노력하는 사람들의 땀을 거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했던 순간이었습니다. >

 

고양동 주일 미사에 나오신 교우 여러분,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이제 정말로 무더운 때가 되었습니다. (흐린 날씨가 지나고 나면 이 더위는 더 심해질 것입니다) 지난 주일에는 태풍 하나가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을 걱정에 떨게 했었는데, 단순히 움직이는 태풍이 무서운 것보다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지난해의 쓰라린 기억 때문에 더 걱정이 된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학생들과 춘천의 위도로 여름행사를 갔을 때도 혹시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모든 것을 그만두고 철수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태풍이 우리 곁을 스쳐 가면 농사짓는 어른들의 걱정이 가장 큽니다. 사람에게 양식을 맺어줄 식물들이 물에 잠기고 쓰러지면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값은 오를게 분명한데, 여유있는 돈이 적은 사람들은 먹을 것을 더 걱정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고, 가뜩이나 힘든 경제상황에 가난하고 힘든 사람만 더 큰 걱정과 우려를 갖게 마련입니다.

 

곤란한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걱정은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요즘의 우루과이라운드, 미국의 슈퍼 301조 따위가 그나마도 조금 남아있는 우리의 농산물 자급률을 자꾸만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인지는 모르지만, 훗날 식량이 무기로 등장하는 때가 참으로 걱정됩니다.

 

오늘 들으신 말씀은 양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돈을 쓰면 양식이 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 못한 것을 찾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안타까움,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러 모여들었다가 먹을 것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을 보고 먹을 것을 주어야 한다는 예수님의 걱정을 듣습니다. 많은 세월과 시간이 흘렀지만, 이런 걱정은 250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사람들은 행복을 위해서 움직입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은 개인의 만족을 위한 수단으로 기울어져서 좀도둑이 극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행복을 작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양심(良心)의 소리 따위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행복만을 찾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하여 하느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시켜 한탄의 소리를 하십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돈을 써 가며 양식도 못되는 것을 얻으려 하느냐? 애써 번 돈을 배부르게도 못하는 데 써 버리느냐?" 다른 사람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면 자신의 배라도 제대로 채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느님을 가리켜 인간이 겪는 어려움을 모른 체 하는 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성서에는 그렇게 많은 기적 이야기들이 있는데도 요즘 세상에는 힘들고 어렵고 정말로 딱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기적들이 좀체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럴 수도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들으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먹은 일도 기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말씀은 우리가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인지, 기적을 행할 수 있는 힘이 되는 사람들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개인의 행복만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희생으로 베풀어지는 기적의 혜택을 보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된 신앙인이 가야할 길에서 먼 것입니다.

 

제자들이 갖고 있었던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오천명의 사람들에게 별 힘이 될 것 같지 않았으나 커다란 힘이 됩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세한 변화가 나오지는 않으므로 정확한 것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하는 일에 하느님의 힘이 덧붙여진다면, 우리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이곳 고양동에 성당이 선 것도 사실은 기적입니다. 성당에 나오는 신자 400여명으로 이 건물이 세워지고 공동체가 생긴다는 것은 큰 기적입니다. 고양동과 벽제동, 관산동과 내유동 그리고 또 다른 동네에 사시는 분들의 작은 힘이 모아져서 눈에 보이는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오늘 연중 18주일은 우리 삶에 일어나는 기적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찾아보고 그 기적이 지속해서 일어나고 생길 수 있도록 함께 힘쓸 것을 다짐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실천하겠다고 다짐한다면,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참으로 올바른 길에서 우리를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환난이나 걱정, 박해나 굶주림, 헐벗음과 위험 그리고 칼은 우리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주기는 하지만 우리의 생명에 직접적인 해악(害惡)은 끼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올바른 마음과 삶의 자세로 서기로 한다면 말입니다.

 

오늘은 연중 18주일,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주일입니다.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다짐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행복을 이룰 수 있는 힘을 함께 간청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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