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강론자료

대림 3 주일-다해-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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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신부 [gold] 쪽지 캡슐

2000-12-16 ㅣ No.229

대림 3 주일 [다해]

 

        스바니야 3,14-17     필립비 4,4-7         루가 3,10-18

    2000. 12. 17.

주제 : 신앙인의 올바른 삶의 방법

 

지난주간에는 추운 날이 많았습니다.  몸이 움츠러들어서 움직이기 불편하기도 했지만, 옛날 농사짓던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는 말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날씨가 추웠다가 풀리는 일이 반복되어야 다음 해 농사짓는데 병충해를 덜 입을 수 있다는 데서 그런 격언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농약들을 워낙 많이 사용하였기에 그 농약에 적응하는 해충들의 생명력도 길어졌고, 지구 온난화 때문에 온도 변화가 심하지 않아서 농부들이 바라는 일이 과연 효과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오늘은 대림 3 주일 자선주일입니다.

새로운 아이엠에프(I.M.F)를 들먹이기도 하고, 우리 가정들의 형편이 또 어려운 때가 됐습니다. 그렇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능하다면 우리보다 환경이 어려운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그들을 위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자는 것이 교회에서 정한 오늘 자선주일의 의미입니다. 요즘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기업화돼서 우리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수시로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는데 비해서 환경은 달라지지 않으니 도움의 손길이 더 얼어붙는 시기가 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느님의 말씀은 신앙인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삶의 방법을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선언하셨으니 우리는 두려워하며 살 이유가 없다는 첫 번째 스바니야 예언서의 말씀,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시기를 정하신 때가 가까이 다가왔으니 그 올바른 준비를 해야 한다는 필립비 서간의 두 번째 독서, 신앙인들이 가야 할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는 세례자 요한의 외침을 전하는 루가복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말씀들은 하루 하루의 삶에 정신 없는 우리가 알아듣기는 쉬워도 그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하기는 어려운 말씀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한 가운데서도 우리는 올바른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행복은 저절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하느님의 축복은 넋을 놓고 있는 사람과 욕심 많은 사람들을 찾아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고 있다면 아무리 하느님의 힘이라고 하더라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에 들었던 높은 담을 쌓고 살던 키다리 아저씨와 아이들 이야기에서 '아이들이 찾아오는 것이 귀찮아 담을 높게 쌓았던 거인의 집은 항상 겨울이었다'는 동화와도 비슷할 것입니다.  그 동화에 따르면, 키다리 아저씨가 아이들을 귀찮게 여기는 마음을 바꿔 자기가 애써 쌓은 담을 허물었을 때,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놀기 위해서 다가왔을 때에서야 비로소 봄은 찾아왔다는 내용을 기억해야합니다.  그때 갑자기 봄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 다가온 마음의 봄은 그때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2000년 12월을 지내는 오늘 우리의 현실 삶은 무척 어렵습니다.  끝나는 듯 했던 어려움이 다시 찾아올 거라는 말도 들리고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삶의 고통도 자꾸만 커져가는 듯 합니다.  현실을 둘러봐도 어둠뿐인 듯하고 하느님의 뜻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듣기 힘들다고 말해도 별로 미안한 느낌이 들지 않는 세상입니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데 하느님이 내게 무엇을 해 주었느냐고 물으면서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국 사람이 변화시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현실에 사는 우리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먼저 변화하고 다르게 행동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힘이 내 곁에 그렇게 가까이 있었음을 깨달을 것입니다. 우리의 움직임 없이도 세상일이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올바른 자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일들은 우리 삶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적용할 구체적인 삶의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질문하고 응답을 찾아봐야 합니다. 대희년의 끝자락을 지내는 우리 본당 공동체에 꼭 필요한 일, 우리 가정에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질문에 올바르게 응답할 수 있어야 그것을 얻기 위해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하루 삶에 불편함이 없는 군중에게 이웃을 돌아보고 자기의 것을 나눠주라고 세례자 요한은 말합니다. 법에 규정한 합당한 금액만을 받을 것을 세무 공무원들에게 말하는 것이 세례자 요한의 선포입니다. 자신이 힘을 가졌다고 무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 군인들을 향하여 말하는 세례자 요한의 삶의 방법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신이 현재 머무는 상태에서 과도한 욕심을 갖지 말라고 합니다. 삶에 꼭 필요한 것마저 포기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의 선포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면, 2000년 12월의 중순을 지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지침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내가 갖는 욕심은 무엇인지, 우리 본당 공동체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 변해야 할 모습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탄절이 되면 새로운 모습으로 오셨음을 반길 하느님이 부담스럽지 않고 평화를 가져오는 분이 되도록 자신을 먼저 살펴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많은 욕심을 갖는 일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 욕심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실천하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아마 하느님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우리에게 도움을 손길을 펼쳐 주실 것입니다.

 

우리 본당 공동체에 정말로 필요한 것들이 이루어지도록 여러분의 기도 가운데 함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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