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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선교인가, 복음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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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3-14 ㅣ No.84

[복음화, 어떻게 할 것인가?] 선교인가, 복음화인가?

 

 

최근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8년 6월 28일부터 2009년 6월 29일까지 1년간을 성 바오로에게 바치는 특별 희년, 즉 ‘바오로 해’로 선포할 것이라는 외신이 있었다. 사도 바오로의 탄생 2천 년을 맞이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하고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와 화합을 위해 노력한 바오로 사도의 용맹한 신앙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다시 한 번 바오로 사도의 가장 큰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만민을 향한(ad gentes) 교회의 선교”와 “그리스도교회의 일치운동(ecumenism)”에 대한 일제 점검을 하게 될 것이다.

 

정렬을 가다듬는 이러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교회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자성적인 소리는 2005년 11월 1일 대한민국 인구 총 조사결과 천주교 10.9%(1995년의 6.6%에 비해 74.4% 증가함)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과 ‘2007 한국 가톨릭교회 해외선교 현황’ 통계자료에서 보듯이 총 81개국에 해외 선교사 674명을 파견하여 복음을 전하고 있다는(이 점은 전년에 비해 1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라고 함)-가톨릭신문 2007.11.18일자 - 긍정적인 보도에도 불구하고 새는 신자(쉬는 신자와 행불자)율 증가에 따른 선교의 기로에 서 있다는 점이다.

 

선교에 대한 문제는 보편교회에 있어서나 한국교회에 있어서나 아킬레스건이다. 주님께서 “가서 전하라”(마르코 16,15)고 하신 지가 20세기가 지났다. 그런데도 교회는 인류의 6분의 1에게만을 복음의 씨앗을 뿌린 채 거의 정체되어 있다시피 하고, 일각에서는 아예 그마저 줄줄이 새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이어 1974년 10월 로마에서 개최한 세계주교대의원 총회를 통해 교회의 선교방법을 전면 개편함으로써 ‘복음화(Evangelizatio)’ 혹은 ‘복음선포’로 함축하였다. 그리고 이듬해 공의회 10주년에 즈음하여 『현대의 복음선교(Evangelii Nuntiandi)』라는 사도적 권고로 선포하였다.

 

이 문헌이 발표된 후, 교회는 그간의 선교체제를 전면 개편하여 복음화, 혹은 복음선교의 체제로 바꾸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사실 선교와 복음화는 넓은 의미에서는 동일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좁은 의미에서는(특히 방법론에 있어) 분명히 구분되는 두 가지 차원에 있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는 의미에 상관없이 혼용하여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필자는 이 용어들의 구분에서부터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그래야만 교회(선교 혹은 복음화)의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宣敎)의 개념적 근거는 敎(교)를 알린다(宣)는 말 그대로 주로 교회론적인 ‘파견’ 행위에 집중되어 있었다. 합법적인 권한에 의해 보내진 파견행위라는 점, 그 권한이 하느님께로부터 유래한다는 점, 교회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곳의 백성이나 집단에 교회를 심는다는 점에 선교의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교회론적인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활동도 새로운 교회가 온전히 성립되기까지, 즉 자체의 힘과 충분한 수단을 갖추어 복음전파 사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게 되기까지 교회가 복음 선포자들을 파견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밖에 있는 지역들과 사람들을 그리스도교화 하거나 교회의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신자가 된 사람들의 신앙생활과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에 교회는 신자생활과 교회의 선교사명이 결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총체적인 활동임을 강조하기 위해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개념을 도입하기에 이르는데, 그것이 바로 ‘복음화’라는 용어이다.

 

복음화는 인간을 둘러싼 모든 곳(공간적인 개념보다는 인간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영역)을 ‘복음으로 적신다.’는, 즉 복음이 일상의 구체적인 생활과 연관되어 인류의 모든 사회·문화, 의식구조, 삶의 양식 등을 변형, 발전시켜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여 복음적 가치가 형성되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선교(Missio)는 전통적인 방식대로 아직 복음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혹은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분의 가르침을 선포하여 믿는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를 이 땅에 건설한다는 의미가 크다면, 복음화는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에게 설교하고, 교리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고 기타 다른 성사를 주는 것”(『현대의 복음선교』 17항)뿐 아니라, “교회가 선포하는 메시지의 신적 능력으로 모든 개인과 집단의 양심, 그들이 관계하고 있는 활동, 그들의 생활과 구체적인 환경을 변혁시키는 노력”(18항)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일부 사제단이 정치와 경제 문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교회의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비판의 소리에 대해 선교의 개념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일 수 있겠지만(전통적으로 교회는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복음화의 개념으로는 교회가 해야 할 당연한 일로 간주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제단이 개입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와 경제에 간섭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분배문제, 사회구조와 체제에서 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소리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1622년 이후 그간 교회의 선교 임무를 맡아오던 ‘교황청 포교성성(De Propaganda Fide)’을 1988년 6월 28일에 발표한 회칙 『착한 목자(Pastor Bonus)』를 통해 조용히 신속하게 ‘인류복음화성(Congregazione per l’Evangelizzazione dei Popoli)’으로 바꾼 바 있다. 그리고 각 지역교회 역시 교구에 설치했던 ‘선교국’을 ‘복음화국’으로 전면 개편함으로써 교회의 선교 방향을 복음화 방향으로 전환하였음을 드러내 보였다. 이것은 더 이상 가시적인 교회의 건설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또 그것으로 교회 선교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겠다는 교회의 ‘자기 비움’이고, ‘나부터 복음화’ 되겠다는 교회의 새로운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성상 선교적(『선교교령』 2항)인 교회로서는 아직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교회로 인도하는 동시에 이미 교회의 구성원이 된 이들이 내적 삶의 변화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따라 더욱 완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는 사명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변화의 동기와 가능성을 제공해 주고, 이미 신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그리스도교 정신에 입각한 총체적인 인간발전을 향한 사회변혁에 초점을 맞추어 가시적인 교회뿐 아니라 비가시적인 교회의 건설(하느님 나라의 구현)에 참여할 것을 촉구해야 하는 것이다. 복음화는 바로 이러한 모든 차원에 걸쳐 있는 개념이다. 그래서 Kerygma(케리그마, 첫 선포)를 하고, Koinonia(코이노니아, 친교)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Diakonia(디아코니아, 봉사)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외방선교’는 물론 ‘재복음화’, ‘새로운 복음화’, ‘문화 복음화’, ‘사회 복음화’, ‘민족 복음화’ 등의 용어들은 바로 이러한 복음화의 여러 측면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복음화는 인간학적, 사회학적, 문화적, 정치적, 범세계적인 다양한 측면에 놓여 있는 인간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하느님의 말씀을 이 땅에 구현시킨다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앞으로 우리가 함께 나눌 ‘선교’에 관한 이 논단에서 문장의 흐름을 위해 때로 선교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겠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복음화라는 용어를 채택하여 논의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그래야만 현대 선교의 고차원적인 모든 측면을 이해할 수 있겠기 때문이다.

 

* 김혜경 님은 로마 우르바노 대학 선교학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 현재 한국 가톨릭여성연구원 연구위원, (사)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가톨릭대학교(성심 · 성신교정, 교리신학원) 강사로 활동 중입니다. 저서로는 로마 그레고리오대학 토착화 총서 제7권 Sciamanesimo e chiesa in Corea(샤머니즘과 한국교회)가 있고, 역서로는 《성 베드로는 말한다》, 《화가, 조각가, 건축가 미켈란젤로》, 《아시시 성지 안내서》 등 다수가 있습니다.

 

[월간빛, 2008년 1월호, 김혜경 세레나(가톨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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