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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가톨릭 영성 산책8: 거룩함으로 부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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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27 ㅣ No.690

[전영준 신부의 가톨릭영성 산책] (8) 거룩함으로 부르심


은총으로 유혹 떨쳐내고 하느님 향해 나아가야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 1449∼1494)의 ‘사도들을 부르심’.


필자는 앞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인간이 악의 유혹 등으로 죄에 물들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을 방해받는 나약한 존재라는 점을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러한 방해를 어떻게 극복하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요?

물론 펠라기우스(350?~425?)처럼 원죄에도 불구하고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인간 본성은 하느님 은총의 도움 없이도 자유의지로 선을 행할 수 있다는 입장과 종교 개혁가처럼 원죄 때문에 완전히 부패한 인간 본성은 자유의지로는 어떠한 선도 행할 수 없게 무능해졌다는 양극단의 주장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는 원죄 때문에 인간이 “원초적 거룩함과 의로움은 잃었지만, 인간 본성이 온전히 타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가르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405~406항). 따라서 하느님 은총에 힘입은 인간 본성은 하느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첫째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친히 부르셨기에, 우리는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아론을 통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나는 주 너희 하느님이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또한 예수님께서도 갈릴래아 호수 근처 산에 올라 제자들과 군중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

이렇게 우리는 거룩하고 완전한 하느님을 닮고자 하느님 은총의 도움을 받아 거룩해지고 완전해지려고 노력한다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느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만, 그리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만 거룩해지고 완전해지라고 말씀한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자손 모두를 그리고 예수님 주위로 모여든 군중 모두를 거룩하고 완전하게 되도록 부르신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피조물인 우리는 하느님께서 친히 불러 주시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됐으니, 하느님께 나아가기 위해 거룩해지고 완전해지는 데에 게으름을 피워서는 안 됩니다.

둘째로 하느님께서는 피조물인 우리가 거룩해지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까 봐 우리 안에 오시어 우리를 도와주시기까지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만찬 자리에게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요한 서간 저자도 반복해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1요한 4,16).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강조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1코린 3,16). 티모테오에게도 똑같이 강조합니다. “우리 안에 머무르시는 성령의 도움으로, 그대가 맡은 그 훌륭한 것을 지키십시오”(2티모 1,14).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 머물면서 친히 우리를 성화시켜 당신께로 이끄십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높은 곳에 계시면서 우리를 부르고 이끄십니다. 때로는 우리 안에 머물며 도와주시기에 우리가 육신을 지니고 자연 질서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초자연 질서에 계시는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면서 하느님과 친교를 나눠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친교를 나누게 하려는 것입니다.…만일 우리가 하느님과 친교를 나눈다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면, 우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고 진리를 실천하지 않는 것입니다”(1요한 1,3.6).

이렇게 우리는 원죄로 말미암아 상처 입고 나약해진 인간 본성을 지녔으면서도, 하느님 은총으로 하느님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날이 거룩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평화신문, 2015년 6월 28일, 전영준 신부(
가톨릭대 신학대학 영성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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