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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예수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성 이냐시오 로욜라 (1) 주님의 이끄심 담은 이냐시오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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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10 ㅣ No.974

[예수회 성인들의 생애와 영성] 성 이냐시오 로욜라 (1)


주님의 이끄심 담은 이냐시오의 자서전

 

 

- 이냐시오 성인은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예수회를 설립했다. 사진은 이냐시오 성인 생가에 있는 성인의 색유리화.

 

 

예수회를 설립한 성 이냐시오 로욜라는 1491년 태어나서 1556년 선종하였다. 출생 연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1491년 태어났다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이냐시오 성인의 영성을 알기 위한 첫 번째 자료는 이냐시오 성인의 생애가 드러나 있는 「자서전」이다. 이냐시오 성인의 영성이 매우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영신수련」 또한 이냐시오 성인의 생애를 알 때에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연재물에서는 이냐시오 성인의 자서전을 일차적으로 살펴보면서 그의 생애와 영성을 탐구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자서전에 드러난 이냐시오의 생애와 영성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전에 자서전이 어떤 성격의 책인지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는 것이 이냐시오의 생애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자서전」은 어떤 책인가?

 

첫째, 자서전은 회고록(Reminiscen ce)이기도 하다. 자서전(autobiography)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냐시오가 책상에 앉아서 펜을 들고 자신의 삶을 적어 내려간 것은 아니다. 당시 이냐시오와 로마에서 함께 머물던 예수회원들 특히 나달(Jernimo Nadal) 신부가 이냐시오 성인에게 그의 삶을 기록으로 남겨 주기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냐시오의 삶이 후대 예수회원의 모범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이냐시오는 계속되는 이 요청을 몇 차례 거절했다. 그 이유는 이냐시오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였다. 이냐시오는 로욜라에서의 회심 이후 만레사에 머물며 극도의 금욕 생활을 했는데, 이 생활이 이냐시오의 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 이유는 다른 중요하고도 급한 일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다. 당시 예수회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여서 이냐시오는 예수회 초대 총장으로서 매우 많은 행정적 책무를 수행해야 했다. 이냐시오는 또 혹시 자서전을 남기게 되면 이 자서전이 자신에 대한 헛된 영광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에도 자서전 집필을 거절했다. 그러나 이냐시오는 동료들의 계속되는 요청에 못 이겨 결국 루이스 곤사베우스 다 카마라(Luis Gonalves da Cmara) 신부에게 자신의 생애를 몇 차례로 나눠 구술했다. 이런 면에서 이 자서전은 ‘회고록’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둘째, 자서전은 영적 자서전(spiritual autobiography)이다. 이냐시오의 자서전은 회고록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했는데, 이 회고록이 어떤 회고록인지를 상술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 군인, 기업인 혹은 영화배우 등과 저명인사들이 쓴 자서전의 초점은 그 사람이 무엇을 했고, 어떤 말을 했고, 어떤 생각을 지녔고, 무엇을 느꼈는지 등에 맞춰져 있다. 즉, 그 사람이 자서전의 주인공이기에 주인공에게 모든 이야기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영적 자서전은 그 주인공이 ‘하느님’이시다. 시인 타고르는 “삶의 기억들은 삶의 역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예술가의 원작”이라고 말했다. 즉 영적 자서전은 하느님께서 이 자서전 인물의 생애에 무엇을 하셨는지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둔다. 그래서 영적 자서전은 일차적으로 하느님이 어떤 한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 오셨는지에 대한 기록이기에 그 주인공은 하느님이시다. 이냐시오의 자서전은 하느님께서 이냐시오에게 무엇을 하셨으며, 이냐시오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셨으며, 이냐시오를 어떻게 당신께로 이끄셨는지가 주된 관심사다. 이러한 영적 자서전의 특징은 나달 신부가 적은 이냐시오 자서전의 서문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나(나달)는 사부(이냐시오)에게 주님께서 어떻게 그의 회심 초기부터 그를 이끌어 오셨는지를 말씀해 달라고 간청했다.” 이런 관점을 염두에 두고 이냐시오의 생애가 담긴 자서전을 읽으면, 이냐시오가 만난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독자 또한 만나게 될 것이다.

 

 

순례자 이냐시오

 

이냐시오는 자신을 순례자로 불렀으며 또 그렇게 불리기를 좋아했다. 이냐시오의 자서전을 보면 외적으로는 이냐시오가 로욜라에서 로마까지 가는 순례의 여정이 생동감 있게 기술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하는 부분은 이 외적 순례에 내포돼 있는, 이냐시오의 하느님을 향한 내적 순례다. 하느님께서는 이냐시오에게 각별한 호의 또는 선물을 베풀어 주셨는데, 이냐시오는 이 호의와 선물에 어떻게 더욱 잘 응답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식별해 나아가면서 순례의 길을 걸었다. 자서전에는 바로 이냐시오와 하느님의 만남의 내적 순례의 여정이 담겨 있다. 

 

순례에는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내재돼 있다. 움직이지 않고 정체되어 있으면 순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냐시오의 자서전에서 우리는 하느님과 이냐시오 사이의 만남이 주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게 된다. 이냐시오는 순례자로서 하느님과의 더 깊은 만남을 위해 주어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한 순례의 길을 걸었다.

 

 

자서전의 구성

 

이냐시오의 순례 여정은 자서전에 다음과 같이 드러나 있다. 첫 번째는 이냐시오의 회심과 변화, 두 번째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순례 여정, 세 번째는 연학 시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페인에서 로마로 가는 순례 여정이다. 이냐시오의 자서전은 로욜라에서 이냐시오가 회심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냐시오의 회심 체험을 살펴보기에 앞서 다음 호에서는 이냐시오 자서전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이냐시오의 유년 시절 및 청년 시절 이냐시오의 생애를 다룰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17년 7월 9일, 김용수 신부(이냐시오영성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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