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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도원 기행: 사도 바오로의 무덤을 지키는 로마 성 바오로 수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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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도원 기행 2] 사도 바오로의 무덤을 지키는 로마 성 바오로 수도원
네로 황제 때인 65-67년에 순교하신 바오로 사도의 무덤은 로마에서 오스티아 항구로 가는 옛 도로인 ‘비아 오스티엔제’Via Ostiense 길가에 있었다. 4세기 초, 박해가 끝나고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명으로 이 무덤 위에 성당이 세워졌다. 성당이 당시 로마를 둘러싸고 있던 아우렐리우스 황제 성벽 밖에 있었기 때문에 ‘성 밖의 성 바오로 대성당’Basilca di San Paolo Fuori le Mura이란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대성당에 수도자들이 언제부터 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기록에 따르면, 그레고리오 대교황(재위 590-604) 때 벌써 이곳에 남녀 수도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성 바오로 수도원의 실질적인 창립자는 교황 그레고리오 2세(재위 715-731)이다. 그는 바오로 대성당을 수도승들에게 맡겼고, 성 보니파시오를 독일로 선교 파견하여 그 곳에 최초의 베네딕도회 수도원을 설립하였다. 이후 바오로 대성당은 점점 더 큰 수도원으로 발전했으나, 사라센인들의 침략(844)으로 베드로 대성당(바티칸)과 바오로 대성당이 약탈당하는 재앙이 일어났다.
그러나 19세기 들어 바오로 수도원은 두 번의 큰 재난을 겪었다. 1823년 7월 15-16일 불의의 화재로 성당이 홀랑 다 타버렸다. 몇 십 년에 걸쳐 기껏 복구해놓자 1870년에는 수도원의 재산까지 포함해서 몽땅 다 정부에 빼앗겼다. 쫓겨나는 것만 겨우 면하여, 수사들이 성당에서 기도하는 것은 허용되었다. 사실 19세기는 개신교의 전파, 나폴레옹의 탄압, 세속 정부의 탄압 등으로 수많은 수도원들이 폐쇄되고, 수도승생활의 전통이 거의 사라져가던 때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성 바오로 수도원은 이때 오히려 베네딕도회 수도생활을 전파하고 부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레고리오 성가로 유명한 솔렘 수도원의 창시자 프로스퍼 게랑제Prosper Gueranger 아빠스도 1837년 7월 26일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서원을 하였고, 보이론 연합회의 창설자 마우루스 볼터Maurus Wolter와 플라치두스 볼터Placidus Wolter, 두 형제도 원래 바오로 수도원의 수사였다. 1887년에 오딜리아 연합회를 세운 안드레아스 암라인 신부가 보이론 수도원 소속이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왜관 수도원도 간접적으로는 바오로 수도원과 연결이 되는 셈이다. 20세기 들어오면서, 바오로 수도원은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1963)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계획을 선언한 곳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매년 성 바오로의 개종 축일인 1월 25일에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기도가 바오로 대성당에서 장엄하게 열린다. 이곳의 수사들은 주로 고해성사 집전과 그리스도교 일치 촉진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최근 바오로 수도원은 유럽의 다른 수도원들처럼 성소 위기 때문에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현재 베네딕도회 총연합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서, 국제 베네딕도회 공동체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왜관 수도원도 이에 협력하여 얼마 전까지 우리 수도원의 오도 아빠스를 이곳에 3년간 파견하여 공동체 건설을 도왔다. 그런 와중에 2005년 5월 30일 교황 베네딕도 16세의 자의교서가 발표되어 바오로 수도원과 교황청 사이의 관계가 재정립되었다. 바오로 수도원과 대성당의 관리 책임은 전속 담당 추기경으로 넘어갔으며, 바오로 수도원은 수석 아빠스 직속으로 어느 연합회에도 속하지 않는, 평범한 아빠스좌 수도원이 되었다. 이로써 바오로 수도원은 1300년의 긴 여정 끝에 사도 바오로의 무덤을 지키며 기도하는 소박한 수도공동체라는 처음 자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전쟁과 화재, 경제력 상실과 영향력 감소, 끝으로 성소 위기까지 맞으며 초발심初發心의 자세로 기도하고 있는 바오로 수도원, 새털처럼 가벼워진 지금 어쩌면 가장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고 하지 않습니까?”(2코린 12,9 참조)
[분도, 2008년 가을호, 글 · 사진제공 최종근 파코미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0 1,24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