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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성모 마리아는 우리에게 누구시며 어디에 계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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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1-06-22 ㅣ No.438

[본당신부의 지상 교리] 성모 마리아는 우리에게 누구시며 어디에 계시는가?

 

 

아! 어머니

 

세상에서 제일 위대하고 정겨운 단어는 ‘어머니’이다. 동화작가 정채봉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터는 어머니입니다.”라고 하며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제목의 책을 엮어냈다. 시인 신달자는 “아, 어머니”라는 4행 시집을 내면서 “나 엄마 닮았어요.”라고 읊고 있다.

 

우리 주님, 예수님도 세상의 모든 사람을 구원하고자 십자가 위에서 죽으시며 그 십자가 밑에 서 계시는 성모 마리아를 사랑하는 제자에게 맡기신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요한 복음은 그렇게 어머니와 아들로 맺어진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고 전한다. 사도행전은 그 이후 마리아께서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시며 활동하셨던 사실을 전해준다(사도 1,14).

 

그래서인지 어느 성당이든 성모상이 모셔져 있다. 정문을 들어서면 제일 좋은 곳에, 제일 눈에 띄는 곳에 성모상이 보인다. 그뿐 아니라 신자 가정에도 예외 없이 성모상을 모시고 있다. 이런 모습들 때문에 일부 개신교 신자들은 가톨릭교회를 ‘마리아교’ 또는 우상을 숭배하는 교회로 오해하기도 한다.

 

과연 그런가? 그리고 성모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성모님은 우리에게 누구신가? 이렇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 해답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교회헌장’에서 찾을 수 있다.

 

 

성모 마리아는 어디에 계시는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성모님을 교회론적 관점에서 바라본다. 공의회는 성모 마리아를 교회와, 그리고 그리스도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동정 마리아께서는 천사의 예고로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과 몸에 받아들이시어 ‘생명’을 세상에 낳아주셨으므로 천주의 성모로 또 구세주의 참어머니로 인정받으시고 공경을 받으신다. 당신 아드님의 공로로 보아 뛰어난 방법으로 구원을 받으시고 아드님과 불가분의 긴밀한 유대로 결합되시어 천주 성자의 모친이 되시고 … 마리아께서는 교회의 가장 뛰어나고 유일무이한 지체로서 또 믿음과 사랑 안에서 교회의 가장 훌륭한 전형과 모범으로서 존경을 받으신다”(교회헌장, 53항).

 

이렇듯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를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분으로, 그리고 우리에게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고 선포한다(교회헌장 제8장). 그러므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성모님은 어디에 계시는가?’, ‘성모님은 누구신가?’ 하는 질문에 교회헌장 제8장의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천주의 성모 복되신 동정 마리아”라는 이 제목을 떠올리면 된다.

 

 

성모 마리아는 누구이신가?

 

하느님의 어머니 인간인 마리아가 어떻게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들을 수 있을까? 마리아에게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가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에페소 공의회(431년)를 통해서다. 훗날 칼케돈 공의회(451년)는 이를 재확인하였다.

 

마리아의 ‘하느님의 어머니 되심’은 마리아께서 여신이심을 뜻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칭호는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온전히 인간이시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마리아의 ‘하느님 어머니 되심’은 마리아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마리아께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낳으셨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 ‘평생 동정’은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하기 전에도 동정이셨고, 예수님을 잉태할 때에도 동정을 손상치 않으셨고, 예수님을 잉태한 뒤에도 동정으로 사셨음을 의미한다. 이 사실은 마리아께서 남자와 관계없이 ‘성령의 힘으로’(루카 1,34) 잉태하시게 됨을 말한다.

 

예수님께서 남자의 관여 없이 성령으로 잉태되셨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드러내며, 마리아의 동정을 말해준다. 마리아의 ‘평생 동정’은 제2차 콘스탄티노폴리스 공의회(553년)에서 선언되었으며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도 반복 확인하였다.

 

성경 구절인 “첫아들”(루카 2,7)과 ‘예수님의 형제들’(마태 13,55)이라는 표현을 빌미로 성모님의 동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첫아들’이라는 표현은 다른 형제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처음으로 태어났다는 뜻이고, 외아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표현법이다. ‘예수님의 형제들’이라는 표현은 예수님의 가까운 친척을 일컫는 말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1854년 12월 8일 비오 9세 교황은 회칙 “형언할 수 없으신 하느님”을 통하여 마리아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의를 선포하셨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신 첫 순간부터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와 하느님의 유일무이한 은총의 특전으로 말미암아 원죄에 물들지 않고 보존되셨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시는 마리아는 “하느님에게서 이 위대한 임무에 맞갖은 은혜를 받았다”(교회헌장, 56항). 천사는 마리아에게 예수님 잉태를 예고하며 “은총이 가득하신 이여”(루카 1,28)라고 인사한다. 이 말씀은 마리아에게서 잉태되는 순간부터 죄에 조금도 물들지 않으셨음을 말해준다.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그리스도께서 인간이 되시고 하느님의 성령께서 거주하시는 그 태중은 무죄하고 흠 없고 깨끗해야 했던 것이다.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마리아 1950년 11월 1일 비오 12세 교황은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하여 성모 승천 교의를 선포하셨다. “원죄 없으신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를 마치신 다음 영혼과 육신이 함께 천상 영광으로 들어 올림을 받으셨다.”

 

모든 사람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고 최후의 심판 때에 영혼과 육신이 결합될 것이다.  그러나 마리아께서는 지상 생애를 마치시고 바로 하느님을 뵙는 은총을 받으신 것이다. 마리아의 승천은 몽소승천(蒙召昇天) 곧 ‘하느님으로부터 부름 받은 승천’으로, 그리스도의 부활에 특별히 참여한 것이며, 세례 받은 모든 사람의 예형으로서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을 앞당겨 실현한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신경’을 통하여 고백하는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이라는 희망이 마리아에게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바른 성모 공경

 

가톨릭교회의 성모 공경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기도를 풍요롭게 한다. 성모 공경의 신학적 기초는 성경 말씀이고 성경에 나타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다.

 

첫째,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이 선택하신, 충만한 은총의 여인이시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둘째,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은총에 기꺼이 응답하신 신앙의 여인이시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셋째, 성모 마리아께서는 구세주 예수님의 헌신적인 동반자이시다. 마리아께서는 성령으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을 잉태하신 순간부터 십자가에 돌아가신 순간까지(요한 19,25) 함께하셨다.

 

넷째, 성모 마리아께서는 탁월한 전구자이시다. 카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의 첫 기적(요한 2,1-11)은 마리아의 믿음과 청원으로 비롯된 것이다.

 

마리아의 ‘전구(轉求)’는 그냥 전해주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정과 필요를 어머니다운 자비심과 연민으로 깊이 공감하고 우리의 기도에 자신의 기도를 보태어 전해주는 기도이다. 전달의 효과뿐 아니라 변호와 중재 그리고 연대를 가져다주는 기도이다.

 

예수 그리스도께는 직접적으로 “자비를 베푸소서.”, “~비나이다.”라고 간구하고, 성모 마리아께는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라고 전구를 청한다.

 

다섯째, 성모 마리아께서는 성덕에서도 그리스도인들의 모범이시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곰곰이 생각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뜻밖의 사건, 알아들을 길 없는 것조차 경청하고 받아들이시는 품성을 보여주신다.

 

여섯째, 성모 마리아의 영성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마리아의 노래’(루카 1,46-55)는 구약의 요약이자 완성이다. 말씀을 익히고 사는 모습이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하느님의 ‘흠숭’을 방해하시지 않고 하느님의 흠숭을 진작시키는 분이시다. 초대교회 때부터 ‘공경’과 ‘흠숭’을 구별하였다. 하느님께는 흠숭지례를, 성인들께는 공경지례를, 성모님께는 상경지례를 드린다.

 

사실 성모 마리아를 진정으로 공경하는 것은 그분께 꽃다발이나 초를 봉헌하는 일보다도, 그분처럼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고 맛들이며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고 기꺼이 그분을 따르는 일이다. 성모님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 계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 김현준 율리오 - 1977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춘천교구 임당동본당 주임신부이다.

 

[경향잡지, 2011년 6월호, 김현준 율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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