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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세속주의와 상대주의로 교회 가르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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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4-28 ㅣ No.362

세속주의와 상대주의로 교회 가르침 위기

종교를 부정하는 사람들 … 교회가 위태롭다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는 고도화된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만연으로 인해 교회의 교도권과 가르침들이 비신자들은 물론 신자들로부터도 종종 외면 받는 위기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늘어나는 세속주의의 영향과 전통적인 전례 참여의 열기가 여전히 퇴색되지 않은 아일랜드에서의 신앙생활과 신앙의식의 괴리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신앙의 위기를 살펴본다. 


세속주의의 공격, 급증하는 미국의 세속주의 운동

[워싱턴, D.C., 미국 CNS] 미국 오하이오주의 애리앤 개서는 유명한 가톨릭계 대학교 대학원생이라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 무신론자인 점에 대해서도 긍지를 느끼고 있다. 빌라노바대학교에서 공부하는 그녀는 지난 3월 수천 명의 다른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들과 함께 이른바 ‘이성 대회(Reason Rally)’에 참석했다. 전국 규모의 이 집회는 전국의 세속주의자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려는 모임으로 지난 3월 24일 워싱턴에서 열렸다. “이것이 무신론자의 모습”이라는 표지판을 든 개서는 자신을 무신론자 혹은 불가지론자로 여기는 30세 이하 미국 젊은이의 하나다.

이 극단적인 세속주의 운동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한 전세계 가톨릭 지도자들로 하여금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개서는 대회가 열리던 날 워싱턴의 거리를 행진하면서 “우리는 도덕과 믿음, 그리고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사람들은 우리를 사악하다거나, 하느님을 증오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단지 사후에 우리에게 어떤 일이 발생한다는 것을 믿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9년 미국의 유력 사회조사 기관인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18~29세의 미국 청년 중 25%가 무신론자, 불가지론자, 혹은 무종교자라고 응답했다.

교황은 지난 1월 미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방문 자리에서 ‘극단적인 세속주의’가 미국문화의 핵심적 가치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미국교회가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평신도들과 함께 중대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 ‘공적으로 도덕적 증거’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카 가톨릭대학교 종교신학과 조직신학 교수인 차드 C. 페크놀드 교수는 “세속주의의 위험은 그것이 사람들에게 해악을 미치고 서로에게 이성적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속주의가 “믿는 이들에게 불관용하게 만든다”며 “교황은 세속주의를 신앙과 이성 사이의 점점 더 커지는 분리점”이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세속주의가 심각한 사회적 불안과 파편화를 야기하기 때문에, 가톨릭교회보다도 인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위험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에 의하면, 9·11 테러 이후 뉴욕·워싱턴·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 나타난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이 바로 세속주의 불관용의 실례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민사회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공격적인 무신론자들이라고 페크놀드 교수는 말한다.

하지만 개서와 이 세속주의 집회에 모인 무신론자들과 불가지론자들은 자신들은 세속적 운동이 사회에 해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단지 자신들이 조직화된 종교를 기피하고 정치인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줄 것을 원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 없는 선(善)”, “무신론자의 긍지”, 혹은 “무신론자인 것으로 충분하다”는 등의 글이 쓰여진 플래카드를 들고 다닌다. 어떤 이들은 좀 더 자극적인 메시지, 즉 “기도가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면, 투표하지 말라”라든가 “자유는 교회와 국가 사이의 거리”, 혹은 “신도 없고, 악마도 없으며, 있는 것은 오직 우리뿐” 등의 구호가 적힌 셔츠를 입고 다니기도 한다.

개서는 사람들이 그리스도교인들이나 이슬람교도들, 그리고 유대인들의 목소리 만큼이라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것을 원할 뿐이라고 한다. 그는 “나는 정치 영역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단지 세속적 신념이 신을 믿는 사람들과 똑같이 취급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무신론자의 수가 늘어가고 관련 집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신학자들은 이러한 세속주의 운동의 동기가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고 있다.

페크놀드 교수는 “오늘날 문화적 환경과 조건들이 무신론에 유리하게 변화해왔다”며 “우리 각자를 경제적인 존재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경제적인 환경이 그 중 하나”라고 말했다.

- 지난 2009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있었던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들의 시위 모습. 최근 들어 서구 사회에서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들이 자신의 의견과 권리를 사회적으로 주장하는 세속주의 운동이 크게 번지고 있다.


아일랜드의 ‘믿음 없는 소속’

[더블린, 아일랜드 외신종합] 1946년, 훗날 교황 바오로 6세가 된 지오반니 바티스타 몬티니 몬시뇰은 교황청 주재 아일랜드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아일랜드를 “세계에서 가장 가톨릭적인 국가”라고 불렀다. 아직까지도 아일랜드는 압도적으로 가톨릭적인 국가이다. 아일랜드의 가톨릭 인구는 2006년에서 2011년 사이에 약 5%나 더 늘어나서 현재 84%가 가톨릭 신자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계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일랜드의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아일랜드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은 교회 교도권의 가르침에 대해서 다양한 신학적 의견들을 표시하는 경향이 있다. 쇄신을 향한 길이 반드시 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들에서 엇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아일랜드 사제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무려 60%가 교회는 여성 사제를 허용하길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불과 30%의 사제들만이 여성 사제 불가의 교회 가르침을 지지하고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78%는 가톨릭교회의 사제들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7%는 아일랜드 주교들이 교황청에 ‘지나치게 순종적’이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자유주의적인 압력 집단인 가톨릭사제 연합(ACP)이 2년 전 처음 조직되어 급성장, 현재 전체 4천 명의 사제 중 약 20%가 여기에 속해 있다.

최근 ACP의 창설자인 토니 플래너리 신부가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의해 조사를 받고 있다. 플래너리 신부는 이미 신앙교리성으로부터 인위적인 출생 조절 금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나 여성 사제와 사제 독신제에 대한 논의를 금지하는 교회 입장을 비판해 저술 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다.

아이오나 연구소의 종교적 싱크탱크 소장인 데이빗 퀸은 ACP가 “가톨릭이 자유주의적 프로테스탄트의 실패한 프로젝트를 채택하기를 바라는 사제단 하위 조직”으로서 “이 프로젝트는 그리스도교를 세상의 방법, 구체적으로는 서구사회를 지배하는 자유주의적, 세속적 엘리트 집단의 방법에 적응시키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아일랜드의 미사 참례율은 상대적으로, 최소한 서구 유럽 사회의 평균적인 수치와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일랜드 가톨릭 신자들은 약 35%가 일주일에 한 번 미사에 참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 달에 한 번 참례자는 51%이고 전체의 불과 5%만이 전혀 미사에 참례하지 않는다.

영국의 종교 사회학자인 그레이스 데비에 교수는 “소속 없는 믿음”을 말했다. 즉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긴 하지만, 교회나 종교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역으로 아일랜드에서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일랜드의 가톨릭 신자들은 “믿음 없는 소속”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례하지만,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광범위하게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4월 12일 발표된 아일랜드의 연구조사기관인 아마라치 연구소와 ACP가 공동으로 조사한 보고서에 의하면, 가톨릭 신자 4명 중 3명이 성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부적절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80%의 신자들이 교회는 사회문제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지만, 정작 조사는 신학자 존 머레이 박사가 지적한 “교회가 가르치는 것과 아일랜드 가톨릭 신자들이 실제로 믿는 것 사이의 광범위한 불일치”를 드러냈다. 87%의 응답자들이 사제가 결혼해야 한다고, 77%는 교회가 여성 사제를 허용해야한다고 답했다. 61%가 동성애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고, 불과 18%만이 동성애 행위가 부도덕하다고 믿는다고 응답했다. 이뿐만 아니라 5%만이 이혼하고 재혼한 부부가 영성체 할 수 없다고 응답한 반면 87%는 영성체가 정당하다고 응답했다.

ACP 회원인 션 맥도나 신부는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가르침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이상 일부 극소수가 아니라, 교회의 핵심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 가톨릭 신자들은 “변화를 외치고 있으며, 교회가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변화되어야 한다고 외친다”고 말했다.

더블린 하느님의 어머니 연구소 신학 교수인 머레이 박사는 이 조사는 “가톨릭 교육과 양성의 위기”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거의 아무런 토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교회의 가르침이 아일랜드의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서 충격을 받기보다는 “왜 많은 사람들이 교회의 가르침을 거부하는지?”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경험상 “사람들이 교회의 가르침의 깊이를 이해할 때, 그것을 훨씬 더 깊이 이해하고 높이 평가할 것”이라며 교회가 “여론 조사에 바탕을 두고 진리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저명한 자유주의자 사제인 브렌던 호번 신부는 이 조사 결과는 아일랜드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드러낸다고 평가하고, “우리는 여러 해 동안 이 문제들을 본당에서 들어왔고, 이제는 교황청이 귀를 기울일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더블린대교구장 디아뮈드 마틴 대주교는 ‘선언되지 않은 이단’이라며, “아일랜드교회의 위기는 단지 성 추행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는 더 깊은 차원의 것”이며 “그것은 신앙의 위기, 신앙의 전수의 위기, 교회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교회가 이제 고도로 세속화됐고, 많은 이들이 교회를 세속의 렌즈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한다.

더블린 이오나 연구소의 데이빗 퀸은 윤리적 상대주의와 세속주의가 오늘날의 아일랜드에 너무나 만연해 있기 때문에 교회의 말을 수호하고 설명하기 위한 노력조차도 단기적으로는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이러한 노력들이 있을 때 상황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고 교회가 지속적으로 비난받고 있어 의기소침한 신자들의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교회의 신앙 유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반 가톨릭 신자들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가톨릭 코멘트(Catholic Comment)라는 가톨릭 평신도 기구가 결성돼, 교회의 교계조직과는 완전히 별개이지만 교도권의 가르침에 충실함으로써 교회의 가르침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확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2년 4월 29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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