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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고교 입학한 딸,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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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0-18 ㅣ No.276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10)



질문) 고교 입학한 딸,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려요

제 아이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여고생입니다. 놀기도 좋아하고, 사람들과도 매우 잘 어울리며, 선생님들과도 절친한 아이인데, 공부는 아닌가 봅니다.

최근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던지 기말고사를 마치고 숨이 안 쉬어진다고 합니다. 숨을 쉬어도 답답하다고 집에 와서 호소합니다. 그 아이는 어려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것 같은데요. 중학교에서는 놀면서도 곧잘 공부를 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그게 안 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고1 때부터도 이미 입시준비를 해야 하는 세대이고 보니 그러는데요. 그렇다고 마냥 놀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엄마인 저는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하고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현명한 대처법을 알고 싶습니다.


답변) 혹 다른 문제는 없는지, 어떻게 공부가 힘든지 함께 살펴야

일단 학생이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어머니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것을 보니 안심입니다. 앞으로는 공부 아닌 방식으로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는 길이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아이가 정말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인지. 혹시 다른 문제는 없는지 참을성 있게 먼저 들어 주셔야 할 것입니다.

만약 다른 문제는 전혀 없는데 공부 때문이라면 뭉뚱그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무작정 다그치기만 하시면 관계만 더욱 어그러질 것입니다. 공부 전체가 다 안 되는지, 혹시 어떤 과목에서 걸리는지, 공부가 어떻게 힘든지에 대해서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성적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자신의 수준에 맞게 조금씩 향상시켜 가는 방향으로 같이 힘을 모을 필요도 있습니다. 예컨대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완전히 없어졌다면 일단 좋아하는 과목부터 뛰어난 성적을 받게 한다면 나도 하면 된다는 동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기초가 없는데 어려운 문제부터 씨름하지 말고 다시 중학교 과정을 오히려 차근차근 복습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공부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모두가 우등생이 될 필요는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직 고등학교 1학년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나름대로는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완전히 공부에서 마음이 떠나 어떤 시도도 하지 않으려 한다면, 진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런 아이의 취향이 어떻게 생업으로 연결될 것인지 지금부터 같이 의논하는 것도 좋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싶은지, 공무원 시험을 보고 싶은지, 늦게라도 가능한 예체능을 하고 싶은지, 사업을 빨리 시작하고 싶은지, 고졸 공채 시험을 보고 싶은 건지 지금부터 진로를 생각해서 블루 오션으로 진출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아이가 단순히 공부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울이나 불안 혹은 피해의식 신체와 관련된 망상 등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를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과연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성적은 아이가 현재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하나의 바로미터이지, 그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아이가 성적을 제외한 다른 여러 가지 점에서 성실하고 진실하다면 아이에겐 아주 여러 가지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것을 부모와 아이가 모두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문맹률이 높던 과거에는 자녀들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일찌감치 자신의 삶을 꾸려갔기 때문에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진다는 뜻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 혹은 캥거루 부모라고 일컫기도 하는 최근의 베이비부머들의 경우엔 자녀들의 성적을 부모들이 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 대기업들이 스펙보다는 면접이나 인턴 교육 등을 통해 진짜 실력 있는 직원들을 뽑으려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멀리 보고 자녀를 위한 길이 과연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는 독자 여러분들의 참여로 진행됩니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주소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 보내실 곳 133-030 서울특별시 성동구 무학로 16 (홍익동 398-2)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담당자 앞
· E-mail: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5년 10월 18일, 
이나미(리드비나 · 이나미심리분석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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