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 -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제2장 ‘교회의 사명과 사회교리’를 중심으로

인간과 인권을 위한 사회교리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3주기를 곧 맞이하게 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도 사고 원인을 간직한 세월호를 인양하지도,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지도 못하고 있다. 304명의 희생자는 분명히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며 이웃이었고, 자녀였으며 소중한 생명이었기에 세월호 때 보여준 생명구조의 무능은 국가 공권력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무책임했던 사건이었다. 우리는 이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교회의 사회 가르침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교회는 모든 인간 안에서 하느님의 생생한 모습을 본다. 하느님의 완전한 모상이신 그리스도께서 강생의 신비를 통해 인간과 결합하셨기에 인간 안에 하느님의 모습이 더욱 깊고 완전하게 드러난다. 교회는 이러한 결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새로워지도록 노력해야 할 근본 임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알든 모르든, 모든 사람,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과 고통 받는 이들이 자기 형제자매라는 것을 깨닫고 봉사하도록 가르친다. 무엇보다도 교회는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서 인간 존엄의 원칙을 천명하고 고발함으로써 사회교리를 발전시켰다.

창세기를 통한 성경의 근본 메시지는 인간이 세상의 모든 만물과 함께 하느님의 피조물이며, 하느님을 닮은 인간 존재를 창조질서의 중심이자 정점에 두셨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 하나하나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녔음으로 존엄한 인격을 지니고 있다. 인간은 단순히 ‘어떤 것’이 아니라 ‘어떤 인격’으로서 은총을 통하여 자신의 창조주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신앙과 사랑의 응답을 드리도록 부름을 받았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357항).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기에 인간은 동등한 존엄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며 생명을 돌보는 사명을 맡아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다.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사회적 인간이 하느님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이웃인 ‘인간의 생명’이 거룩하고 침해할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하도록 요청 받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살인해서는 안 되며(탈출 20,13; 신명 5,17),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는 구약의 적극적인 명령을 상기시키시는 예수님의 보편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마태 22,37-40).

그러나 인간의 창조와 함께 비극적인 원죄가 출현했다. 바오로 사도는 “한 사람을 통하여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듯이, 모두 죄를 지었으므로 모든 사람에게 죽음이 미치게 되었다(로마 5,12)”고 인간의 타락을 요약한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의 유일한 주님이시며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께 도전하고, 피조물인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하는 불순종의 죄를 통해 스스로를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850항 참조). 죄의 결과는 하느님에게서부터 멀어지는 ‘소외’와 자기 자신을 주변 세계와 멀어지게 하는 ‘분리’를 초래함으로써 인간 가족을 결속시켜 주었던 모든 연대를 ‘단절’시킨다. 따라서 죄의 결과로 형제가 형제를 미워하고 죽이게 됨으로써 인간 가족이 붕괴되고 만다(「간추린 사회교리」, 116항).

죄의 신비는 개인적인 죄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이웃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든, 개인의 집단에 대한 관계에서든 인간관계에 합당한 정의에 거슬러 자행되는 모든 ‘사회적 죄’의 결과로 죄의 구조가 영속화되며, 이런 ‘죄의 구조’는 점점 커지고 확산되어 인간의 행동을 제약함으로써 또 다른 죄의 원천이 된다. 이렇게 하느님의 뜻과 상반되고 이웃의 선익에 위배되는 행동과 태도들의 두 범주는 ‘이익’을 향한 강렬한 열망과 자기 의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부과시키려는 ‘권력’에 대한 욕망에서 비롯되며 ‘무슨 수를 다 해서라도’ 이러한 이익과 권력의 욕망을 성취시키고 누리고자 함을 특징으로 한다(「사회적 관심」, 37항).

이러한 죄의 보편성은 죄와 죽음을 쳐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행위로 얻은 희망을 통해 이 세상의 어떤 악보다 위대한 ‘구원의 보편적 희망’으로써 극복된다. 새 아담이신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신비와 그 사랑의 신비를 알려주시는 계시를 통해 인간에게 지고의 소명을 밝혀주신다(「사목헌장」, 22항). 인간은 자신의 육체를 통해서 이 세상과 유대를 맺는 물질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하느님의 지성의 빛을 나누어 받은’ 존재로서 자신의 지성으로 심오한 진리를 발견하고 초월성으로 열려있는 영적 존재다. 따라서 인간은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고, 자기 삶만 돌보는 자기중심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친교를 맺는 관계 안으로 들어가 이웃을 또 하나의 자기 자신으로 여김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계획 안에서 완전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이제 다시금 곰곰이 성찰해 보자.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향해 무엇이 바뀌고 변했는지를….

[외침, 2017년 3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한만삼 신부(광교1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