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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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사목] 타종교의 교정 활동: 개신교,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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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88

[타종교의 교정 활동] 개신교의 교정 활동 - 기독교 세진회를 중심으로

 

 

1. 여는 글

 

한국 개신교는 100년 역사에서 교정 선교에 대한 학문적 정립과 실천 방법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였다. 교정 선교는 예수님과 초기 교회공동체의 활동이었다. 바오로는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죄수는 물론 간수들에게 자유로움을 주었다. 그리고 갇히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세계 선교 역사에서 갇힌 이에 대한 선교 활동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활동의 핵심을 이루어 왔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는 세계 선교에 대한 열정과 관심만큼 갇힌 이를 돌아보는 선교 활동에 관심을 갖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범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 시점에 하느님의 사랑과 공의와 평화가 이 땅에 확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 교정의 정의

 

김일수 교수는 기독교적 교정은 죄에 대한 응보나 억압, 감시가 아니라 죄에 대한 내면적 속죄를 통한 죄책감에서의 해방과 자유의 획득이고 현대적인 교육형 이념과 재사회화 프로그램과 그 이념적인 궤를 같이하는 것1)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 단계 나아가 교정이란 전인적인 구원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올란트 코스타스(Orland Costas)는 그리스도가 이룩한 화해는 전 우주를 포함하지만 유독 인간 소외를 지양하는 데 그 초점을 둔다2)고 하였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임재하심과 구원의 소식인 교정 활동은 공동체 안에서 남녀간, 대소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지배 계층과 피지배층, 가해자와 피해자의 화해와 용납이며 환경적, 제도적, 구조적, 세대간 소외를 극복하고 치유하는 전인적인 구원 활동이다.

 

 

3. 교정 활동의 원리

 

교회의 교정 선교는 하느님의 나라 건설을 위한 활동과 연계되어 있다. 전통적인 개념으로서의 전도가 영혼 구원의 과제와 깊이 연계되어 있다면, 사회 선교는 이 세상 속에 하느님의 정의와 하느님의 평화를 수립하는 활동과 연계되어 있다. 특히 김명룡 교수는 교회의 중요한 사회 선교 영역을 가난한 이웃에 대한 사랑, 하느님의 정의의 수립, 하느님의 평화의 수립, 창조 세계에 대한 책임 등 4가지 영역으로 크게 구분하였다.3) 우리는 이러한 사회 선교의 4대 영역을 근거로 교정 선교의 원리를 생명을 살리고 사랑을 실천하며 정의를 세우고 화평을 이루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4. 교정 활동 실천 방법

 

1) 생명 구원

 

교정 활동의 최우선 목표는 인간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정 선교는 인간의 생명과 지역 사회의 환경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하느님의 선교는 만물을 돌보시는 것이고, 하느님의 선교는 지역 사회를 살리는 것이다.4)

 

(1) 인간의 생명과 구원세진회는 이러한 교정 선교의 목표에 따라 재소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구원을 받아 부활의 소망에 참여하도록 하는 활동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2) 인간의 생명과 의식주재소자들의 가족에 대한 의식주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가장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재소자 가족의 의식주 문제는 지역 사회가 책임져야 하고 나아가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3) 인간의 생명과 보건, 의료세진회에 재소자들이 호소하는 것 중에 하나가 의약품을 보내 달라는 것이다. 이는 공공 보건이 할 수 없는 차원을 민간이 위임하여 의료적 보호 서비스를 실천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4) 인간의 생명과 교육, 훈련재소자들을 위한 교도소 내에서 실시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한 교정 활동 중 하나이다. 교도소 내에서 실시하는 종교 교육, 학과 교육, 생활 지도, 체육 활동, 석방 후 계획 세우기 등은 재소자들의 재사회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항목에 해당한다.

 

(5) 인간의 생명과 취업, 수입 유지교회가 지역 사회에서 재소자들의 취업을 알선하고 자활 후견 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이러한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선교 사업이다. 세진회는 출소자들을 위해 직업을 알선하고 자활 후견 기관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사역은 생명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중요한 사역의 세부 목표가 되는 것이다.

 

(6) 인간의 생명과 환경교회는 지역 사회의 제4 안전망으로 국가가 할 수 없는 지역 사회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생태 신학적 관점에서 교회는 지역 사회를 유지하고 살리기 위한 환경 개선 사업을 실시하여야 한다.

 

2) 사랑의 실천

 

(1) 변화 가능성사람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죄 때문에 분리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죄로 분리된 인간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피조물로 회복될 수 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변화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하느님 안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 보프(L. Boff)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진정한 능력과, 타인에게 자신을 열 수 있고 스스로 모든 것을 남김 없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

 

(2) 비밀 보장재소자와 상담 중에 나온 비밀은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한다. 은밀한 중에 들으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비밀한 기도를 듣고 응답해 주시듯이 재소자들의 어려움을 듣고 상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상담 중에 중요한 것은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 주는 것이다.

 

(3) 적극적 경청사랑은 듣는 것이다. 듣는 일, 이것이 창조적인 정의의 첫 과제이다. 서로 들어주는 일을 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대인 관계도 있을 수 없다. 특히 절친한 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

 

(4) 원수 사랑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있는 원망과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피해자는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 정의의 구현

 

(1) 충족(adequacy)인간의 법은 과거에는 적합하지만 현재에는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법은 효력이 있기에 낡은 법은 창조적 만남을 해치고 분리된 것의 재결합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진회 활동에서 양심수에 대한 인권 문제를 정의의 차원에서 다루게 된다. 세진회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인권 선교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2) 평등틸리히(Tillich)는 정의의 둘째 원리로 평등의 원리를 제시한다. 평등의 원리는 동등한 자들에 대하여 법이 동등한 타당성을 갖는 한 모든 법에 적용된다고 하였다.5) 하느님 앞에서 만인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며 하느님의 정의는 만인에게 평등하게 실현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교정 선교에서 평등의 원리가 실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재판이 돈과 권력으로 왜곡되는 일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을 견제해야 한다.

 

(3) 인간 존중인간은 누구나 존재 자체로 인정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인간을 행위로 판단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흉악범이라 할지라도 인격적인 존재로 대면해야 할 것이다.

 

(4) 자유틸리히는 자유를 정의의 본질적 원리로 간주하였다.6)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자결의 자유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요소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복음 안에서 자유를 누리듯 재소자들도 육체적인 자유뿐 아니라 영적인 해방을 경험할 수 있다. 죄와 죄책감으로부터 자유, 제도와 구조로부터 자유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평화의 실현

 

(1) 평화를 위한 중재예수님의 구원 활동은 화해를 위한 것이었다. 하느님과 인간,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화해까지를 포함한다. 세진회는 이러한 예수님의 중재 활동을 본받아 평화로운 세상을 선포하고 종국에 중개자 예수님에 의한 구원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2) 평화를 위한 화해예수님께서는 산상 설교를 통해 형제와 싸운 일이 있거든 형제와 화해하라고 하셨다(마태 5,22-26 참조). 해질 때까지 노를 품지 말고 형제와 싸운 일이 있으면 화해하고 예배드려야 한다. 세진회는 이러한 화해의 사역을 실천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재하여 화해시키고 모두가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평화를 위한 책임예수님께서는 평화를 위해 죄인들의 회개와 책임을 강조하신다. 피해자에게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무조건적인 용서를 강조하지만 죄를 범한 가해자에게는 철저한 회개와 책임감을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는 회개의 과정인 것이다.7) 세진회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죄를 범한 사람의 책임을 강조한다. 책임감을 갖고 손해를 배상하고 법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범죄자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4) 평화를 위한 축제몰트만(J. Moltmann)은 부활의 공동체를 끝없는 축제의 공동체라고 말하고 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Homo Faber)인 동시에 축제하는 존재(Homo Festivus)이다. 세진회는 이 땅의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재소자들의 삶에 축제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 있는 예배를 구상하고 실천한다. 역동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예배는 축제의 의미가 살아 있는 예배이다.

 

 

5. 제언

 

지금까지 한국 개신교의 교정 선교 활동에 대한 이론적 고찰과 실천 방법론, 이를 바탕으로 한 세진회의 활동을 소개하였다. 더욱 활발한 교정 사역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활성화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1) 교정 사역 패러다임의 전환개인 회심과 구원에 초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와 제도, 환경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는 선교 패러다임의 적용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2) 전문 양성 기관 설립우리는 교정 활동을 전문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신학교 내에 전문 양성 기관을 설립하고 교정 사역자를 양성하고 재훈련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3) 교목 제도의 설치한국 교회는 교정, 교화를 위해 기존에 존재했던 형목(刑牧) 제도가 부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대에 군목이 있듯이 교정 시설에 교목(矯牧)을 두어 재소자들의 영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4) 교도관의 자질 향상전국 44개 교정 시설에는 13,000여 명의 교도관들이 근무하는데, 한국 교회는 교도관들의 자질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특히 2,500명의 기독교 교도관들이 사명감이 투철하고 열정을 갖도록 해야 한다.

 

5) 교도소 사역자 자질 향상전국 교정 시설에는 340여 개 단체들이 출입하여 사역하고 있다고 법무부 교정국은 밝히고 있다. 교정 사역자들이 정식 신학교를 졸업하고 일정 기간 훈련과 자질을 갖추고 교정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6) 보호 관찰 제도의 확대 실시청소년 교정 복지의 꽃이라고 하는 보호 관찰 제도의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더욱이 교정 선교에서도 범죄자로 낙인을 찍기 이전에 다양한 분류 제도가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보호 관찰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연구와 실천이 제도적으로 계속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7) 교정 외청 및 교정 대학의 설립교정 사역의 현장에 대한 변화는 교정국이 검찰에서 독립적으로 교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정청의 독립과 함께 교정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도관 양성을 위한 대학교를 설립해야 한다.

 

8) 한국 기독교 민영 교도소 및 소년원 설립기독교 교도소는 다양한 행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양한 욕구에 맞게 교정, 교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한국 기독교 민영 교도소를 활성화하여 보안과 규율 위주에서 다양한 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수형자들이 갱생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9) 재소자 소그룹 모임의 활성화교도소들이 세진회에서 실시하는 자매 상담 성경 공부와 같은 소그룹 모임을 활성화하여 집단의 성격에 맞게 상담과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10) 재소자 동료 사역자 양성재소자들의 형편과 처지는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동료 재소자가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재소자들 가운데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선교할 사역자를 선발하여 양성해야 한다.

 

11) 재소자 가족 지원 체계 확충재소자의 문제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재 실시하고 있는 가족 지원 사업을 체계화하여 교회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가족 지원 체계를 만들고 정착시켜야 한다. <권오광(세진회 간사)>

 

 

[타종교의 교정 활동] 불교의 교정 활동 - 인연의 길 교화의 길

 

 

필자는 영등포 교도소 불교 교정 위원으로 교정의 사회화에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있다. 평생 불교를 신행하는 사람으로 생각, 정서, 언행이 부처님 말씀에 젖어 있다 보니 글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여 독자 여러분들께 모래알 씹는 괴로움을 줄까 걱정이 앞선다.

 

한국 사람들은 만남을 '인연'이란 말로 표현하기를 즐겨한다. 수용자 교화도 역시 인연이 닿는 사람만이 교화를 할 수 있다. 많은 수용자들 중 교정 위원과 연이 닿아야 교화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면서 차츰 '라포'가 형성되어 육친과 같은 형제애가 꽃필 때쯤 뱀이 허물을 벗듯 새사람으로 거듭난다. 그 과정에서의 교정 위원들의 인내, 희생, 봉사는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새사람이 되어 큰 철문을 나와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사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이런 맛에 고난을 이겨내면서 갇힌 자 교화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존경해마지 않는 천주교 정 안나 교정 위원님이 생각난다. 이분은 필자가 현직 소장으로 7개 교도소장과 지방청장으로 전국을 떠돌 때, 춘천, 순천, 의정부, 영등포, 청송, 안양, 대전 등지에서 자주 만났다. 연세에 걸맞지 않는 청초한 아름다움은 만날 때마다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아마도 수용자들의 어머니로서 사랑이 충만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신앙은 다르지만 누님과 같은 끈끈한 정이 넘쳐흐르는 분이다. 소중한 인연이 아니라면 어찌 전국을 무대로 갇힌 자를 찾아다니며 교화할 수 있단 말인가. 이분의 손때가 묻은 덕에 새 삶을 얻은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것을 교정인들은 다 알고 있다.

 

필자에게도 박삼중 스님, 고무송 문화 방송 라디오 연출가, 최풍 시나리오 작가와의 동아줄 같은 인연이 있어, 한 사형수를 담 밖 세상으로 내보낸 일이 떠올라 감히 소개를 할까 한다.

 

1996년 부처님 오신날이 가까이 다가왔다. '과연 가석방이 될까?' 설레면서 기다렸다. 역시 그 날은 내 마음속에 잔잔한 기쁨이 일렁이는 날이었다. 그가 사형수라는 굴레를 벗어버리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그 어머니의 두 손 모은 간절한 모습이 떠오른다.

 

'사형수 양동수' 그의 이름 석자는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사형수와 그 어머니의 불심을 "모정불심"이라는 주제로 한 박삼중 스님의 강연과 책자를 통하여 많이 알려진 터라 나는 굳이 그의 실명을 숨길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양동수 본인도 교도소 수형 생활 21년을 오히려 수도승처럼 마음 밭을 일구는 세월로 승화시키면서 불교에 귀의하였고, 이미 상당한 경지에 다다른 만큼 실명을 숨기려 하거나 거부감을 갖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978년 11월 대구 교도소 보안과장으로 근무하던 때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죄명으로 체포된 양동수는 마침내 사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만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이미 사형이 확정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그의 늙으신 어머니는 재판 기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아들을 면회하며 건곤일척 죽기살기로 부처님께 매달리었고, "죽어 가는 내 아들 살려주십사." 하고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였다.

 

또한 아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 방향을 향해 절을 하며, 아들이 거듭 나기를 발원하였다. "아들이 교도소의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자는데, 죄 많은 어미가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없다." 하면서 당신 자신도 냉방에서 엄동설한을 지냈다고 한다. 양동수가 다른 교도소로 이송될 때면, 그 어머니도 따라 다니면서 아들을 면회하고, 자식의 죄지음을 당신 자신의 죄로 받아들여 날마다 참회하고 간절히 소원하니, 그 모정의 기도가 어찌 사람들의 심금에 닿지 않았겠는가?

 

한 입 건너 두 입으로 그 애달픈 사연이 구전되면서 보는 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더니, 마침내 재소자의 아버지라는 박삼중 스님의 귀에 이르게 되고 스님께서 그 죄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상하게 알게 되어 드디어 '양동수 구명 운동'이 시작되었다. 대구 교도소 담장 옆 자그마한 방 하나를 얻어서 자식 살리는 원을 세우고, 불철주야로 매달리며 빌고 또 빌던 그의 어머니를 필자가 만났다. 듣던 대로 그 지극한 모정이 마치 부처님 같은지라 필자 또한 마음이 움직였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일찍부터 불교를 신봉하면서 불교를 통한 재소자 교정 교화 실현에 골몰하던 나는 그들을 소홀히 할 수도 없었다.

 

그때는 문화 방송 라디오 연속극 '법창야화'가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문화 방송은 사형수 양동수를 모델로 해서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 양동수의 특별 면회를 신청하였으나 허락을 받지 못하여 애를 태우고 있었다. 당시 소장의 판단은 교정 현실과 법조 상황을 감안할 때 정당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삼중 스님은 궁리 끝에 나를 찾아와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면회를 간청하고 돌아갔다. 나는 며칠을 고심한 끝에 해법을 찾았다.

 

보안과장은 중범자 고정 처리를 위하여 정기적으로 상담을 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양동수와의 상담 시간이 끝날 즈음에 고무송 연출가와 최풍 시나리오 작가를 자연스럽게 마주치도록 하여 얼굴을 보면 되겠다 싶었다.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나서 세 분을 내 사무실로 초청하였다. 물론 혼자만의 비밀 작전이었다. 정해진 날에 양동수와의 상담은 진행되었고, 두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상담이 끝날 즈음에 내 방에 들어오고 양동수는 상담을 마치고 일어나면서 마주치게 되었다. 양동수를 다시 방으로 보낸 후 "지금 본 사람이 바로 사형수 양동수입니다." "아 그래요." "인상이 어떻습니까?" "선입감 없이 본 인상이니 글 쓰고 연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이런 저런 덕담을 마친 후 그들은 돌아갔고 사형수 양동수는 '법창야화'로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힘이 실려 삼중 스님의 구명 운동이 전국에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자식을 둔 부모들을 감동시키고, 어머님의 무한한 사랑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질 때 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이 소식을 듣고 특단의 은전을 내렸다. 그는 사형수에서 무기수로 감형을 받아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 기쁨 이루 헤아릴 수 있겠는가? 날마다, 언제 자신의 목에 밧줄이 걸릴지 몰라 악몽 속에서 시달리던 양동수가 재생의 기쁨이 부처님 가피와 어머니의 극진한 치성임을 깨닫고, 불교 신행에 정진함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필자가 대구 교도소를 떠나 전국 각지로 근무처를 옮기다가 1995년 7월 1일 대전 교도소장으로 부임한 지 1개월도 채 안 되어 양동수가 대전으로 이송되어 왔다. 20여 년 전의 실낱 같은 인연으로 항상 마음에 두고 지냈고, 그동안의 소식은 매스컴이나 풍문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직접 만나 보고 싶어서 상담실로 불러 보니 그는 수도승처럼 단아하게 변해 있었다. 오랜 세월 험하게 살다 보면 그 환경 때문에 억센 기운이 돌고 눈초리가 매서워지는 법인데, 내가 만난 양동수의 눈은 맑았고, 행동은 겸손하여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이 사람이 더 이상 교도소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 마침 기회가 닿아 가석방을 신청하였으며 당시 안우만 법무장관이 이를 허가해 주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던가? 구명 운동의 단초를 열고 보니, 나가는 문고리도 내가 잡아 열어 준 꼴이 되었다. 나로서는 기쁘기 한량없고 그 인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21년의 징역살이를 마감하고 출소하여 이제는 고인이 된 그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가는 양동수의 모습에서 이 세상에 모정보다 더 강하고 호소력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교도소 담장 안에 있는 동안 불교에 귀의하여 이미 포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교도소 내의 여러 재소자들에게 종교적 사표로 활동하면서 그들과 아픔을 같이 하던 양동수는 이제 포교사로 담 밖에 나가 있다.

 

때때로 그에 대한 풍문이 아름답게 들려온다. 중생을 제도하고 그 갈증을 채워 주는 포교사로서 떳떳하게 우뚝 선 그를 생각하면 교정 기관에 몸담고 있었던 나로서는 대견스럽고 흐뭇하기만 하다.

 

"불자가 되어 봉사하는 삶을 살아라." 하시던 그 어머니의 당부대로 불자의 길을 가고 있는 양 포교사에게 감히 혜초 선사께서 천축에 도착하시면서 지으셨다는 선시로 다시 한번 축하와 격려를 대신하고자 한다.

 

"보리수가 멀음을 근심치 않는데 

어찌 녹야원이 멀리요. 

오로지 매달린 것 같은 험한 길이 근심이로다 

이미 휘몰아치는 바람도 잊었도다. 

여덟 탑은 보기가 어렵고 

험난한 세월에 타버렸구나. 

어떻게 그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질까? 

눈으로 목도함이 오늘 아침이로다."

 

공직을 마감하고 5년이 흘렀다. 교정 위원으로 다시 교정 현장에 뛰어들어 수용자 교화에 남은 힘을 쏟고자 한다. 석가모니께서도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시지는 못하셨다. 오직 인연이 닿은 사람만이 그분의 품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인연의 길이 교화의 길이다'는 또 하나의 진리를 터득한 셈이다. 필자의 재조 재야를 통틀어 여러 가지 교화 사례 중 굳이 양동수와의 21년 동안의 인연으로 얽힌 오묘한 교화 사연을 소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들은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인드라망 속 한 매듭으로 산다는 것을 통절히 깨달을 때 모두가 자비 속에 형제로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세상이 바로 천당 극락이 아닐까 한다. <오희창(전국 불자 교정인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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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일수, "한국 기독교 교도소 모델과 이념적 기초", [은혜로] 8호(1999년), 14-15면. 

2) Daniel L. Migliore, Faith Seeking Understanding`: An Introduction to Christian Theology(Grand Rapids, MichiganWillian B. Erdmans Publishing Company, 1993년), 192면에서 재인용. 

3) 김명용, "복음과 사회 선교", [현대 교회와 사회 봉사], 유의웅 편저, 대한예수교장로회출판부, 1991년, 34면. 

4) Georg F. Vicedom, [하나님의 선교], 대한기독교출판사, 1998년, 16면. 

5) Paul Tillich, Love, Power, and Justice, Galaxy Book, Virginia, 1960년, 58면. 

6) 위의 책, 60면. 

7) Leonardo Boff, [해방하는 은총], 한국신학연구소, 1988년, 262면에서 보프는 평화로서 은총을 말하며 평화와 평정을 구분하고 있다. 평정은 질서에 기초한 것이 아니다.

 

[사목, 200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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