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동사목]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94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회의 관심 -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의 활동을 중심으로

 

 

배경

 

오늘날 혜화동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 구성원의 수는 약 2,000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에 살고 있는 31,000명이 넘는 필리핀 노동자들과 비교할 때 상당한 수치이다. 공동체는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을 돕는 든든한 원천이 되고 있으며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행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공동체가 정치적 사회적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신앙, 협동, 책임의 차원에서 그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이 공동체는 가톨릭 교회에 그 근원을 두고 있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톨릭 신자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타종교인들도 받아들이며, 여러 활동으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여러 다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혜화동 필리핀 공동체도 자연 발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 공동체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소속감과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났으며, 교회가 이 조직이 태어나는 데 자연스러운 장이 되어 준 것이다. 그리하여 1992년 필리핀 신부와 수녀들의 주도로 자양동 공동체가 공식적으로 설립되게 된다. 

 

공동체의 출발은 매주 거행되는 주일 미사와 성탄 대축일, 부활 대축일 같은 때에 성당이 꽉 찰 정도로 활기찼다. 1995년에는 필리핀 외방 선교회(Mission Society of Philippines)의 지원 아래 공동체를 혜화동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공동체는 서울대교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되었으며 혜화동 성당 가까이에 필리핀 노동자 사목 센터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필리핀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상담을 해 주며 성체성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몇 년 동안 공동체는 신앙의 전파와 구성원 간의 협력 분위기 조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 모습은 다음과 같다. 

 

목표 : 주님과 형제들에 대한 봉사를 통해 복음을 실천하는 하나인 공동체

사명 : 용감하게 풍요롭게

 

1) 신앙 

2) 연대와 우정 

3) 서로에 대한 강한 책임감 

4) 공동체의 모든 활동에 헌신할 자세 

5)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려는 마음

 

조직 구조

 

공동체가 성장하면서 기능 조직이 필요하게 되었다. 한국 서울 가톨릭 공동체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개별 조직과 위원회들이 각자의 직무를 수행한다. 

 

- 지도 신부 

- 회장 

- 부회장 

- 사무 차장 

- 정의 평화 위원회 

- 전례 위원회(기획자, 성당 관리자, 복사, 성가대, 독서자, 신심 단체)-`봉사 위원회(생계, 응급 문제 중재) 

- 교육 위원회 

- 재무 위원회 

- 오락(스포츠 등) 

- 청소년

 

그리고 다음 4개의 하위 공동체가 있다.

 

1. 엘 사다이 공동체 

2. 대림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 

3. 천마산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 

4. 성우리 필리핀 가톨릭 공동체

 

 

외국인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들

 

한국이 외국인에게 노동 시장을 개방한 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이 겪은 문제들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병원 진료와 사망대부분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이므로 어떤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다. 

 

2) 임금 체불많은 기업주들은 불법 노동자들을 이용하고 임금 지불을 피하기 위해 파산을 선언하는 경우도 많다. 산업 연수생들에게조차도 이런 일이 발생한다. 

 

3) 연수생에 대한 부당한 대우다음과 같은 계약 위반으로 연수생들은 일자리를 떠난다. 곧 열악한 생활 환경, 낮은 임금, 시간 외 근무 수당 미지급, 시간 외 근무 강요와 갚는 데 1-2년이 걸릴 정도의 과도한 직업 소개비 등으로 중간에 일자리를 떠난다. 

 

4) 유흥업소 업주의 착취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직업 소개비를 갚지 못하여 고용주에게 매춘을 강요받는다. 

 

5) 부당 해고어떤 기업에서는 예고도 없이 해고를 하며, 회복 환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6) 신체적, 언어적 폭력, 성폭행 등 

 

7) 열악한 생활 환경열악하고 협소한 거취방, 공동 화장실, 때로는 주방과 화장실이 한 곳에 있는 경우도 있다. 

 

8) 불법 채용점점 많은 사람들이 필리핀의 불안정한 경제 사정으로 불법 취업을 하고 있다. 몇몇은 낯선 곳에 보내지기도 하며, 반대로 채용자가 사정을 잘 아는 취업자들에게 속기도 한다. 

 

9) 결혼 피해통일교에서 결혼한 많은 여성들이 남편에게 구타당하고 공동체를 찾으며, 이들은 보통 아이들도 함께 데려온다. 

 

10) 불륜으로 인한 가정 파탄혼외 관계에서 아기들이 태어나고 이를 통해 본국의 가정을 소홀히 하게 되며 가정 파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국에 있는 필리핀 노동자 전체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필리핀 공동체의 가장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병원비와 사망시 본국 송환 문제이다. 대부분 노동자들은 불법 체류자이므로 병원 진료 또는 입원, 사망시 어떠한 보험 혜택도 받기 어렵다. 

 

이들의 경제적 문제를 돕기 위하여 공동체는 주일 미사 때 2차 헌금을 모으고, 아픈 당사자나 그의 친구들에게 탄원서를 쓰게 하고, 음악회 같은 것을 열어 기금을 모으기도 한다. 또한 최근 들어 일정 금액을 내고 이자를 운용하는 기금을 조성했다. 

 

한국 교회는 이주 노동자들이 가톨릭 재단 병원에서 진료비나 보험료 등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으며, 혜화동 라파엘 클리닉에서는 무료 상담과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정부가 고용 허가 제도를 실행하려 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현 정치 상황에서는 다소 부정적으로 보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제도가 실행된다 하더라도 보험 제도가 개선될지는 의문이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제나 수도자들, 특히 의정부 성모 병원 원목 신부의 이야기로는 병원에 개인적으로 찾아오는 환자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현재 상담, 진료비를 할인받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목록을 작성하도록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목록을 바탕으로 서울대교구에 전국 가톨릭 병원에서 모든 불법 이주 노동자들이 40-50%의 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개신교 교회에서는 이미 이러한 건강 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가입자들은 다달이 5,000원의 회비를 내고 의료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며, 대부분 서울 외곽에 위치한다. 또한 이들 병원들은 가톨릭 병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교섭을 시작하고 있고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에서도 이주 노동자 문제들에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필리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본국 송환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며, 병을 앓고 있는 불법 노동자들도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공동체는 노동자들이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잘 조직되어 있다. 그렇다면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떠한가? 한국의 필리핀 공동체는 끊임없이 여러 가지 문제들에 부딪히지만 교구의 도움과 함께 결코 신앙과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의 문제 대처 방법 

 

1) 각종 질병에서 회복 중인 환자들, 악덕 기업주들에게 피해입은 여성들, 일탈 연수생들, 구직자, 미혼모의 아기들에게 일시적 쉼터를 제공한다. 

 

2) 각종 세미나, 포럼, 캠페인, 훈련, 대화의 장 등을 마련하며, 이를 통해 구성원 간에 형제 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돈독히 한다. 또한 다른 필리핀 이주 노동자 단체들, 정부 기관과 시민 단체들과 연대한다. 

 

3) 공동체 기금 마련을 위해 모금 캠페인(ALAY KAPWA MIGRANT CAMPAINGN)을 벌이고, 필리핀`-`코리아 미인 대회, 필리핀 음악가들의 음악회 등을 후원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비상 대책 기금을 마련한다. 

 

4) 급박한 필요로 미사 시간에 하는 2차 헌금 외에도 비상 상황에서 신속히 운용할 수 있는 기금 조성을 시작하였다. 

 

5) 가톨릭 병원 단체에서의 의료비 할인과 무료 건강 진단 시스템을 관리한다. 현재 적십자 병원과 라파엘 클리닉에서 실시하고 있다. 

 

6) 임금 미지급, 산업 재해, 폭력, 착취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출입국 관리 사무소, 경찰, 노동 사목 위원회 등과 연계한다. 

 

7) 오락을 위해 농구 경기를 열며, 현재 제4회 경기를 위해 32개 팀이 구성되어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충 사례와 공동체의 활동 

 

1) Vangie Mendoza(2000.4.7.)애인의 부인과 친척들에게 신체적 피해를 입었다. 공동체는 경찰서에 있는 그가 석방되도록 도왔다. 

 

2) Vilma Aquino(2002.4.22.)직장의 부사장에게 성추행을 당하여 공동체가 경찰에 신고하였고, 현재 가해자는 구금 상태이며 합의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는 임금을 모두 받았으며, 회사측의 사과도 받았다. 

 

3) Regelio Libonao(2000.6.30.)정신적 고통으로 일자리를 그만둔 그에게 쉼터를 제공해 주었으며, 체불 임금을 모두 받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4) Roel ......(2000.9.14.)동료 필리핀 노동자에게 신체적 가해를 하여 구금되었다. 그가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공동체는 그가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원만히 해결되었다. 

 

5) Peter Mark Dizon(2000.9.16.)정신적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를 성 바오로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여 그 진단서로 문제 없이 출국 관련 서류를 작성할 수 있었다. 

 

6) Rodolfo(2000.9.16)병원측으로부터 신장병을 앓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비를 낼 수 있도록 도왔다. 

 

7) Richard Lucero(2000.9.26.)간암 말기 환자로 공동체는 건강 진단서를 받도록 하여 출국 서류 작성을 도왔으며 경제적 도움을 주었다. 

 

8) Rose(2000.9.27.)산업 재해 피해자.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9) Carlota(2000.9.30.)자궁암 환자. 문제 없이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 

 

10) Maricol Ruiz, Jenifer Hoyla(2002.3.)유흥업소에서 탈출. 임금과 여권을 되돌려 받도록 도왔으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쉼터를 제공하였다. 

 

 

마치며

 

위에 언급한 사건들은 특히 기억되는 몇 가지 사건이다. 우리 공동체는 충분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신앙으로써 마음과 정신과 영혼을 다하여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공동체는 또한 'Sambayanan'(공동체)이라는 주간지를 발행하는데, 이 신문에는 재능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수필, 시 등을 기고하기도 하며, 한국에서 일어나는 공동체 소식과 정보, 필리핀 소식 등을 전하며, 자신의 신앙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난도 있다. 편집 위원들은 이 신문이 복음적, 교육적이고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혜화동 가톨릭 필리핀 공동체는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빛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노동자들은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위안을 받고, 필요한 영적, 정서적 힘을 얻는다. 또한 공동체의 여러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이국 생활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덜 수 있다. 

 

공동체의 노력으로 많은 필리핀 노동자들이 보통의 환경에서는 얻지 못하는 값진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병을 앓는 사람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집에 돌아갈 비행기 표를 살 수 없는 사람에게 비용을 마련해 주었다. 이러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인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계속해서 이주해 오는 이상 그들의 삶을 돌볼 공동체가 계속해서 필요할 것이다. 

 

필리핀인들의 믿음과 사랑과 나눔의 정신이 혜화동 가톨릭 공동체를 통하여 빛을 내고 있다. 이국 땅에서 겪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까지의 활동은 참으로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겠다.

 

[사목, 2002년 8월호, 글렌 지오반니(서울대교구 필리핀인 사목 전담, 신부)]



341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