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노인사목] 노인과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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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103

노인과 성

 

 

1. 들어가는 말 

 

오늘날 과학과 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한층 더 연장시켜 주고 있다. 특히 생명 복제, 유전 공학으로 대표되는 생명 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꾸준히 늘 것이고, 그 결과 노인 인구는 젊은 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점 더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또한 급격한 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너무나 빠르게 그리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가정은 부부간의 갈등, 이혼, 자녀 문제를 비롯해서 노후 문제, 노인 문제 등 여러 가지 가족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노인의 성 문제는 단지 외로움과 고독의 수준을 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우리 사회 안에서 노인은 효의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고, 성은 유교 사상의 영향으로 그저 종족 보존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여겨져 왔다. 따라서 생식 기능에 한정된 성 관계를 벗어난 감정적 유대로서 또는 육체적 만족을 위한 성 관계는 부도덕한 것으로서 취급되어 왔다. 이러한 성 윤리 문화의 영향으로 오늘날까지 성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고, 특히 노인의 성적 욕망은 무시당하거나 조소와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던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러한 노인의 성에 대한 폐쇄성과 무시는 노인 매춘과 노인의 성 전파성 질환의 증가라는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1) 

 

어쨌든 ‘나이와 성적인 욕구가 반비례하는 것은 아니다’는 전문가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노인의 성을 무조건 터부시할 수만은 없다. 이제 노인의 성은 노인의 성적 기능의 강조가 아닌 다양한 생활상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기에 인간이 단지 ‘노령’이라는 생애 주기 변화 때문에 그 욕구가 결코 제약당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본고는 무엇보다도 노인에게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을 둔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노인과 그들의 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학적 관점)를 살펴본 다음, 노인의 성생활 실태를 자료집을 통해 분석해 보고 이를 근거로 노인에게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 의미가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진단해 볼 것이다. 

 

 

2. 노인과 성에 대한 기본적 이해 

 

1) ‘노인’이란? 

 

인간에게 ‘늙었다’ 또는 ‘노인이다’고 할 수 있는 정확한 시점을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나이는 계속해서 먹어 가고 있으며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은 것이어서 어느 시점을 딱 꼬집어서 구분하기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쇠퇴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 나라 국어 사전에서는 ‘노인’을 “늙은 사람. 뚜렷한 기준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의 사람으로, 특히 육체적으로 노쇠한 사람을 가리킴”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인구학이나 사회학에서는 65세 이상을 일반적으로 노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 노인 복지법에서도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노인’을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쇠퇴하고, 사회에서의 역할이 감소하며 이에 따라 특수한 성격을 갖는 사회의 인구이며, 경제 및 사회 문화적 요인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서 생활 기능을 정상적으로 발휘할 수 없는 사람”2)으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2) 의학적 관점에서 본 노인의 성 기능 

 

(1) 여성 노인의 성 

 

여성은 결혼하여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낳을 때까지는 그저 남편의 성 욕구에 응하는 소극적 태도를 취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얻고 나면 성에 대한 욕구가 있어도 임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로 자꾸만 남편의 요구를 거절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많은 여성들은 갱년기에 접어들면 월경이 끝난다. 따라서 배란도 되지 않음으로써 임신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사라지게 되고 이로써 성에 대한 욕구가 평소보다 높아지게 된다. 성에 대한 태도도 새로운 차원으로 바뀌게 되고 남편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되어 더욱더 적극적인 차원에서 부부로서의 성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서 50세 초에 접어들면 ‘제2의 신혼 여행을 맛보게 된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성은 갱년기에 접어들면 난포(卵胞) 호르몬의 분비가 뚜렷하게 저하된다. 그 결과로 자궁과 난소는 서서히 위축하여 질의 폭이나 길이가 줄어들고 또 대순이 수축하기 때문에 질의 입구가 좁아지게 된다. 또한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에게 또 다른 현상은 여성의 성기를 윤활하게 하는 Baltrine선에서 분비물과 질의 벽에서 나오는 점액이 감소하기 때문에 질과 질의 입구가 건조해져서 질의 표면을 덮고 있는 막도 약화되어 출혈이나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럴 때 여성에게 성 관계는 통증으로 다가오며 부부 관계 자체가 싫어지면서 마침내는 성생활의 단절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태가 결코 극복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의학에서는 이러한 경우 폐경 여성 호르몬 치료로 충분히 극복될 수 있다고 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난포 호르몬 에스트로겐제를 복용하면 질의 분비물이 증가하고 질 내는 윤활하게 되어 성행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으며, 간질환, 혈전 질환 등으로 호르몬 투여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질 윤활제를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한다. 

 

(2) 남성 노인의 성 

 

일반적으로 60세 이후 노인의 성생활은 전혀 불가능하며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노인이 성행위를 한다는 것은 건강에 지장을 주고 성적으로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이기에 대부분 많은 노인들은 스스로 성을 체념하거나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볼 때 남성의 성적 능력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길다. 최근에 의학적으로 조사된 바에 따르면 60세 이후가 되어도 성행위가 가능한 사람이 약 60%이고, 80세 이상의 고령에서도 25%가 성행위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몇 달 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현재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며 빈도는 월평균 1.37회인 것으로 조사되었다.3) 또한 한양대학교 대학원 간호학과 이창은 씨가 최근 서울 거주 65세 이상의 노인 113명을 조사하여 작성한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라는 석사 논문에 따르면 19.5%(22명)가 현재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다고 응답했다.4) 

 

남성의 경우 노화와 더불어 성기의 피부 감각, 수면 중 발기 능력이 떨어지고 불응기가 길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80대 노인도 남성 호르몬이 젊은이의 80% 정도까지 분비되므로 적절한 성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볼 때 노년기의 정기적인 성생활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 

 

 

3. 노인의 성생활 실태와 그 의미 

 

1) 노인의 성 욕구 

 

21세기 들어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성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영화나 연극, 출판 등 모든 전반적인 문화 장르에서 가차없이 성을 해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인,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성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하게 이끌어져 나오는 성 담론의 주체는 아직까지 젊은 층에만 국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성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인가? 나아가 과연 성은 노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인가?5) 

 

사실 노인들도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이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흔히들 성행위는 젊은이들만 하는 것으로 여기고 나이가 들면 성적 감정이 없어진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성적 흥미를 가진 노인들을 ‘추잡한 늙은이’로 취급해 버리기 일쑤다. 이렇게 편협된 사고 방식에서 비롯한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한 편견을 떨쳐 버리지 않고서는 노인의 성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가 없다. 

 

앞서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대학원 이창은의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라는 석사 논문에서 인용했듯이 19.5%가 현재 성생활을 지속하고 있다고 하였다. 빈도는 한 달에 한 번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두 달에 한 번이 4명, 한 달에 두 번이 4명, 일주일에 한 번이 1명, 일 년에 두 번이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6) 또한 현재 성생활을 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마지막으로 성 관계를 가진 평균 연령이 남자의 경우 63.1세, 여자의 경우 57.4세로 전체 평균 61.3세로 나타났다. 

 

그리고 ‘멋있는 이성을 보면 여전히 좋고 흥분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남자 노인의 84%, 여자 노인의 14.3%가 ‘그렇다’라고 응답해 남녀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현재 성생활을 하는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아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와 삶의 만족도 사이에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생활에 대한 전체적 인지도를 나타내는 ‘성생활 인식도’의 경우 남자 노인은 자아 존중감과 자아 성취감에, 여자 노인은 자아 성취감과 현실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7) 

 

2) 독신 남녀 노인의 성생활 

 

노인 문제를 다룸에서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고령화 사회에서 배우자를 잃어 버린 사람들의 문제, 특히 이들의 성생활 문제이다. 최근 인구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노년 인구는 총 인구에 대해서 12%를 넘어서고 있고, 더구나 그 중 무 배우자 노인은 무려 440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서 이러한 고령화 사회의 무 배우자 노인 구제는 또 하나 해결해야 할 앞으로의 큰 과제이다. 

 

보통은 사별의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노년의 성은 일반적으로 큰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하기 쉽다. 곧 같은 노년이라 해도 연령에 따라 당연히 같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되지만, 여성 노인보다 남성 노인이 성적 대상을 더 갈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표현상의 차이만 있을 뿐 내면적 희망은 그렇지 않다. 

 

독일의 필 박사가 50-91세의 독일 여성 91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 통계 보고에 따르면, 독신 여성의 8%가 기혼 남성과 성적 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기혼 노년 여성의 혼외 성 관계를 합하면 13%에 이르고 누적된 경험을 보면 30%에 이른다.8) 그뿐만 아니라 노년 여성의 자위 행위는 남성에 비해 훨씬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쨌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나이가 많든 적든 남성의 성에 관계되는 문제는 대개 너그럽고 자연스럽게 이해되고 있다. 반면에 여성의 성에 관계되는 문제, 특히 노년 여성의 성에 관계되는 문제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며 그래서 무조건 터부시하는 비인간적인 편견에 치중되어 있다. 따라서 문제는 이와 같은 편견과 태도가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최근 물의를 빚은 50-70대 꽃뱀 공갈단 사건이나 60대의 원조 교제 등 일련의 병폐적인 사회 문제들을 살펴보더라도 나이든 사람들과 성이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잘 알 수 있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적이고 은밀한 성 욕구가 ‘노년의 성은 주책스러운 것’이라는 편견에 밀려 한층 그늘지고 비뚤어진 모습으로 나타난 경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9) 

 

3) 실태 조사를 통한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 

 

‘한국 노인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노인의 이성 교제 및 소외 관련 문의는 225건으로 전체의 15.9%에 달했으며, 성생활 불만에 따른 고민은 9.4%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와 같은 내용의 상담은 대부분 친지나 자녀의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털어놓는다고 하는데, 이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본인 스스로의 적극적인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10) 

 

이창은의 논문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는 <표 1>과 같다. 

 

구체적으로 <표 1>의 자료 분석을 보면 성생활 태도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문항은 ‘노인이 되어서도 성생활에 대해 누군가에게 터놓고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M=2.41)’였고, 성생활 중요도에서 가장 점수가 높았던 문항은 ‘성생활에 만족하지 못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기가 어렵다(M=2.22)’로 성생활의 신체적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적인 의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또한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에서는 ‘성생활 욕구’, ‘성생활 태도’, ‘성생활 중요도’ 모두 남녀간에 커다란 차이(p<0.001)를 보였는데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사회가 과거 남성은 강한 성 충동으로 공격적인 성 형태를 취하게 하고 여성은 경제적 종속과 더불어 성의 종속 상태에서 성적 자율권을 상실한 채 수동적인 성 형태를 취하는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성 역할 모델로 사회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12) 

 

성생활의 인식도에 관한 질문 열 개 중에 점수가 가장 높은 문항은 ‘비록 몸은 늙어도 마음은 굴뚝 같다(M=2.62)’였는데 이는 아직도 노인의 대부분이 성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이에 반해 점수가 가장 낮은 문항은 ‘요즘 많은 성 기구나 정력제들이 나온다고 하는데 구할 수 있으면 한 번 사용해 보고 싶다(M=1.87)’로 성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그것을 실질적으로 만족시킬 만한 구체적인 방법의 사용은 자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노인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노인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인의 성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 여론일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의 성적 욕망이 ‘늙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시당하거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노인의 성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을 살펴보면 결혼 상태, 과거 성생활 습관, 건강 상태, 마음 자세, 환경, 성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 등이다.13) 또한 성교의 횟수는 나이, 체력, 습관, 환경, 직업 등으로 다양한 요인들에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육체 노동자가 정신 노동자보다 더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생활 수준이 부유하고 행복할수록 성생활은 더욱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성생활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는 남성 노인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따분함, 경제적 추구에 대한 몰두, 정신적·신체적 피로와 허약, 과음과 과식 등으로 나타났으며, 여성 노인의 경우에는 우선 보수적인 사고 방식, 신체적 노쇠, 성에 대한 학습되지 않은 반응과 폐경, 규칙적인 기회 부족 등으로 나타났다.14) 

 

어떤 이는 성생활 장애 요인을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으로 범주화하고, 신체적 요인으로는 발기의 변화인 발기 부전, 발기 지속 시간의 감소와 재발기를 위한 시간 증가, 체력의 감소, 질 분비물 감소와 건강 악화라는 6개의 주제 군으로 분류하고, 심리적 요인은 자신감 감소와 여성 노인의 관심 감소라는 2개의 주제 군으로 분류하고, 사회적 요인에서는 성 상대자의 부재, 주변 인식, 생활 여건이라는 3개의 주제 군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15) 

 

5) 노인에게 성생활의 중요성과 그 의미 

 

노인의 성적 기능, 성 행동에 관한 경험적 연구는 노인들 역시 성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가진 존재임을 잘 밝혀 주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은 아직도 노인을 탈성적 존재로서 단정하여 버리는 편견이 팽배해 있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경우 노인에게는 성적인 욕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기거나, 설령 노인의 성적 욕구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욕구 충족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기에 노인의 성 활동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거나, 노후의 이성간의 교류는 풍기 문란을 가져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의 성적 욕구의 표출은 사회적으로 웃음거리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는 정신 장애로 여겨지는 경우까지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노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강제된 금욕으로 자신을 스스로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중요한 문제는 노인의 성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이 사회적으로 존재한다는 식의 현상적인 검증의 확인이 아니다. 그보다 오히려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이 사회 성원에 내재화되고 그래서 부정적 사회 심리로 구조화되는 과정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연구 그리고 노인에게 성생활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중요하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겠다. 

 

노인들의 삶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에 따르면 노인에게 그들의 삶을 만족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은 사회 교육 참여, 건강 상태, 정상적인 성생활, 생활 수준, 사회 단체 참여, 여가 즐기기, 가족들과의 관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밖에도 직접적인 사회 활동, 사회 경제적 지위, 자아 존중감, 무력감, 생활 기능 상태 등을 꼽고 있다.16) 

 

브레처의 연구에 따르면 능동적인 성생활과 친밀한 관계(intimacy relationship)를 즐기고 있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삶의 만족도’에서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7)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노인들 중 상당수가 성생활을 통해 삶의 존재, 곧 자신이 살아 있고 무엇인가 살아서 기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브레처의 연구에 따르면 노인들은 성을 통해 ‘아직은 나의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렇게 볼 때 노인의 성적 욕구는 육체적인 기본 욕구를 넘어 ‘우울’과 ‘신체 자아’와 깊은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나아가 노년기의 성은 직접적인 성적 욕구 충족과 함께 ‘위로’, ‘위안’이라는 정신적인 의미가 더욱더 강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노인의 성적 행동은 단순히 육체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 정서적인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다.18) 

 

 

4. 나가는 말 

 

이제까지 ‘노인과 성’이라는 주제로 노인의 성 문제를 구체적으로 진단해 보았다. 그 결과 그 동안 노인의 성에 대해서 얼마나 편견에 빠져 무관심하게 지내 왔고 또 무지했는가를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노인의 성생활이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과 의미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상 우리는 노인의 성적 욕구를 그저 무시하거나 비난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만일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모든 사람들이 성별이나 나이나 직업에 관계없이 인격적으로 평등하게, 인간답게 살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노인의 성 문제에 더욱더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관심과 자세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개인적, 가족적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해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노인은 결코 무성적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노인의 성생활이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며, 노인층이 더 이상 성 관련 질환의 안전 지대가 아님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하겠다. 

 

끝으로 위에서 살펴본 결과를 토대로 노인의 성 문제 해결을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노인들의 성 문제 고민을 상담해 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 상담소가 시급하다. 둘째, 성병에 대한 저항 능력이 떨어져 성병에 걸리고도 부끄러워 치료도 못하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의료 시설 기관이 필요하다. 셋째, 노년기의 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지식 습득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넷째, 독신 남녀의 성생활을 위한 연구와 대책이 시급하다. 다섯째, 노인의 성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노인의 성생활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활동이 필요하다.19) 

 

노후의 성은 ‘제2의 삶’을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그 동안 가져왔던 노인의 성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평생에 걸쳐 표현할 수 있는 성의 범위를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모든 세대가 즐겁게 어울려 사는 사회로 가는 하나의 단초로 우리는 노년의 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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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동아」(2000.9.), 동아일보사, 661면 참조. 

2) 서병숙, 「노인 연구」, 교문사, 1996년, 3면. 

3) 「한국경제신문」(2000.3.7.) 

4) 이창은, 「노인의 성생활 인식도와 삶의 만족도와의 관계」, 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1999년, 20면. 

5) 「신동아」(2000.9.), 동아일보사, 661-665면 참조. 

6) 이창은, 앞의 책, 20면. 

7) 위의 책, 23면 참조. 

8) K. S. Phil, Unconventional Sexual Relationships:Data About German Women ages 50 to 91 Years, Archives of Sexual Behavior, 1995년, 271-290면 참조. 

19) 정동철, “노년의 성과 성 윤리”, 「아산 사회 복지 재단 제8회 사회 윤리 심포지엄 자료집」, 1996년, 84면 참조. 

10) 「신동아」, 동아일보사, 661면 참조. 

11) 이창은, 앞의 책, 23면. 

12) 신성례, “노인의 성에 대한 고찰”, 「삼육대학교 논문집」 28, 137-143면 참조. 

13) 송상효, “노인의 건강과 성에 대한 의학적 고찰에 대한 토론”, 「’97 제2회 노인보건복지 세미나 초록집」. 1997년. 

14) 여성한국사회연구회, 「노인과 한국 사회」, 사회문화연구소, 1999년, 288-300면 참조. 

15) 오진주, “노인의 성생활 경험에 대한 서술적 연구”, 「한국보건간호학회지」 제12권 2호, 1998년, 236-251면 참조. 

16) M. L. Medley, Satisfaction with Life among Person Sixty-five years and Older, Journal of Gerontology, 31, 1976년, 448-454면 참조. 

17) E. M. Brecher, Love, sex and aging, Boston, Little, Brown, 1984년. 

18) 이창은, 앞의 책, 10면; 25면 <표 4> 참조. 

19) 이창은, 앞의 책, 34-35면 참조.

 

[사목, 2000년 11월호, 이창영(본지 주간, 주교회의 사무차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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