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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성지기행6: 골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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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8-13 ㅣ No.1140

[사진으로 떠나는 이스라엘 성지기행] (6) 골고타

죽음으로 인류 구원하고 되살아나신 부활의 현장



- 골고타(마르 15,22; 마태 27,33; 요한 19,17)는 아람어 '골골타'와 히브리말 '골골레트'에서 파생된 헬라(그리스)말이다. 라틴말로는 '갈바리아'라 한다. 324년 예루살렘을 순례 온 헬레나 성녀는 아들 콘스탄티누스 대제에게 간청해 로마 신전을 허물고 골고타 언덕과 예수님 무덤을 발굴, 그 자리에 326년 '예수 부활 성당'을 세웠다. 헬레나 성녀가 골고타에서 발굴한 성 십자가 일부와 죄 명패, 못 등은 로마 '예루살렘 성 십자가 성당'에 가면 볼 수 있다. 사진은 골고타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의 길 12처 경당.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은 예수의 십자가 죽음의 이유와 목적이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 '세상 구원'이라고 밝혔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깨끗하게 하지도, 인간의 죄를 대속하지도 못하는 황소나 염소 피의 희생 제사를 통해 영광스럽게 되기를 바라지 않으셨다. 오랫동안 기다려왔지만, 여태껏 확실히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제의가 이제 현실이 됐다. 짐승들의 희생에서 헛되이 시도되던 것이 예수의 십자가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세상의 죄를 자신 위에 짊어지고 없애셨다. 인간의 죄로 방해받던 하느님과 세상의 관계가 쇄신되었다. 화해가 일어났다"(「나자렛 예수」 2권, 288~289쪽).


-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십자가의 길12처 경당 제대 아래 둥근 원 안을 통해 갈라진 바위가 보인다(마태 27,51).

 

 

베네딕토 16세의 말처럼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하느님과 인간, 하느님과 세상과의 화해와 구원이 일어난 역사의 현장이 바로 예루살렘 '골고타'다. 골고타는 또 예수께서 정말로 되살아나시어 죽은 이들의 맏물이 되신(1코린 15,20) '부활'의 현장이기도 하다.

 

예수 시대에 골고타는 무덤이 즐비한 채석장으로 성벽 밖에서(히브 13,12) 도성에 가까운(요한 19,20) 성문에 이르는 큰길(마태 27,39; 마르 15,22)에 있었다. 하지만 16세기 예루살렘을 통치하던 오스만튀르크 제국 술레이만 1세(재위 1520~1566)가 성벽을 새로 쌓아 그때부터 골고타는 예루살렘 성곽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예수 무덤 성당이 있는 골고타는 예수 시대 당시 모습과 전혀 다르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재위 117~138년) 지시에 따라 예루살렘 총독 루프스가 제2차 유다 항쟁(132~135년)이 끝나자마자 유다인들의 독립 의지를 꺾으려 골고타 언덕을 깎고, 예수 무덤이 있던 정원을 돌로 메워 로마 최고의 신인 제우스와 헤라, 아프로디테 신전을 세웠다(135년). 이 신전 때문에 예수께서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신 골고타 장소가 정확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골고타로 향하는 예수 수난의 십자가 길은 예루살렘 성전 북서쪽 총독 관저(마태 27,27; 마르 15,16)가 있던 '안토니오 요새'에서 시작한다. 복음서에는 세 부류 사람들이 골고타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향해 조롱했다. '지나가는 이들'(마르 15,29-30)과 '최고의회(산헤드린) 구성원'들인 수석 사제들과 율법학자, 원로들(마태 27, 42)이다. 나머지 한 부류는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자들(마태 27,44)이다.


- 예수님 무덤 위에 처음으로 세워진 성당은 326년 헬레나 성녀가 봉헌한 '예수 부활 성당'이다. 이 성당은 1009년 이집트 파티마왕조 칼리프 엘 하킴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십자군은 예루살렘을 수복한 후 예수님 무덤 위에 성당을 다시 지어 봉헌했고(1149~1180년), 오늘날 '예수님 무덤 성당'의 모체가 됐다. 사진은 예수 부활의 결정적 증거 중 하나인 빈 석관이 놓여있는 예수 무덤 내부 모습.

 

 

지금도 안토니오 요새 터에 있는 '채찍 성당'에서 골고타 '예수님 무덤 성당'까지 십자가의 길에는 세 부류의 조롱이 여전히 존재한다. 기도중인 순례자들에게 막무가내 물건을 들이대는 상인들, 순례자들을 흉내 내는 토착민들, 하느님과 화해를 향한 수난의 십자가 길에도 세상을 내려놓지 못하는 나 자신이다.

하지만 세상 조롱에도 불구하고 20세기의 저명한 영성가였던 데이비드 로시지 몬시뇰의 말처럼 예수의 십자가가 골고타에서 들어 올려진 이래로 세기를 이어 순례자들이 끝없이 행렬을 지어 십자가의 그늘에 쉬고 있다. 죄인들과 죽어가는 이들, 고난을 겪는 이들, 노인들, 집 없는 이들, 외로운 이들, 연인들, 어린이들, 세상 모든 이가 그 그늘을 갈망하고 있다. 십자가의 그늘은 구원에 대한 확신이기 때문이다.

시편 22장은 십자가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좋은 묵상거리를 제공한다. 베네딕토 16세는 시편 22장이 수난사 전체를 관통하며 그것을 넘어선다고 추천했다. 공적 경멸, 조롱하는 이들의 비웃음과 고개 내저음, 고통, 엄청난 목마름, 손과 발의 꿰뚫림, 옷을 두고 행해진 제비뽑기 같은 수난 전체가 이미 이 시편에 묘사돼 있다.

 


예수께서는 유다력으로 니산달(3~4월) 14일을 시작하는 저녁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나눈 후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한 후 체포돼 가야파의 집에 감금됐다가 아침에 총독관저 법정에 끌려가 사형선고를 받고 오후 해 질 무렵 골고타에서 숨을 거두셨다. 안타깝게도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수난의 그 길은 성경에 상세히 기록돼 있지 않아 전혀 알 수 없다. 오늘날 순례자들이 걷는 십자가의 길은 1540년께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인 '작은 형제회'가 확정한 것이다.


[평화신문, 2013년 8월 4일, 글ㆍ사진=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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