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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냉담교우를 모셔오라4: 냉담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하) - 교회적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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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7-31 ㅣ No.113

[냉담교우를 모셔오라] (4) 냉담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하) - 교회적 원인


해소감보다 부담감으로 작용하는 고해성사, 어찌할까요?

 

 

공동기획 평화방송ㆍ평화신문 / 미래사목연구소

 

왜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고 신앙생활을 접는가? 지난 호에서는 세례 받은 신자들이 냉담하게 되는 원인을 개인적 차원에서 분석해 보았다. 두 번째는 교회적 차원, 즉 교회의 사목적 환경을 중심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신자들이 냉담을 하는 이유가 개인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 원인들이 결국 교회의 구조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느끼는 실망과 소외감

 

수원교구 복음화국이 발표한 「쉬는교우 대상 설문분석 보고서」(2007)에서는 교회적 차원의 냉담원인으로, '고해성사 보는 것이 불편해서'(25.3%), '전례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싫증나서'(9.8%), '본당에서 활동하다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7.9%), '교무금ㆍ헌금ㆍ신축기금 등 돈 문제'(6.5%), '강론이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6.2%), '교회가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5.8%)라고 응답했다.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지도자에 대한 실망과 상처' 때문이라고 각각 응답한 숫자도 합산하면 12.8%나 된다. <그래프 참조>

 

서울대교구 시노드 냉담교우 대상 설문조사(2002년)에서는 △ 고해성사 불편(33.7%) △ 전례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복잡(14%) △ 강론이 재미없어서(9.9%) △ 성직자에 대한 실망과 상처(6.9%) 등을 꼽았다.

 

1997년 가톨릭신앙생활연구소의 「냉담의 원인과 해소 방안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보고」에서는 '신자ㆍ수도자ㆍ성직자에 대한 실망'(18%), '교회에서 느끼는 소외감'(9.3%) 등이 교회적 차원의 주요 냉담 원인으로 나타났다. 또 1996년 서울대교구 한강본당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신자ㆍ수도자ㆍ성직자에 대한 실망'(9.3%), '본당에 적응하지 못해서'(6.9%), '교회에서 느끼는 소외감'(2.9%), '성사에 대한 부담'(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냉담교우 현황과 원인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에게 냉담 이유를 하나만 콕 집어보라고 할 때는 개인적 이유의 하나인 '생계ㆍ학업 때문에 바빠서' 또는 '신앙에 대한 회의'를 첫 번째로 꼽지만 복수응답을 허용할 경우에는 2순위로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을 가장 많이 꼽고 있다.

 

또 10여 년 전에는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실망과 공동체에서 느끼는 소외감 등이 교회적 차원의 주요 변수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고해성사 부담 해소가 냉담 예방 관건

 

냉담의 교회적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고해성사의 어려움'이다. 개인적 차원과 교회적 차원을 구분하지 않고 설문을 작성한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의 「가톨릭신자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조사」(2007)보고서를 보더라도 수원교구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생계나 학업'(25.2%)에 이어 '고해성사 불편'(17.1%)이 가장 많았다.

 

또 「대구대교구 현황과 전망-시노드를 위한 설문조사 보고서」(2007)를 보면, '신앙생활을 다시 하려고 할 때 교회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는가'라는 질문에 '고해성사 부담 경감'(34.3%)이라고 응답한 숫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냉담교우 스스로 고해성사가 냉담의 원인이자 동시에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걸림돌이라고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문제를 해결하면 냉담교우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자는 '일 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아야 한다'(교회법 제920조)고 규정돼 있고, 통상 3년 동안 한 번도 판공성사를 보지 않으면 통계상 냉담교우로 분류된다.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아무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도 3년에 걸쳐 판공성사를 보지 않으면 서류상 냉담교우가 되는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1~2년에 한 번만 판공성사를 봐도 냉담교우 통계에서 제외된다. 그럼에도 냉담교우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실제로 신자들이 고해성사에 대해 느끼는 부담이 상당히 크다는 방증이다. 단순히 의무감에서 하는 고해성사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신자들이 적지 않다.

 

또 어떤 이유로 죄를 짓게 되면 고해성사를 봐야 영성체를 할 수 있는데, 이를 미루다 영성체를 못하기에 아예 주일미사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면 신앙도 식어지고 결국 냉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죄를 계속 지으면서 고해성사를 보면 무슨 소용이냐'고 자문을 하게 되고, 다시는 같은 죄를 짓지 않을 자신이 없다는 지나친 죄책감 탓에 고해성사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냉담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해성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교리교육이나 이를 올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자 모두 문제일 수 있다. 이유야 어떻든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사제에게 일일이 고하는 것을 싫어하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떤 식으로든 고해성사 부담을 덜어주려는 사목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마음의 상처 어루만져야

 

교회 공동체의 다양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신자들에게 신앙생활에 대한 회의를 갖게 만든다. 냉담교우들이 교회를 멀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성직자ㆍ수도자들의 권위적 태도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다. 사목자의 적절하고 합당한 권위는 교회를 살리고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신자들의 실망을 낳는다. 개인적으로 다른 교우와 갈등으로 마음이 상해 성당을 떠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차동엽 신부는 "성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활발하게 봉사하던 신자가 어느날 갑자기 냉담교우가 되는 이유는 사제ㆍ수도자ㆍ교우들에 의한 '상처'가 가장 큰 것 같다"며 "이 상처를 잘 위로해 줘도 냉담교우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오래 전부터 본당의 대형화와 교회의 중산층화를 냉담교우를 양산하는 또 하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본당의 대형화는 사목자와 신자들의 인격적 만남, 공동체적 친교와 소통을 어렵게 하고 결국 신자들은 공동체 의식과 소속감이 약해져 교회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회의 중산층화로 인해 가난한 신자들이 교회 안에서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신앙을 등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평화신문, 2010년 7월 25일, 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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