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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수도 영성: 글라라 수도회 - 가난과 겸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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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5-22 ㅣ No.131

[수도 영성] 글라라 수도회 - 가난과 겸손의 길

 

 

새로운 관상생활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사는 것이 글라라회*의 특성이며, 생활규칙이고성소이다.

 

주님 친히 아시시의 프란치스코(1181-1226년) 성인에게 새로운 양식의 복음적 삶을 선택하도록 이끌어주셨고, 그의 제자요 영적 친구인 클라라**(1194-1253년) 성녀에게는 프란치스코가 시작한 새로운 양식의 복음적 삶을 관상생활로써 실행하도록 비추어주셨다. 그것은 “산에서 관상하시는 그리스도(마태 17,5 참조)를 드러내 보이는”(교회헌장, 46) 삶으로서, 거룩한 사랑의 일치와 가난한 생활양식으로 실현된다.

 

특수한 성소인 관상생활의 원천은 하느님이시다. 성령께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수난과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체의 신비에서 드러나는 엄청난 사랑의 매력으로 자매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시어 항상 그분만을 바라보게 하신다. 이러한 특별한 은사를 받은 자매들은 삶의 원천인 미사와 성무일도와 개인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바침으로써, 하느님과 사랑의 친교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곧 전례거행을 통하여 교회와 세상 한가운데서 하느님을 찬양하며, 특별히 성찬의 제사에서 주님의 몸을 모심으로써 주님과 결합되고 자매들 서로가 일치하며, 온 교회와 하느님의 모든 자녀와 일치를 이룬다. 이와 같이 자매들은 삶 전체로 온 누리에 감사와 찬미를 수행하며, 그리스도의 연약한 지체들을 받쳐주는 보조자로서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의 축제로 인도된다.

 

하느님께서 먼저 조건 없이 우리를 사랑하셨으며, 이 사랑은 우리를 위해서 인간의 육신과 연약함을 취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왔다. 이 놀라운 하느님 사랑에 경탄한 클라라는 온 마음, 온 정신으로 그 사랑에 젖어들어 자신을 내어드렸으며, 성령께서는 클라라 안에 성삼위의 거처를 마련하시어 그 현존의 빛을 비추어주셨다.

 

“감미로운 어머니 곁에 바짝 다가가십시오. 하늘도 담을 수 없는 위대하신 분을 작고 은밀한 거룩한 태중에 품으셨습니다”(클라라의 편지).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오직 하느님께만 자신을 헌신하는 관상생활(완전한 사랑 7)에서, 혈육을 취하신 말씀을 잉태하여 낳으신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계신다. 아드님과 함께 가난과 겸손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나누신 성모님에게 복음을 잉태하고 낳는 길을 배운 클라라는 마리아의 겸손과 가난 그리고 내어줌(봉헌)을 본받음으로써, 마리아와 일치되어 영적으로 주님을 항상 모실 수 있었고, 그분을 사람들에게 모셔갈 수 있었다.

 

 

하느님 중심의 가난한 삶

 

십자가에 죽기까지, 특히 성체로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만을 전적으로 사랑하려는 열망에서 선택한 봉쇄의 삶은, 인간에 대한 주님 사랑의 표지요 상징이며, 파스카의 신비를 고유하게 더 깊게 살아감으로써 하느님의 현존과 그 자비의 세계인 하느님 나라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는 특수한 은사이다.

 

클라라에게 ‘소유 없이 사는 삶’은 물질적 포기와 외적 차원을 뛰어넘어 영의 가난,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과 겸손,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가난과 겸손을 따르는 것이었다.

 

하느님께서 자신 안에 머무르시도록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내적 가난을 ‘축복되고 거룩한 하느님 중심의 가난’이라고 칭송하면서, 이 안에서 자매들은 주님의 영과 그 영의 거룩한 활동을 바라고 마음에 간직하여, 깨끗한 마음으로 항상 기도하고 시련과 병고에 겸허하고 인내하며, 박해하고 책망하고 비방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힘쓰라고 권고한다(글라라 회칙 10).

 

 

가난 특전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필리 2,6-8 참조)을 닮아가는 실제적이며 본질적인 가난의 길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고자, 클라라와 자매들은 전통적인 수도회의 생활질서(재산소유)를 거부하고, 어느 누구도 재산소유를 강요할 수 없도록 가난 특전을 얻어냈으며, 어떤 소유권이나 재산을 가지지 않고 하느님께만 온전히 의탁하였다.

 

독특하고도 유례없는 이 가난 특전은 하느님께 온전히 내맡기는 절대적 신뢰의 표현이며, 세속이 주는 안전을 포기하고 불안정을 택하는 삶이다. 작고 초라한 성 다미아노 수도원의 공동생활에서 겪는 궁핍과 수고와 불편함과 수치와 병고를 즐거움으로 여기며, 하느님과 결합되어 서로의 일치를 보존할 수 있었음은 바로 그리스도의 비우심과 낮추심을 본받은 당연한 결과이며, 글라라회의 특별한 은사인 가난의 표지이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요한 14,23) 하신 말씀을 그대로 믿고 따른 클라라는 사랑을 복음적 가난의 동기와 목표로 두고 자매들에게 권고한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면서 마음속에 품고 있는 사랑을 행동으로 드러내십시오. 이것은 자매들이 언제나 주님 사랑 속에서 그리고 성숙한 애덕 안에서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클라라의 유언 18).

 

클라라는 전 생애 동안 얻어 누린 주님과 신비스런 일치를 이렇게 노래한다.

 

“온 마음으로 그 님과 결합된 여인은 정녕 복됩니다.

그 임의 아름다움에 하늘의 복된 천사들의 무리가 끊임없이 경탄하고 있습니다.

그 임의 사랑은 매혹적이고

그 임을 관상함은 휴식이며

그 임의 어지심은 만족입니다.

그 임의 감미로움은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그 임을 생각함은 나를 감미롭게 비추어줍니다.”

 

“하느님의 비추심으로 복음의 완덕을 따라 살기로 선택하였기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딸과 여종들이 되었고 성령의 정배들이 된” 클라라의 ‘가난한 자매들’(클라라 성녀가 지은 글라라 수도회의 원래 명칭은 ‘가난한 자매들의 회’였으나, 성녀의 사후 성 글라라회로 불린다.)의 삶은 선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의 업적으로써, 모든 이와 함께 나누어져야 하고, 하느님께 감사히 돌려드려야 할 은총의 선물이다.

 

글라라회 자매들은 이 세상에서 순례자처럼 하느님을 향하여 ‘행복의 오솔길’(클라라의 둘째 편지)을 기쁘게 달려가도록 날마다 새롭게 부르심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제주를 비롯하여 양양 · 양평 · 익산 · 인천 · 장성 등 여섯 곳에 글라라 수도원이 있습니다.

** 수도회 명칭은 고유명사 표기에 따라 글라라 수도회로 하나, 성인명은 한국 천주교 용어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클라라로 표기합니다.

 

[경향잡지, 2007년 8월호, 글 · 사진 제주 글라라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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