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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16: 봉사하지 않고 지배하는 돈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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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9 ㅣ No.646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16) 봉사하지 않고 지배하는 돈은 안 된다


하느님 앞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것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있다. 여러 가지 경우에 사용된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안위를 돌보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행동 양식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 비굴한 행동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상사의 몰상식한 행위가 모욕적이고 밉살스럽고 눈에 거슬려도, 꾹 참을 수밖에 없다는 분노도 담겨있다. 


가난 때문에 도둑이 될 수도 있다는 안타까움과 인간의 한계까지도 느껴지는 속담이다. 그렇다고 이 속담을 빌미로 비도덕적이고 악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도 없고 그리되지도 않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물질 세계의 지배를 강력히 받고 있는지 잘 드러내고 있음은 틀림없다.


정당화할 수 없는 것들

배고픔을 참다못해 빵 한 조각 훔친 죄로 감옥살이했다는 ‘장발장’의 이야기는 가히 웅변적으로 인간이 무엇이고, 어떤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동물적 본능을 지닌 존재이고, 윤리와 도덕률 그리고 엄존하는 법체계 속에 살아간다.

‘장발장’의 교훈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인간 세계에서는 도둑질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윤리이고 법률이다. 하물며 부자들이 하는 도둑질과 비도덕적 행위들은 얼마나 비난받아 마땅하고 처벌 수위가 높아야 하는지는 말할 나위가 없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올바른 법치를 세워야 하는 국가 권력이 비윤리적인 경제 체제를 수립하고 악법을 제정한 뒤, 이를 부추긴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밀어닥칠 것이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느 시대를 살든지 간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일러주신 법규에 충실하며, 그 사회를 위해 예언자적 소명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위치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될 것인가

교황은 돈을 우상화하여 시장의 절대 자율권을 인정함으로써 발생한 해악을 ‘새로운 독재’의 출현으로 규정하고 단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경제 활동과 산업 분야에서 ‘윤리’가 살아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윤리’는 인간이 걸어야 할 길을 안내하고 이 길은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준다. 현대 사회에서 우상화된 ‘돈’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교황의 이와 같은 지적을 매우 위협적으로 여기고 있다(57항).

일례로 ‘배아줄기세포’ 연구 문제를 제시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미 수정되어 한 인간이 된 ‘배아’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상품화하여 자본주의 시장에 내어 놓고자 한다. 엄청난 가치와 효용성이 있다고 여기며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문제에 슬그머니 눈 감으려 하고 있다.

교황은 이와 같은 현대 사회를 고발하면서 이런 경향 뒤에 숨어있는 악의 실체를 지적하고 있다. ‘윤리’와 ‘하느님에 대한 거부’가 이런 태도 뒤에 깔려 있다(57항). 인간을 조작하고 타락시키면서까지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감행하려는 사회적 경향의 죄악성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고 있다. 하느님을 거부한 인간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인간에게 맡겨진 대자연까지도 오염시키고 파괴하여 그 자체로 징벌의 결과를 맞게 됨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을 제 위치에 놓기 위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와 같은 바른 정신이 사회적 경향을 형성시키기 위해 서로 연대해야 함을 각성시키고 있다. 교황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무엇보다도 정치지도자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자신들에게 맡겨진 봉사 임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저는 정치 지도자들이 개별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면서도 결단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이러한 도전에 맞서도록 촉구합니다. 돈은 봉사해야지 지배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 부유한 이들이 가난한 이들을 돕고 존중하고 북돋워 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깨워 줄 의무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사심 없는 연대성을 지니고 경제와 금융에서 인간을 이롭게 하는 윤리로 되돌아갈 것을 권고합니다”(58항).


나눌 것은 충분하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모든 인간을 위해 충분한 재화를 주셨기에 누구나 풍족히 사용할 수 있음을 가르치며, 세상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회 질서 안에서 나눔과 상생의 정신을 지녀야 함을 이야기한다. 모든 인간이 지닌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이는 인간 삶의 도덕률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서, 인간이 보다 인간다워질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자신만을 위한 삶과 끝없는 소비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무자비한 자율시장 독재의 권력으로, 약자들의 재화와 생명을 약탈하게 된다.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어 갖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것을 훔치는 것이며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재물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58항, 성 요한 금구의 라자로에 관한 강론).

[평화신문, 2015년 3월 29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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