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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을 위한 선택, 탈GMO: GMO 천국 한국에서 살아남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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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돋보기 - 생명을 위한 선택, 탈GMO] GMO 천국 한국에서 살아남기
정부 주도의 GM 작물 개발을 중단하라
지난 4월 22일 전북 전주시에 있는 농촌진흥청 동문, 300여 명의 농민과 소비자들이 ‘GM 작물 파종 저지와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주도적으로 국민의 주식인 쌀의 유전자를 조작하는 현실을 항의하는 행사였다.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망조차 없이 시험 재배를 하는 농촌진흥청 재배포장까지 함께 행진하며, GM 작물의 상용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2011년에 설립된 농촌진흥청 ‘GM작물개발사업단’은 지엠오(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려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또한 해마다 민간 기업과 연구소에 지엠오 개발을 위해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0년까지 ‘국내용 육종 소재 GM 작물 5종 확보’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도 식용 지엠오 수입량 214만 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16년에 수입한 지엠오는 약 214만 톤으로 GM 농산물이 211만 톤, 가공식품이 3만 톤에 이른다. 이러한 양은 1년 동안 국민 1인당 40kg 넘게 지엠오를 소비하는 것으로, 연 65kg인 쌀 소비량과 비교하면 참으로 엄청난 양의 지엠오를 먹고 있는 셈이다.
수입이 허용된 식용 지엠오는 콩과 옥수수, 감자, 면화, 카놀라, 알팔파, 사탕무 등 7개 작물이다. 최근 알려진 자료에 따르면, 수입되는 콩의 75%, 옥수수의 50% 이상이 지엠오이며,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액상 과당은 지엠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많은 지엠오가 수입되지만 우리는 어디에서도 지엠오 물품이라는 표시를 쉽게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수입된 지엠오는 식용유, 간장, 당류 등을 만드는 가공 원료로 사용되어 지엠오라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식품 위생법상 지엠오 표시
지엠오의 표기는 식품 위생법 제12조 2항(유전자 변형 식품 등의 표시)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생명 공학 기술을 활용하여 재배 · 육성된 농산물 · 축산물 · 수산물 등을 원재료로 하여 제조 · 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 첨가물(이하 ‘유전자 변형 식품 등’이라 한다.)은 유전자 변형 식품임을 표시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 조항에는 “다만, 제조 · 가공 후에 유전자 변형 디엔에이(DNA)또는 유전자 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 변형 식품 등에 한정한다.”라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 표기의 예외를 규정한 이 단서 조항으로 우리나라에서 주로 가공 원료로 사용되는 지엠오는 디엔에이나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아 최종 물품에 지엠오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유럽 연합(EU)이나 중국 등은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지엠오 원료를 사용하면 표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현 식품 위생법의 규정으로 연 214만 톤이나 수입되는 지엠오가 어느 식품에 얼마만큼 사용되었는지 국민이 알 수가 없다.
철저히 무시되는 소비자의 알 권리
지엠오의 안전성에 대한 찬반 논란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었으니 특별히 지엠오라는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식품 업계와 지엠오 개발을 찬성하는 측은 지엠오 표기를 하면 소비자들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며, 지엠오 검사 비용의 추가 등으로 물품 가격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엠오의 안전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논란 중이기에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표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개발된 지 20년밖에 되지 않은 지엠오는 전통적으로 우수한 작물을 만들려고 하는 전통 교잡 육종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기 때문이다.
백번 양보해서 지엠오가 안전할 수 있다 해도, 내가 먹는 식품이 지엠오인지 아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법령과 국가 기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엠오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Non-GMO, GMO-free’ 표시에 관한 기준을 지난 2월에 발표했다. 고시는 지엠오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로서, 표시 대상 원재료 함량이 50% 이상, 또는 해당 원재료 함량 1순위로 사용한 경우 ‘비유전자 변형 식품, 무유전자 변형 식품, Non-GMO, GMO-free’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표시 대상 원재료는 수입이 허가된 7개 품목으로 제한하고 있어, 다른 국내산 농산물이나 국내산 사료로 키운 축산물과 가공품에도 표기할 수 없다. 또한 지엠오를 표시할 때 허용되었던 비의도적 혼입치 3%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지엠오로 안전한 세상 만들기: 식품 위생법 개정
무엇보다 먼저 허울뿐인 식품 위생법의 개정이 시급하다. 가톨릭농민회를 비롯한 35개 농업, 소비자, 지역 단체들은 ‘원료 기반 지엠오 완전표시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시행’, ‘지엠오 없는 학교 급식과 공공 급식 실현’, ‘국내 지엠오 상용화 중단, GM작물개발사업단 해체’를 목표로 지난해 10월 ‘GMO반대전국행동’을 결성했다.
GMO반대전국행동은 반쪽짜리 지엠오 표시 관련 규정인 식품위생법의 제12조 단서조항을 삭제하려고 100만 명 서명 운동과 기자회견,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하지만 식품 위생법을 담당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몇몇 의원이 지엠오의 안전성을 확신하며 식품 위생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어 개정 운동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원료 기반 지엠오 완전 표시제의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시행은 국민의 건강과 알 권리를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GMO반대전국행동 누리집(http://antigmo.tistory.com)이나 우리농 매장 등 온·오프 라인으로 식품 위생법 서명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지엠오를 피하는 첫걸음이다.
꼼꼼한 원재료 확인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2013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지엠오 가공식품 수입 10대 국내 기업 가운데 1위는 코스트코 코리아이고, 2위는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 3위는 일본산 미소 된장 수입 업체인 은화식품이다.
코스트코 코리아는 11개 품목 1만 1,074톤의 지엠오 식품을 수입했고, BKR은 4,643톤, 은화식품은 2,182톤을 수입했다. 대형 마트인 이마트도 995톤, 애슐리 등 이랜드 파크 외식 사업부가 988톤을 수입했다. 코스트코 코리아와 은화식품은 ‘유전자 변형 식재료 포함 가능성’을 표시하지만, 버거킹이나 식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가족의 건강과 안전한 밥상을 지키려면 번거롭더라도 구매하는 식품의 원산지 표기와 지엠오 표기를 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수입 식품이나 지엠오 우려가 있는 가공식품의 경우는 될 수 있는 대로 피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생활 협동조합이나 유기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단체의 물품을 이용하는 것이 지엠오의 위험성을 피하는 방법이다.
지엠오 없는 안전한 학교와 공공 급식 실현
성장기 아이들에게 하루 한 끼 제공되는 학교 급식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불완전한 표시제로 말미암아 단체 급식의 경우 지엠오에 노출될 위험은 더욱 크다.
건강하고 안전한 급식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에 학교 급식 재료의 기준에서 지엠오를 제외해 줄 것과 국가 책임의 친환경 무상 급식을 모든 학교에 확대해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이웃 나라 대만은 2016년 학교 위생법 개정을 통해 학교 급식에서 지엠오를 제외하도록 했다. 경기도 광명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는 조례를 통해 지엠오 없는 학교 급식을 실현하려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급식에 관심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초중고뿐 아니라 공공으로 진행되는 집단 급식의 재료와 안전한 급식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만이 지엠오 없는 안전한 학교 급식과 공공 급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엠오를 피하는 근본적인 방안: 토종 종자 확대 운동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3%이고, 콩 자급률은 1% 이하다. 농업과 농촌은 농민의 고령화, 수입 농산물의 범람 등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어 많은 양의 곡물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를 식량 수입으로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생명줄을 외국에 맡기는 위험천만한 판단이다.
농민의 생계가 보장되고, 농촌이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정부 정책이 먼저이어야 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확보하려면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엠오에 대한 근본적이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토종 종자 농산물의 적극적인 이용이다. 전통적인 토종 종자 농산물의 이용은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씨앗을 지키고 외국계 종자 회사의 씨앗 독점을 극복하는 방안이다.
또한 토종 종자로 기른 안전하고 건강한 농작물의 이용이 늘어나게 된다면 이 땅에는 지엠오가 발붙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식량 안보를 핑계로 무분별하게 지엠오를 개발하려는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막는 근본적인 방안임이 분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정부에 대한 희망은 다양하겠지만, 지엠오가 넘쳐 나는 현실에서 국민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간절히 희망한다. 그 희망은 똑똑한 소비자가 함께할 때 가능하기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 오세영 토마스 아퀴나스 - GMO반대전국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이다. 밥상 살림, 농업 살림, 생명 살림의 세상을 위한 한살림연합에서 연대협력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6월호, 오세영 토마스 아퀴나스] 0 1,483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