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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2) 이스라엘 나자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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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58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2) 이스라엘 나자렛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 91km, 갈릴리 호수 남서쪽으로 약 19km에 위치한 이스라엘 나자렛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시게 된’ 신비의 성지이자 성가정(聖家庭)의 시발지이다. 성령으로 잉태되어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예수가 헤롯의 박해를 피해 애급(이집트)으로 잠시 피난갔다가 주님의 천사가 이르는대로 되돌아와서 정착한 곳, 나자렛은 이스라엘 순례 시 가장 먼저 가보아야할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왜? 예수님이 공생활에 들기 이전까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고, 또한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나리라는 구원의 소식이 전해진 현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성령으로 아기 예수를 잉태하리라는 말씀을 순수하게 받아들인 동정 마리아의 티없는 믿음의 현장이자, 하느님 당신이 죄많은 인간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을 통채로 인간에게 내어주겠다는 소식을 전한 성보영보의 현장 나자렛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 예수가 사람들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형을 당한 예루살렘과 더불어 전세계에서 그리스도교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예수탄생 예고된 성모영보대성당

 

주님께서 성모님과 함께 하신 행복한 성지, 나자렛의 대표적인 순례지는 마리아가 가브리엘 대천사로부터 성령으로 잉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성모영보동굴 위에 건립한 성모영보대성당, 임신한 마리아와 혼인을 맺은 요셉이 목수로 일했던 작업장 위에 세워진 성요셉성당, 예수가 당신이 메시아라고 말했던 시나고그성당, 마리아가 물을 길렀던 마리아의 우물 등이다. 나자렛 주요성지 가운데서도 가장 의미깊은 성지는 예수탄생이 예고됐던 성모영보대성당이다.

 

어느날, 갈릴래아 나자렛 마을에 가브리엘 천사가 내려와 다윗 가문의 요셉이라는 남자와 정혼한 처녀 마리아에게 갔다.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기뻐하소서, 은총을 입은 이여,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고 말하자 마리아는 몹시 당황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마시오. 마리아! 당신은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시오. 그는 크게 되어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이라 불릴 것입니다”고 복음서에는 적혀있다.

 

 

말씀이 사람이 된 신비의 성지

 

참으로 신비하고 대단한 동정녀 잉태사건, 이게 바로 성모영보사건이다.  성모영보를 기념하는 대성당은 마리아의 집터였다고 하는 곳에 1960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1969년에 완성된 것인데, 그 자리에 세워진 다섯 번째 교회이다.  427년 성모영보가 있었던 동굴 위에 비잔틴 교회가 세워졌고, 614년에 페르시아인들에 의해 파괴되었으며, 12세기 십자군 시대, 그후 살라딘에 의한 이슬람 시대를 거치면서 성지의 주인이 바뀌면서 파괴되고 복구되는 역사가 다섯 번이나 반복되었다. 작은형제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성모영보라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이곳에 걸맞는 성전을 세우려고 부단히 노력, 1969년 3월 25일 성모영보대축일에 마침내 그 꿈을 이뤘다. 초대 그리스도교회의 전통에 따라 동정 마리아의 태 안에 성령의 힘으로 말씀이 육화된 신비를 형상화하고, 경배드리는 현상을 띤 성모영보대성당은 그래서 작은형제회가 관리하고 있다. 이 성당 입구에 걸린 영어판 설명문에는 이미 1~2세기에 지하 동굴 일대가 경배의 장소가 됐다고 적고 있다.

 

 

동정 마리아, 찬미받으소서

 

현재의 성모영보대성당은 이태리 밀라노 출신의 건축가 조반니 무치오가 맡았으며, 건축비용은 전세계 가톨릭신자들의 봉헌금으로 이루어졌다. 대성당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지는데, 옛성당의 높이에 해당하는 아래층 성당(동굴 성당 포함)과 위층 성당이 그것이다. 성당의 천정은 백합꽃봉오리가 피어나는 아름다운 포근한 형상이다. 성모영보동굴을 중심으로 한 아래층 성당과 위층성당의 중앙바닥은 통하도록 8각형으로 뚫려있어서 계단을 올라서면 바로 위층성당이다. 위층성당은 세계 각국 예술가들의 참여와 여러 국가의 지원으로 이뤄진 모자이크, 그림, 조각 등으로 다양하게 장식되어있고, 성전 앞뜰 벽에는 각국에서 보내온 성모자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남규 교수가 ‘평화의 모후여 하례하나이다’라는 글귀와 함께 한복입을 성모자상을 그려 봉헌했다. 육화(=말씀이 사람이 되심)의 신비를 통해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그대로 담고 있는 성모영보대성당은 회교도와 유대교인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 가톨릭 공동체의 중심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내에서 유일하게 평화로운 성지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서는 수천년 전에 쓰던 석재, 포도즙 짜내는 틀, 기름틀 등이 발굴됐는데,  어떤 돌기둥에는 ‘마리아, 찬미받으소서’(XE MARIA)라고 새겨져있으며, 비잔틴 성전바닥에서 십자가가 새겨진 모자이크가 발견됐다.

 

 

100m 건네 성요셉성당 자리해

 

출생 후 잠시 애굽으로 피난 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태아에서부터 유년기를 거쳐 성년이 되기까지 일생을 보낸 예수의 고향, 나자렛의 성모영보대성당 바로 앞에는 요셉성인과 예수님이 일했던 목공소 자리에 세워진 성요셉성당, 나자렛에서 유일한 샘이었던 마리아의 우물에 세워진 그리스정교회의 성당 등이 있다.

 

[매일신문, 2007년 2월 1일, 글 사진 나자렛에서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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