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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6) 이집트 카이로 예수님 피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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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662

[성지를 찾아서] 해외 성지 (6) 이집트 카이로 '예수님 피난 성당'

 

 

동방 박사 세 사람이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난 메시아, 곧 아기 예수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로 바치면서 경배하고 돌아갔을 때였다. 주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서 말했다. “헤로데가 아기(예수)를 찾아 죽이려 하니 어서 일어나 아기와 아기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알려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성가정의 수호자 요셉은 그날 밤으로 장차 이 세상을 구원할 아기 예수와 아기 어머니 동정 마리아를 데리고 피신길에 올랐다. 태어나자말자 박해에 직면한 아기 예수가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 요셉과 마리아의 품에 안겨 피난 간 곳이 바로 이집트 올드 카이로에 있는 ‘예수님 피난 성당’이다.

 

 

카이로는 미날렛(이슬람교의 뽀족탑)의 도시

 

이집트 카이로는 과연 이곳이 고대 문명의 도시이자 국제 관광도시가 맞냐고 여길 정도로 차창 밖 풍경은 황량하다. 건물들은 덕지덕지 때가 앉아있고, 모래 먼지 날리는 카이로의 교통 체계는 엉망이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고, 신호 체계가 거의 없는 차도에는 서로 먼저 가겠노라고 쉬지않고 끼어드는 차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1979년부터 지금까지 계엄령 하에 있는 이집트는 고물가 저임금 정책을 쓰고 있어서 대다수 서민들은 죽을 지경이다. 먹고 사는데 급급해서 딴데 신경쓸 겨를이 없다. 물론 교사들에 대한 대우도 좋지 않아서 인재를 양성해낼 재간이 없다. 정치가 한 나라의 미래를 얼마나 좌우하는지 이집트가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는 노벨상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할 정도의 저력을 지녔고, 갈리 전 유엔사무총장도 이집트 출신이다. 인류의 젖줄 나일강을 끼고, 5천년 역사를 유장하게 지켜온 오늘날의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이다. 그래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미날렛의 도시’라고 불린다. 미날렛은 이슬람교의 사원인 모스크의 뽀족탑을 일컫는다. 무슬림의 뽀족탑의 끝에는 초승달이 걸려있다.

 

 

콥틱(이집트 크리스찬)은 가장 오래된 교회

 

현재 아랍권에서 이슬람교 사원이 가장 많은 카이로는 모스크가 숲을 이루듯이 시가를 뒤덮고 있다. 그러나 원래부터 무슬림 국가였던 것은 아니다. 기원 전후에는 그리스도교가 강했다. 4대 복음서 가운데 하나인 마르코복음은 42년에서 48년 사이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쓰여졌다. 이집트 크리스천들로 구성된 콥틱 교회(=이집트 교회)는 전도자 마르코가 와서 세운 교회로 세계 교회 역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가운데 하나이다. 이 콥틱 교회 중에 예수님 피난 성당이 있다. 마태오 복음 2장 14절에 쓰여있듯이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이집트로 피신했던 동굴 위에 기념 교회를 세운 것이다. 이때부터 이집트는 기독교가 왕성해져서 대다수 국민이 기독교 신앙을 가졌었다. 그런데 서기 640년경 이슬람 제국이 이집트를 정복한 후 기독교는 쇠잔해갔다. 대다수 기독교인들이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오늘날 이집트에는 인구의 15%가 콥틱 교인이다. 7백만명에 달하는 이집트 기독교인 콥틱들은 손목 안쪽에 작은 십자가 문신을 새겨서 그들이 그리스도의 사람인 것을 표시하고, 이슬람국가에서 당연히 누려야할 기득권을 포기하며 가난하게 산다.

 

 

성가족 피신 토굴 위에 성당지어

 

헤로데의 영아대박해를 피해, 요셉이 아기 예수를 피신시킨 곳에 세워진 예수님 피난 성당은 성 세르기우스 교회의 지하이다. 콥틱 교회 소유인 예수님 피난 성당은 지하철을 타듯이 지하로 내려가서, 또 좀 걸어가야 나온다. 원래 세르기우스 교회는 303년 막시밀리안  황제의 기독교 박해 때에 순교한 세르기우스와 바쿠스를 기념하여 성가족이 거처했다는 토굴(crypt) 위에 4세기 말 또는 5세기 초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명 아브사르가의 교회라고도 부는데 이집트 초대 교회 구성원들이 비밀회합을 갖던 곳이기도 하다. 이집트 2개의 긴 복도, 3개의 지성소가 있다. 교회 안에는 12제자를 상징하는 열두 기둥이 있는데, 11기둥은 코린트 양식으로 잘 다듬어져 있으나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를 상징하는 1 기둥은 다듬지 않았다. 길게 늘어선 기둥을 보며 우리의 신앙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운 기둥인가? 우리는 지금 모든 유혹과 시험과 죄악을 이기고 이 성전의 기둥처럼 아름답게 서있는가? 그러면서 예수님 피난성당의 천정을 올려다보니 마치 노아의 방주가 생각난다. 높이 매달린 천정은 마치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듯이 배모양으로 지어졌고, 1층과 2층 설교단은 마이크가 없이도 울리도록 설계됐다. 우리는 과연 이 시대의 의인들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천정이었다.  이곳에서 피난살이하던 성가족은 헤롯이 죽은 후에 나타난 천사의 말을 따라 다시 이스라엘로 향했다. “아기와 그 모친을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라. 아기의 목숨을 찾던 자가 죽었다.”고 하자 요셉은 다시 아기 예수와 동정 마리아와 함께 이스라엘로 되돌아갔다.  마치 여든이 넘은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야훼를 만나 십계명을 받고, 출애급을 하듯이 그렇게 말이다.

 

[매일신문, 2007년 3월 1일, 글 사진 이집트 카이로에서 최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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