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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사회] 이제는 사회 통합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 통합 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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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7-20 ㅣ No.1411

[경향 돋보기 - 이제는 사회 통합이다] 지금 우리의 사회 통합 수준은

 

 

사회 통합이란 무엇인가

 

한때 우리 사회에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정의롭다’의 판단 기준도 여러 가지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사회 통합(social cohesion)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통합(cohesion)의 어원적 기원에는 “해당 전체 하위 부분이 긴밀하게 통합된 집단 특성”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 통합 지표의 공동 개발 : 방법론적 지침」, 유럽평의회, 2005년).

 

사회의 각 하위 부분이 긴밀하게 연결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어떤 계층이나 집단, 지역이 사회 제도의 혜택으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일 사회 발전의 혜택으로부터 지속해서 제외될 때 사회의 분배 방식은 정당성에 대한 지지를 잃게 된다.

 

다음으로 서로 믿고 도우며, 이러한 사회의 원칙이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불합리한 방식의 분배로 어떤 집단이 일시적으로는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협력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을 사회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사회적 배제가 없는 상황을 사회적 포용(social inclusion), 서로 믿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부른다.

 

여러 나라에서 사회 통합을 위해서 ‘격차와 사회적 배제 축소’, ‘사회적 자본 강화’를 목표로 제시한다. 그렇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회 통합을 위한 전략 목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격차의 축소를 더 강조한다. 또 어떤 나라에서는 구성원의 소속감, 조화와 협력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나라와 시기마다 사회 통합 목표가 다른 것은 각각 사회의 정당성 위기를 가져오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캐나다나 뉴질랜드처럼 이민자와 원주민을 생각해야 하는 경우에는 사회적 통합을 더 강조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사회 통합이라고 할 때 어떠한 점을 더 강조할까?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분배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평가도 많고, ‘서로 믿지 못하겠다.’, ‘사회 이동성이 줄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많다.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사회 통합의 모습

 

우리 국민도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각자의 인식에 따라 ‘사회 통합’을 위한 목표를 다르게 설정한다. 이념적 성향은 일정 부분 현재 한국 사회의 모습에 대한 평가를 대리한다. 그에 따라 통합을 이야기할 때, 보수적 성향인 사람은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진보적 성향의 응답자는 ‘평등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중도적 성향의 응답자는 ‘각종 사회 갈등을 잘 해소하는 것’을 주로 연상하였다(‘2013 국민 통합 의식에 관한 연구 보고서’ 참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 통합 실태 및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은 ‘배려와 포용의 사회’보다는 ‘차별과 소외가 심한 사회’에 가까웠고(평균 3.79점), ‘서로 믿고 살아가는 사회’보다는 ‘서로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에 더 가까우며(3.80점), ‘활력 있고 희망찬 사회’라기보다는 ‘활력 없고 침체된 사회’에 가까웠다(4.03점).

 

또 ‘경제적 희망,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사회’보다는 ‘경제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한 사회’에 더 가까웠으며(3.76점),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회’보다는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갈등이 심한 사회’에 더 가까웠다(3.85점). 긍정적인 사회의 모습을 10점, 부정적인 사회의 모습을 0점으로 했으므로 평균이 5점 이하일 경우에는 부정적 평가가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2016년 사회 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Ⅲ: 사회 통합 국민 인식 보고서’ 참조).

 

이 조사에서 우리 국민이 사회 통합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지를 살펴보면, 이념적 성향과 살아온 이력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적 가치를 가진 집단은 경제적 문제보다는 신뢰하고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사회 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경향을 보였다. 고도 성장기의 한국 사회를 경험하였던 집단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지속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그렇지만 젊고, 사회 이동의 가능성에 부정적 평가를 하는 집단은 사회 통합을 위해서 분배의 공정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사회 통합 수준에 대한 진단

 

우리의 사회 통합 수준을 진단하려면, 첫째, 비교의 대상이 있어야 하며, 둘째, 비교하기 위한 잣대가 있어야 한다. 비교의 대상으로는 다른 나라가 있을 수 있고, 또 지난날 우리 사회의 모습일 수도 있다. 비교의 잣대로는 빈곤율, 소득 불평등도 같은 각각의 지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고, 이를 종합한 지수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경우든 장단점은 있다. 종합 지수를 이용하는 방식은 각 나라가 강조하는 바가 다름에도 같은 평가 잣대를 적용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여러 나라를 비교하여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편 우리의 사회 통합 수준을 살펴보는 데 어떤 영역과 지표를 중심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고, 또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할 것인지의 문제도 남는다. 한국 사회가 다양한 지점에서 균열을 보이므로, 이를 모두 고려한 영역과 지표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지표 중에서도 더욱 강조해야 하는 지표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우리 국민의 사회 통합의 지향점이 집단에 따라 달랐던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러 논의를 거쳐 사회 통합에 필요한 정책 영역을 ‘사회적 포용’과 ‘사회적 자본’, ‘사회 이동’, ‘사회 갈등과 관리’로 설정하였고, 각 영역을 측정할 수 있는 19개 지표를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사회 통합 지수 산출 과정과 결과는 ‘2016년 사회 통합 지수 개발 연구 보고서’ 참조).

 

한편, 사회 정책 영역의 전문가들은 사회 통합을 위해서 사회적 포용이 33.8%, 사회 이동이 28.3%, 사회 갈등과 관리가 19.9%, 사회적 자본이 18.1%의 중요도를 가진다고 보았다. 개별 지표 중에서는 상대 빈곤율, 비정규직의 고용 보호, 공교육 지출 수준을 강조하였다.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빈곤과 격차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야 하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회 이동의 가능성 제고에 투자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각국의 사회 통합 수준을 진단해 본 결과, 사회 통합이 잘되는 국가는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핀란드 등 북유럽의 4개국이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중부에 위치한 국가들로 구성된 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유럽의 남부 지역 국가, 영연방 국가, 일본이 세 번째 그룹이었고, 동유럽의 체제 전환 국가와 미국, 그리스, 이스라엘, 한국 등이 마지막 그룹에 있었다.

 

한국의 사회 통합 수준은 표 2와 같았다. 여러 지표를 비교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0개국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시기에 꼴찌 언저리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사회적 포용 영역에서는 모든 시기에 꼴찌를 했고, 사회 갈등과 관리 영역은 지수와 순위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사회 통합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지표 중에서는 전문가들이 강조하였던 바와 같이 격차의 문제가 두드러졌다. ‘성별 격차와 임금 · 고용률 격차’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비교 대상국 가운데 가장 컸으며, 소득 분배도 불평등한 경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소득 계층, 고용 형태, 성별 등으로 구분된 집단 간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사회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가 부닥친 장애물이라 할 것이다.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개별 지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본다. 첫째, 소득과 분배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우리의 높은 상대 빈곤율은 일부분 개선되었다(2000년대 말 세계 금융 위기를 경험하면서 급증한 상대 빈곤율은 일부분 개선되다가, 2016년 기준으로 다시 악화되었다).

 

빈곤 감소와 격차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표현하는 ‘비자발적 임시 근로자 비율’과 ‘국내 총생산(GDP)대비 노인을 위한 사회 지출’도 일부 개선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비교 대상국 중에서 최하위권에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둘째, 소득 격차 완화와 계층 간 이동을 위한 교육에 대한 공정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교육과 관련된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교육 성취도’는 가장 높지만 ‘공교육에 대한 지출’은 하위권, ‘학업 중도 탈락률’로 평가한 수준에서는 중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사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소득 계층에 따라 달라서 공교육을 통한 교육 성취를 이룰 필요가 있다. 또한 경쟁 과정에서 뒤처진 중도 탈락자에 대한 보호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각종 기관이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자본 영역에서는 특히 국가와 공공 기관, 언론사 등 의사 결정권과 영향력을 가진 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분배 방식에 대한 의구심,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이들 기구에 쏠리고 있다. 기존의 분배 관행을 개선하지 않은 채 유지하려는 경향을 이들 기구에서 찾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사회가 지난 시기에 설정해 왔던 경제 발전 중심의 성장 경로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성장의 열매가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지지 않으면서 불평등이 커졌다. 성장만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다 보니, 국민 삶의 질을 놓쳤다. 경제 수준은 높지만, 국민 삶의 질 수준에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이유이다. 이래서는 한 번 더 도약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할 수가 없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안정, 삶의 질을 강조하는 방식의 성장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 정해식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기초보장연구실 사회통합연구센터 부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경향잡지, 2017년 7월호, 정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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