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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생태칼럼: 생태주의자 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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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14) 생태주의자 예수
돌이켜보면, 21세기는 전쟁으로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 2001년 9월 11일에 9·11 테러가 일어났고, 2003년 3월 20일에 이라크전쟁이 일어났다. 이라크전쟁은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개발과 테러지원에 대한 반대 명분을 내세웠지만, 입증되지 않았다.
우리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테러와 전쟁의 근원적 원인은 ‘석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석유를 에너지로 사용하게 된 산업문명시대에 인류는 엄청나게 비약적 발전을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 혜택을 많이 누린 국가에 속한다. 반면 화석연료시대에 전쟁과 테러는 끝나지 않을 뿐 아니라 한편으론 고조되는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화석연료는 인류에게 풍요와 함께 공격적 성향과 폭력성을 증폭시켰다고 생각된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원자력에너지도 전쟁에서 개발된 기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전사고의 치명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점차 대체에너지를 찾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인식하면서 자연에너지로 대체하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추세에 대해서 단순히 정책전환의 관점에서만 접근할 게 아니라, 그로 인해 초래될 사회변화와 인간의 성격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독일의 언론인 프란츠 알트는 「생태주의자 예수」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생태적 발전과 인류의 평화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같은 기존의 에너지 자원이 희소해질수록 그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무력 충돌의 위험성은 증폭된다. 여기서 우리는 미래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질문이 떠오른다. 석유로 인한 전쟁이냐, 아니면 태양을 통한 평화냐?”
저자의 말대로 에너지 쟁탈전이 더 고조될 가능성도 있고,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재앙의 증대로 약탈적 공격과 폭력이 일시 증대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크게 보아 태양에너지와 같은 자연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인류의 폭력 성향과 무력 충돌이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자연에너지는 기본적으로 각 지역의 태양, 바람, 물의 환경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프란츠 알트는 ‘태양을 통한 평화’를 주장하면서 “시냇물·들판·태양·바람과 사랑에 빠지고, 동물·식물과 사랑에 빠지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 모든 사람들과 사랑에 빠져 온 세상과 하나된 삶을 살았던” 예수를 이야기한다.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우리도 자연의 선물에 더 감사하며 사랑을 증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자연에너지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21세기 중반 이후는 각 지역별로 자생력을 갖춘 새로운 세대의 글로벌 평화네트워크가 가능해 질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 인류는 에너지 전환으로 초래된 평화와 사랑의 성향으로 더 결속하고 새로운 생태적 삶의 방식들을 개발해서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재앙에 잘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예수님은 하늘의 새와 들에 핀 백합처럼 아무 걱정 없이 입고 먹고 자유로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라고 했다(마태 6,26-33). 우리 다음세대는 한걸음 더 그런 세상에 가까이 나아갔으면 좋겠다.
[가톨릭신문, 2017년 8월 6일, 강금실 에스델(포럼 지구와사람 대표)] 0 1,130 0 |